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치(threshold) 또는 문턱값은 물리학에서 어떤 현상을 일으키게 하기 위하여 계(系)에 가해야 하는 물리량의 최소치를 말한다. 생물학, 생화학 및 의학 분야에서는 생물체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자극의 세기를 수치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고 한다. 흔히 '역치를 넘기다', '역치 이상의 자극 '(sup rathreshold)과 같은 표현으로 사용되며, 일상생활에서도 비유적인 표현으로서 '참을 수 있는 한계'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근력운동에서의 역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당연히 무게와 연관성이 있을 것인데, 역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어떤 종목이든 그 종목에 대한 세부 프로세스가 완전히 몸에 익어야 다음 단계인 역치를 넘기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플랫폼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중량 없이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PT를 시작한 지 석 달이 지났고 PT회수도 20회를 넘어선 시점에 변곡점을 맞게 되었다.
스무 번째 PT를 바벨 스쾃로 시작했다. 그동안 단점이던 흉추를 여는 과정, 호흡 조절, 골반을 열고 골반을 직선으로 내리며, 발바닥 전체에 힘을 받치고 밀어 올리는 각각의 동작들을 지켜본 최코치님께서 자세의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하신다. 그동안 매일 바벨 스쾃를 하면서 피드백된 내용들을 되짚어 연습한 것이 결과로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 뿌듯했다. 드디어 10킬로그램 원판을 양쪽에 달고 40킬로 바벨로 15회 4세트를 완성했다. 무게를 다니 숨이 차오르고 하체에 부하가 많이 걸린다.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흐른다. 이렇게 해내다니....
데드리프트는 첫 번째 관문으로 여겼을 만큼 세부 프로세스와 동작 각각을 잘 연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빈 바벨로 계속 진행했는데 첫 번째 세트를 마치면서 한번 더 가슴열기와 직선으로 뽑아 들고 밀어내리는 동작들 각각을 피드백받았다. 그리고는 곧장 30킬로, 50킬로, 다시 70킬로를 시행하면서 계속 무게를 끌어올렸다. 데드리프트는 허리와 무릎에 부담이 가는 운동으로 보이며, 편견을 가지게 된 게 벌써 6년 전 일이다. 아들이 데드리프트를 시행하는 걸 처음 보았을 때 허리와 무릎을 조심하라고 했었다. 막상 내가 무게의 역치를 넘어서면서 전혀 무릎과 허리에 부담이 가지 않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자신감과 함께 근력운동을 하는 뿌듯함을 느낀다. 나의 근력운동 역사에서 변곡점을 맞은 것이다. 역치를 어떻게 느끼고 넘어설 것인가라는 새로운 화두를 받아 들었다.
스쾃 프레스 종목에서는 그동안 최대 70킬로를 소화했으나, 오늘은 120킬로까지 올린다. 여기서도 역치를 넘어서는 일이 생겼다. 지난 넉 달간 구축된 플랫폼, 내 몸에 새겨진 스쾃 프레스 루틴 위로 무게를 올리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아님을 수행하면서 깨닫는다. 하체에 가해지는 부하를 즐겁게 받아들인다. 숨이 차고 땀도 흐르지만, 몸의 근저에서 올라오는 뿌듯함과 짜릿함을 동시에 맛본다. 그동안의 노력이 어디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축적된 보상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내 몸에 구축되는 플랫폼, 그리고 플랫폼에 무게를 더하고, 그 무게를 올리며 역치를 넘어서는 변곡점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 변곡점들이 나를 어느 항구 어느 도시로 데려갈지 설레고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