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처음의 꿈을 기억해야 해가 아니라 해야돼라는 의무 혹은 당위 앞에서 전율을 느낀다. 그가 70년이 넘는 세월을 겪어내며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처음 메시지는 당혹스러우면서도 한번쯤 생각해봤으나 곧 잊혀졌던 것이다. 맨 처음의 꿈이 무엇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나에게 이 대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선율을 통해 선명하고 분명하게 나의 심장으로 직진하며 서서히 온기를 올려준다.
거침없다는 그 표현속에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이 주저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았나 세상을 너무 주저하면서 보지 않았나 하는 망설임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거침없이 푸른 하늘'은 거리낌없는 시선이 향하는 맑고 푸른 하늘일 것이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하늘처럼. 고개를 숙이고 살았던 세월과 고개를 들고 살았던 세월, 그 정반대의 비대칭을 지금 여기서 해소하라고....
그리고 달려가라고.... 그의 노래소리는 맑고 선명하면서도 힘차다. 그 힘참은 힘을 줘서 힘참이 아니라 힘을 완전히 빼고 진공상태에서 하늘거리는 그런 힘참이다. 바람이 불면 누웠다가 다시 일어서는 풀의 선명한 힘참이 갑자기 생각난다. 멈춤없이 흐른 물은 헤라클라이토스가 말했던 것처럼 늘 변화하는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그 순간을 끊임없이 자각하도록 가르친다. 물이 가르쳐주는 진리를 쫓아
다시 한번 돌아보라고 말한다. 물이 가리키는 곳을 깨달았던 순간이 언제였던가 ? 가슴이 뛰는 사춘기였던가 ? 철이 갓들며 세상을 돌아보던 20대였던가 ? 세상과 적당한 지점에서 숨고르기를 하던 30대였던가 ? 적당히 타협하며 부드럽고 대적할만한 물들만 골라서 부딪치는 시늉을 하는 40대 이후의 나인가 ?
아니다. 세월을 가르는 구분선은 우리가 그어놓은 경계선에 불과하다. 경계너머에 존재하는 무경계, 피터 드러커의 '경계의 무경계성'을 떠올리게 된다. 경계를 넘어서는 곳에서 반짝이는 진리를 온 몸으로 부딪혀 깨닫는 찰나를 우린 너무 잘 알고 있지 않나 ? 그리고 우린 너무도 돌아오지 않았나 ? 그 게으름을 깨우치는 죽비처럼 그의 가사는 선명하다. 우린 모두 기억하고 있지. 맨 처음 어떻게 용기를 내서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했는지를….다만 시간과 환경의 풍화작용을 탓하며 내 기억속에서 그걸 밀어냈을 뿐이지.
세상으로 내던져진 우렁찼던 생명들이 각자 자신의 자그마한 영역을 사수하겠다고 그 멋진 용기의 순간과 우렁찼던 생명력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 좁디 좁은 빌딩들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영역의 많고 적음을 도토리 키재기 하고 있다고 그리고 거기에 번호를 매겨 서열을 가르고 위아래를 가르는 몹쓸 짓을 하고 있다고. 거기에 생활을 집어넣어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이제 더 넓은 곳에 시선을 옮기고 사람들 속에서 지쳐가며 한없이 구겨진 이 어깨를 힘차게 펼쳐보라고....
이런 멋진 요구를 나는 근래에 들어본 적이 없다. 이렇게 멋진 요구앞에서 울컥한 감정의 흐름이 스치고 지나간다. 멋지고 아름다운 요구와 힘찬 선율의 조합 !!
마침내 세랭게티 초원을 펼쳐놓고 우리가 거기를 달리기를 바란다. 그 초원은 아프리카에도 있고 아시아에도 있고 대한민국에도 있고 여기 빌딩숲속에도 있고 나의 심장이 뛰고 있는 바로 내 가슴속에서 그 초원은 드넓게 펼쳐져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시선이 머무는 그 곳, 그 아득하게 가까이 와있는 당신의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평화. 그 세랭게티 초원 !!
