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먼바다위' 해산물 시장

- 소래포구 종합어시장

by 새로나무

눈물에 옷자락이 젖어도 갈 길은 머나먼데

고요히 잡아주는 손 있어 서러움을 더해 주나

저 사공이 나를 태우고 노 저어 떠나면

또 다른 나루에 내리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서해 먼바다 위론 노을이 비단결처럼 고운데

나 떠나가는 배의 물결은 멀리멀리 퍼져간다

꿈을 꾸는 저녁 바다에 갈매기 날아가고

섬 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 물결 따라 멀어져 간다


어두워지는 저녁 바다에 섬 그늘 길게 누워도

뱃길에 살랑대는 바람은 잠잘 줄을 모르네

저 사공은 노만 저을 뿐 한마디 말이 없고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육지 소식 전해오네

- 정태춘 <서해에서>



거칠고 변화가 심한 서해 바다는 정태춘의 노래 속에서 고요하고 시적인 여러 장의 수채화로 바뀌고 거기에 꿈꾸는 듯한 소박한 이야기가 담겨서 하나의 새로운 힘을 만들어낸다. 그의 노래는 팍팍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내던 것들을 돌아보고 아스라이 저 수평선 너머에 있을 것만 같은 편한 안식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아주 가끔 그의 노래를 부르며 그 안으로 빠져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내 몸이 서해 한가운데를 한가로이 조망하는 한 마리 갈매기가 된다.


시흥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아들을 내려주고 몇 군데 시장을 헤매다가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하루 종일 미세먼지가 하늘을 자욱하게 덮고 있어서 우울한 기분이 드는 오늘 하루, 소래포구 시장은 왁자지껄 북적이는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 주며 분위기를 반전시켜준다. 주변으로 아파트 단지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풍경은 낯설었지만, 시장에 온 이상 나는 온전히 시장에만 내 시선을 집중한다.


3월 자가격리 2주 동안 몸에 대해 깨달은 바 중 하나는, 끼니와 끼니 사이에 간극을 두고 배고픔을 약간 즐기는 기분이 몸의 균형을 잡는데 필요하다는 점이다. 시장기를 느끼면 비로소 밥을 먹는다. 배가 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에 맞춰 의무적으로 밥을 먹는 일은 될 수 있으면 하지 않으려 한다. 어느덧 오후 4시가 다 된 시간이라 얼른 주차를 하고 입구 쪽에 봐 둔 식당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맞은편 식당을 바라보니 손님들이 많지 않다. 오후 늦은 시간이기 때문이리라. 생선구이와 바지락 칼국수를 주문했다.


칼국수는 둘이 충분히 먹을 만큼의 양이었다. 바지락의 향기가 은은하다. 칼국수 국물에 바지락이 살아있던 바다내음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바지락살은 국물에 시원함을 내어주고 난 뒤에도 여분의 시원한 맛이 살아있었다. 호박, 부추, 후추, 마늘과 어우러진 칼국수는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로 시장기를 면하게 해 주었다. 고등어 속살은 아주 부드러웠다. 그 무늬는 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어서 그가 바닷속에서 헤엄치며 다녔던 궤적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생물을 바로 요리를 해서 그런지 잡내도 없어서 밥과 잘 어우러졌다.


적당히 간이 배어있는 조개젓, 시원한 얼갈이배추 된장국, 무 절임과 김치 반찬 모두 손이 간다. 밥이 모자라지만 과식을 하게 되면 시장을 탐색하면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놓치게 된다.


장을 보는 일은 언제나 신이 난다. 돈을 값어치 이상으로 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여러 곳을 탐색하던 중 알이 잔뜩 들어있는 주꾸미를 한 봉지 샀다. 멸치를 우려낸 국물에 김칫국이나 된장국을 끓여놓아도 시원한데, 멸치에 게와 새우를 비롯한 각종 해산물 말린 것들을 한 봉지 산다. 당분간 시원한 국물을 기대할 수 있겠다. 가래떡 구이는 오랜만에 먹어본다. 간식으로 좋다.


시장은 꽤나 촘촘하고 넓어서 여러 곳을 구경하다가 집으로 향하는 길에 튀김집에 들렀다.

새우튀김과 게 튀김에 막걸리를 한잔 하고 싶었으나, 차가 있어서 멀찍이 구경만 하다 돌아섰다.

소래포구 종합어시장이 앞으로 어떤 경로를 거쳐 발전되어갈지 알 수는 없지만 약간 어수선하고 물건값이 저렴하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 걸로 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어 보인다. 사고파는 기능적인 면 이면에 정감 있는 시장의 모습을 갖춰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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