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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Apr 20. 2021

하루를 시작하면서 #1

잠을 자는 동안 꿈을 꾼다. 

생각나지 않는 꿈도 있고 아주 선명한 꿈도 있다. 

30여 년 전 꿈은 무의식이 나의 의식에게 말을 거는 일이라고 선배님은 내게 말씀해주셨다. 


생각한다. 


나라는 사람은 90%가 넘는 수면 아래의 무의식과 

단지 10%가 채 안 되는 수면 위에 떠있는 의식으로 이루어진 빙산과 같은 존재라고. 


깨어있는 동안의 세계는 의식의 세계다. 

무의식은 아무런 말을 걸지 않는다. 


그러다가 잠이 들고 깊은 수면에 도달하고 나서야 

비로소 무의식은 의식에게 말을 건다. 




잠을 자는 동안 아주 행복한 기분이 드는 꿈을 꾼 적도 많다. 

꿈들은 잠에서 깨는 순간 건축물이 허물어 내리듯이 서서히 허물어져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고 만다. 

영화 <인셉션>에서 바다와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들처럼.... 


처음에는 희미한 잔상이 남아 있었으나, 

점점 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보려고 해도 기억해내기가 어렵다.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그저 행복한 꿈을 꾸었다는 것조차 희미해지고 만다.


꿈에 대한 희미한 기억과 아주 선명한 기억을 잡고 싶었다. 

어느 날부터 그렇게 머리맡에 꿈 일기 노트를 놓고 잠이 든다. 

지난 21년간 꾸준히 만들어온 습관이다. 

꿈꾸었던 것들을 노트에 기록하는 것이다. 


자다가 깨는 순간 꿈들의 전체 그림은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눈을 감은 채로 펜을 들고 노트에 조각조각의 장면들을 적기 시작한다. 


펜을 들고 아무것도 적지 못한 날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적는 순간 의식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한다. 

과거에 사람들 간에 벌어졌던 일도 매일매일 재구성하면서 나의 의식이 개입한다. 

꿈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꿈속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사건들을 돌아본다. 

현실에서 있을법한 일들이 꿈속에서 벌어졌을 때 기분은 별로 좋지 않다. 

현실의 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무의식을 밀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렇다. 


깨어있는 동안의 번민으로도 충분한데 

그걸 꿈속까지 끌고 들어오는 나의 유치함에 실망하는 것이다. 


현실과는 한참 먼 꿈들은 그 꿈의 내용이야 어떻든 간에 

아늑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고 노트에 적으면서도 기분 좋은 되새김질을 하게 된다. 


노트에 옮기고 나서는 적었던 기억조차 홀가분하게 던져버린다. 

다시 눈을 감고 조금 더 잠을 청한다. 

여전히 나는 그 무의식이 던지는 메시지들을 

눈을 감은채 더듬어가며 노트에 적어놓지만 해석에는 가닿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해석하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어도 되겠다는 홀가분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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