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로나무 Oct 03. 2023

Reset/Reboot와 변곡점

리셋은 기기, 조종장치 등의 시간이나 숫자를 다시 맞춘다는 의미가 있다. 다시 제자리에 넣거나 고정시킨다는 의미도 있다. 또한 시스템의 일부가 과열현상을 일으키거나 노이즈 등에 의해 동작이 이상하게 되었을 때에도 리셋은 유용하다. 리부트는 재시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교 3학년 때 동생을 군입대 시키고 자취방으로 와보니, 모든 게 엉망인 거 같아 자전거를 타고 춘천 가는 길로 무작정 나섰다. 네다섯 시간 그렇게 자전거를 타며 몸을 소진시키고 나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몸을 통해 마음을 정리하는 이 습관은 그 이후 마라톤과 MTB, 스피닝자전거를 통해 꾸준히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추석 연휴의 첫날, 지난 석 달 넘게 해 왔던 근력운동을 새롭게 정립하고 싶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싶은 마음, 리셋하고 리부트 하고 싶은 의욕이 차오른다. 그동안 해왔던 과정을 돌아보고 앞으로 변화될 지점을 향해 새롭게 운동을 시작하고 싶어졌다. 


연휴의 첫날이라 서두르지 않고 최대한 느긋하게 과정 전체를 즐길 준비를 마음속으로 마쳤다. 먼저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내가 스트레칭을 하는 이유는 몸을 푸는 것도 있지만, 운동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통증을 예방하는 데 있다. 근력운동을 하기 전에는 수동적으로 어깨나 목에 통증이 오면 어떻게든 그걸 없애려고 노력하기 바빴다.  지금은 선제적으로 팔, 어깨, 가슴, 등 근육운동을 한다. 내 몸에 끌려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내 몸을 끌고 가는 삶으로 바뀐 것이다. 

리셋과 리부트는 근력운동만 해당되지 않고 나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관점과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확장된다.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변곡점이 만들어지는 순간이 된다. 만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보다는 만나는 사람과의 질적인 폭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타인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고 그것을 통해 내가 얼마나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그 내면이 끝없이 확장되는 꿈을 꾼다. 그게 동심원처럼 아주 가볍게라도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몸과 마음은 함께 간다. 근력운동은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힘이 된다. 


매트를 깔고 그동안 아들과 최코치에게 배웠던 어깨와 상반신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한다. 그리고 최근 유튜브에서 배운 폼롤러를 이용한 스트레칭은 몸에 롤러가 직접 닿으며 찌뿌둥한 근육을 풀어주기에 그만이다. 누워서 할 수 있는 다리 스트레칭을 한 후, 최근 주목하고 있는 스포츠의학 전문 홍정기 교수의 어깨와 관련된 운동 다섯 가지, 그리고 마지막은 태극권 준비운동 두 가지 동작인 어깨 돌리기와 어깨 풀어주기로 마무리한다. 20분간 몸이 풀리고 땀이 차오른다. 나만의 스트레칭 구도를 완성해 나간다. 앞으로도 나의 스트레칭 루틴은 계속 변화발전할 것이다. 스트레칭을 통해 매일 리셋하고 리부팅하면서 나의 몸과 근육 그리고 마음이 성장하는 멋진 모습을 그려본다.  


레그 익스텐션을 다른 분이 하셔서 오늘은 하체 당기기 운동인 닐링 레그 컬로 시작한다. 8가지 종목을 한 세트씩 순회하기로 전략을 세운다. 상체 당기기 운동인 렛풀다운, 하체 밀기 운동인 스쾃 프레스, 상체 밀기 운동 플레이트 로디드 체스트 프레스, 하체 밀기 운동 레그 익스텐션, 상체 당기기운동 하이 로우, 하체운동 바벨 스쾃, 데드리프트 순서를 매세트 반복한다. 모든 종목 진행에 있어서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신경 쓴다. 운동을 할 때 주로 사용하는 근육에 비해 그동안 다른 부분이 과도한 힘과 긴장을 불어넣었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특히 최코치님의 메시지를 다시 떠올려본다. 힘이 좋은 사람들이 운동을 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성이라고 한다. 신경 쓰면 고칠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부분과 전체와의 관계를 계속 생각한다.

모든 운동은 부분을 발달시키는 운동이다. 이때 몸 전체의 긴장을 완전히 내려놓고 그 부분에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종목별로 골고루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고 근력을 향상할 수 있다. 몸 전체와 온 신경을 부분에 집중시키되, 이완된 상태에서 집중시킨다. 이렇게 하니 사소한 통증들을 유발했던 이전과는 다른 느낌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내 근력운동 인생에 변곡점 하나가 만들어졌다. 변곡점은 곡선 위에서 굴곡의 방향이 바뀌는 지점이다. 대변혁의 전환점을 뜻하기도 한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변곡점이 한두 번이라면 얼마나 지루하고 시시한 인생인가? 매일 리부트 하고 매일 변곡점을 만드는데 근력운동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운동을 마치고 스트레칭을 한다. 이 역시 이전과는 다른 패턴이다. 몸을 잘 사용하고 잘 쓰기 위해 아껴야 하는데 그 아끼는 방법 중 최고의 선물이 운동 후 스트레칭이다. 한 시간 동안 썼던 몸을 다시 제자리로 돌리고 힐링을 하며, 조용히 명상에 잠긴다. 몸을 리셋하는 것과 생각을 리셋하는 것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맞을 일들을 대하는 마음을 리셋하는 것과 힘차게 재시동을 거는 것에 관하여,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낼 내 인생의 변곡점에 관하여. 어느 특정한 한 두시기에 국한되지 않고 매일 매일 리셋하고 리부팅하여 변곡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헬스장 문을 나선다. 







매거진의 이전글 헬스장 Tour와 굳은 살의 뿌듯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