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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Dec 24. 2023

SYML의 음악과 근력명상

@1. 감기로 어지러운 몸을 추스르며


온화한 날씨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주말부터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로 바뀌었다. 어제부터 감기 기운이 코와 목을 괴롭힌다. 이럴 때 이불속 피난처를 벗어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시간을 뒤척이며 애써 책을 읽는 척했다. 그러다가 문득 막내딸이 전해준 선물이 생각났다. SYML의 징글벨. 몸이 찌뿌둥하고 감기 기운이 있어서 가기 싫은 마음을 확 잡아채는 노래. SYML은 Brian Fennell로 알려진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및 음악 프로듀서, 음악적으로는 감성적이고 몽환적인 스타일의 음악을 한다. SYML의 음악이 깔려있는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한다면 너무 재밌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니 더 이상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문을 열고 길을 나서는 이 시작은 언제나 새롭다. 매서운 찬바람이 얼른 집에 들어가 쉬라고 나를 회유한다. 아무도 없는 헬스장에 오전 햇살이 스며들어 보기 좋다. 

@2. 스트레칭에 충분히 시간을 투자하다


두껍고 파란 매트는 운동 시작을 알리는 조건반사 도구다. 왼손을 짚고 지난 3주 동안 어깨통증으로 괴로워했던 오른팔을 쭉 뻗어 바닥에 펼친다. 짜르르 통증을 느낌과 동시에 통증 완화 기제가 동시에 작동한다. 한참 동안 통증과 통증완화 사이의 간격을 느끼다가 오른팔을 가슴 안쪽으로 밀어 넣고 온몸을 바닥에 늘어뜨린다. 허리부터 스트레칭을 할 때만 나타나는 묵직한 통증과 통증 완화 느낌이 이어진다. 스트레칭이 가진 매력을 새삼 다시 절감한다. 반대쪽을 번갈아 2회 하니 한결 몸이 가볍다. 양손을 바닥에 짚고 오른발을 끌고 와 오른손 옆에 나란히 놓고 왼발은 쭈욱 길게 뻗는다. 오른팔을 펴서 바닥에 댄다. 온몸이 스트레칭받는 느낌을 통해 몸이 이제 서서히 깨어난다. 


@ 3. SYML음악의 매력과 근력명상


먼저 어제 들었던 SYML의 징글벨을 다시 듣는다. 제임스 로드 피어폰트가 1857년에 작사 작곡하여 발표한 이 곡은 본래 "The One Horse Open Sleigh"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다고 한다. 징글벨이 크리스마스 시즌 때 자주 불려짐에 따라 크리스마스 캐럴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여태껏 들었던 징글벨들과 달리 차분해지고 근력명상을 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호흡이 편안해지며, 몸이 이완된다. 충분히 몸이 이완되어야 주동근에 집중할 수 있고 협응근과 길항근이 나서지 않고 주동근이 잘 작동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내 몸을 구성하는 근육들은 각기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역할만 구분되어 있지 궁극적으로는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지금 이 순간 느낀다. 


Where's My Love과 Mr. Sandman은 SYML이 2017년에 발표한 노래다. 그가 노래 부르고 내가 듣기까지 6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간 것이다. 문득 그의 이름과 음악적 바탕이 궁금해서 챗지피티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물어보기 전에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느리게 감정을 자극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아서 기분 좋았다. SYML은 웨일스어로 "simple"을 의미하고, SYML 자신의 웨일스 계통의 유산을 표현하기 위해 이 이름을 선택했다고 한다. SYML의 음악은 종종 간결하고 감성적이며, 복잡한 감정과 생각을 단순하고 강렬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 직관적인 감성과 단순함... 어딘지 나와 닮은 음악이라 그래서 끌렸고 마침내 이렇게 헬스장에서 근력운동과 연결시키고 있다. 

잔잔한 음악을 깔아 둔 채 덤벨 사이드 레터럴 레이즈를 5킬로로 올렸다가 어깨 통증이 발생한 지 3주가 지났다. 다시 3킬로로 그동안 수행해 왔는데 이제 통증은 거의 사라졌다. 정확히 동작을 수행하는 것이 먼저 임을 두 번 세 번 각인하며, 15회를 수행한다. 상체를 숙이고 다시 덤벨 사이드 레터럴 레이즈를 15회 수행한다. 대흉근에 집중하면서 어깨와 팔 전체를 날개로 삼아, 마치 내가 나비가 된 것처럼 동작을 취한다.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삐져나오는 거 같다. 


덤벨 프런트 레이즈까지 한 세트를 마치고 8킬로 스쾃 프레스를 35회 시행한다. 스쾃은 하면 할수록 더 운동하고 싶어 진다. 6월에 10회 4세트 수행도 버거웠는데 이제는 35회 4세트가 힘겹지 않다. 하체가 단단해지고 몸속 혈액이 순환하는 맑고 청량한 느낌이 든다. 이어서 16킬로 덤벨 슈러그를 시행한다. 팔뚝에 드러난 혈관의 선명한 줄들이 보는 내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 5개월간의 운동과정이 지금과 같은 작고 사소하지만 뿌듯한 결과로 몸에 새겨진 것이다. 


@4. 음악과 호흡 그리고 밸런스를 알아채며


지금 헬스장 가득 울려 퍼지는 SML의 음악을 들으면서 내 근육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내 호흡은 지금 정상적으로 움직이는지, 자세히 또렷하게 관찰할 수 있다. 음악이 주는 힘이다. 모든 음악 장르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 매력들을 내 생활 속에 끌어들여서 내 삶이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하는데, 내 삶이 즐거운데 가져다 쓸 수 있는 재료로. 그 오늘의 재료가 SyML의 음악이다. 헬스장에 비치는 아침 햇살과 잘 버무려져서 내 운동 리듬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킨다. 중량을 올리거나 과도한 제스처를 취하지 않아도 근육의 움직임을 찬찬히 살펴보고 호흡의 숨결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지금 알아챔에 최적의 음악을 만나는 것이다. 내 몸이 음악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본다. 빠른 템포로 가는 흥분이 아니라 느리게 움직이는 흥분, 잔잔한 흥분, 그래서 흥분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살짝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그런 흥이 음악에 실려온다. 기구들과 내 몸이 만들어내는 이 조화로운 느낌을 오늘 아침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다.  너무 매력적인 아침이다. 일요일 아침을 이렇게 매력적인 순간으로 만들 수 있다니!! 지나간 일요일 아침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오늘처럼 이런 잔잔한 흥분으로 촉촉한 땀이 흐르는 다가올 일요일 아침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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