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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Jan 21. 2024

일요일밤 음악을 곁들인 근테크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관람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거의 9시가 다 되었다. 

영화의 완성도도 높고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몰입도도 높았다. 

다만, 영화를 보는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은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그럴싸한 우울함이 뒤섞여 있어서 그렇다. 

여느 때 같으면 소파에 누워 채널을 돌리거나 

그냥 퍼져 있을 시간인데,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일요일 늦은 밤 혼자 헬스장 문을 열었다. 

아 누군가 있구나! 코치 한 분이 PT지도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운동을 모두 마치고 인사를 한다. 


이제 나 혼자다 !!!!


혼자 헬스장을 쓰면서 에어컨까지 사용하는 게 너무 미안해서 전등은 두 개만 켰다.  

Mark Knofpler음악을 열어놓았다. 

6월 2일 PT를 처음 받고 바로 다음날부터 근력 운동을 하러 

새벽에 조용한 헬스장 문을 열고 틀어놓았던 음악이다. 


고등학교 때 Dire Straits를 통해 그의 음악을 접한 뒤로 

그의 음악은 점점 발전하였고 그룹활동을 그만두고 

영화음악과 자신의 앨범을 낼 때마다 늘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의 음악은 편안하다. 

오늘은 <Shagri-La> 앨범을 펼쳐놓는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 편안하고 아늑해서 내가 근력운동을 통해서 도달하고자 하는 

'내 몸을 지키기 위한 근력 키우기'뿐만 아니라,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하는 데까지 나를 안내해 줄 것만 같다. 


내 몸이 벌크 업되는 것과 동시에 

내 마음은 점점 더 고요한 숲 속으로 가고 싶은데, 

그 숲 속으로 안내하는 가장 좋은 음악 중 하나가 그의 음악이다. 

평온하고 행복한 느낌!! 

그리고 지금은 일요일 밤 9시!! 

빠른 템포의 음악과 사람들이 분주히 있던 곳에서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기구와 대화를 나눌 준비를 한다. 

외롭겠냐고? 

아니 내가 지금부터 대화를 나눌 기구들이 이렇게 즐비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외로울 틈이 있을까? 

각 기구들이 나에게 말을 건다. 

아직은 운동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그러다 보니 내 루틴은 하체와 상체를 번갈아 시행하는 것인데, 

무릎 보호를 위해 Leg Extension을 먼저 선택한다. 

하체 당기기 운동이다. 

첫 세트 12회를 마치고, 

곧바로 Lat Pull Down으로 이동해서 40킬로에 맞추고 

12회를 하려다가 힘이 남아 15회를 시행한다. 

이렇게 번갈아 4세트까지 진행, 마지막 15회를 하는데 힘이 달린다. 

마지막 2-3회는 무게추에 끌려가며 동작을 진행한다. 

코치님이 무게추에 끌려가지 말라고 했는데....

동작을 완벽하게 하는 게 중요하지 끝까지 당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그런데 막상 하다 보면 이렇게 끌려가면서라도 

마치고 싶은 욕심으로 마치고 만다. 


하체 밀기 운동인 Leg Curl을 20킬로에 맞추고 

오른 다리와 왼 다리 각각 15회를 진행한 뒤, 

상체운동은 앞서 당기는 Lat Pull Down과 반대로 

미는 Plate Loaded Incline Press로 옮겨 10킬로에 맞추고 15회를 진행한다. 

가벼운 느낌이 들어 20킬로로 교체하고 12회를 하는데 버겁다. 

다시 10킬로로 교체하고 세트를 마무리한다. 


Squart Press에 40킬로를 달고 15회 반복한다. 

발을 올려놓고 처음 시작할 때 조용히 눈을 잠시 감고 

허리와 다리와 몸이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서서한 스쿼드 자세를 누운 자세로 옮겨놓은 

이 기구를 만든 사람은 왜 이것을 발명했을까? 

분명 서서한 스쿼드와는 다른 운동효과가 있을 것이나 아직은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상체는 앞서 밀기의 반대가 되는 당기기 High Low를  선택한다. 

50킬로 그램을 달았다. 

아들은 120킬로를 단다고 하는데, 내가 아들과 비교할 수 있나? 

아들은 프로고 나는 아마추어도 아닌 헬린이다. 헬스 초보자다. 신경 쓰지 않으련다. 

반팔의 소매를 걷고 어깨 근육이 펴지고 오므려드는 그 미세한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동작을 한다. 

미세한 변화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낀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어깨가 약간 벌크업 되었다는 자신감과 실제로 펌핑된 근육으로 인해 

팽팽함이란 단어가 생생하게 살아온다. 

마크 노플러의 음악 앨범이 바뀌었다. 

What it is와 Sailing to Philadelphia가 

근육의 고통을 견디게 해 주고 감미롭게 해 준다. 

그가 작곡했을 시간과 공간은 나와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의 음악은 바로 내 옆에서 귀를 통해 온몸을 아늑하게 해 준다. 

그 리듬 안으로 내 몸과 마음이 밀려 내려간다. 

상체 밀고 당기기로 마무리한다.


일요일밤 깊어지고 넓어진 시간과 공간을 한껏 즐기며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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