꿈은 넓은 세상을 향해 던지는 나의 언어, 우리들의 언어다. 그 꿈을 향해 달려갔던 수많은 시간들을 내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뒤돌아섰던 수많은 우울했던 날들을 이제 날려버리라고 노래는 말한다. 드넓은 초원위에 서면 저기 보이는 지평선까지 아득한 그 광활한 곳이 다 내 마음이 머무는 곳이다.
거기 비바람을 버티고 서있는 나무는 김광석이 노래했던 그 나무이기도 하다. ‘무서운 것이 내게는 없소 누구에게 감사받을 생각없이 나는 나에게 황홀을 느낄 뿐이요. 나는 하늘을 찌를 때까지 자랄려고 하오. 무성한 가지와 그늘을 펼려하오.’에 나오는 바로 그 나무다. 비바람에도 버티는 뿌리내린 나무 그래 다시 한번 우리가 지금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슬쩍 뿌리를 대지에 걸쳐두고 있는 것인지 분명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노래는 말한다. 온 몸으로 버티는 힘은 바로 그 뿌리에 있음을 천둥 번개가 치고 초속 100미터의 강풍이 불더라도 날려가지 않을 그런 뿌리….
매너리즘이 만들어낸 같은 생각, 같은 일상, 같은 느낌, 같은 감정, 같은 맛, 같은 사람들에 관해 제발 모든 것을 새롭게 다시 들여다보고 새롭게 느껴보라고 조용필은 노래한다. 그리고 그럴 땐 힘차게 일어서서 처음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윤도현의 <처음처럼>이나 <다시 한번> 처음을 노래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노랫말들을 떠올려 본다. Emerson Lake & Palmer 가 아무 계획없이 어린 영감을 노래한<From the Bignining>도 좋고….그리고 새로운 눈으로 돌아보라고 그 세랭게티 초원처럼 넓은 세상에 꿈을 처음 처럼 던지고 그 꿈을 좇으며 뛰어보라고 말한다. 심장이 뛰고 머리고 맑아지고 마치 새로 태어난 것처럼 모든 것들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지금 이 순간….
맛있게 노래 한 곡을 듣고 떠오르는 느낌, 그 느낌 그대로 쓰고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될 거 같다.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출장이건 여행이건 길을 나서면 뭔가 좋은 인사이트를 받게 되는 이 순간이야말로 내가 뭔가를 나누고 공유할 시간이다. 그의 노래로 인해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즐겁고, 나의 삶은 깊고 넓은 초원으로 나아간다.
<세랭게티처럼>
거침없이 푸른하늘
고개들어 달려가
멈춤없이 흐른 물을
온 몸으로 부딪혀
우린 모두 기억하지
맨 처음의 그 용기를
세상으로 내던져진
우렁찼던 생명을
오 !
빌딩들 사이로 좁아진 시선을
더 넓은 곳에 놔두고
사람들 틈으로 구겨진 어깨를
두려움없이 열어봐
여기 펼쳐진
세렝게티처럼 넓은 세상에
꿈을 던지고 예~
그곳을 향해서 뛰어가보는거야
드넓은 초원 위에 서서
비바람에도 버티는
뿌리내린 나무처럼
온몸으로 버텼어
오 !
늘같은 생각에 갇혀선 안되지
그럴 땐 힘차게 일어서
낮익은 거기를 처음인 것처럼
새로운 눈으로 돌아봐
여기 펼쳐진
세렝게티처럼 넓은 세상에
꿈을 던지고 예~
그곳을 향해서 뛰어가보는거야
워어우 워어우~다시,
워어우 워어우 음~ Hey
워어우 워어우~다시,
워어우 워어우 음 ~
아름다운 모든 소리 들리지
이 땅이 들려주는 이야기
이렇게 펼쳐진
세렝게티처럼 넓은 세상을
우린 눈 앞에 조그만 것들로
가끔 잊어버릴지도 몰라
맨 처음의 꿈을
그 맨 처음의 우릴
맨 처음의 꿈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