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로나무 May 06. 2024

한계점을 안다는 것과 넘어선다는 것


#1. 통증을 잊게 해 준 운동의 고마움


허리를 아파본 사람은 안다. 통증이 없는 삶이 얼마나 화려하고 멋지고 럭셔리한 삶인지를…. 아침에 출근을 위해 양말을 신지 못해 아이들에게 양말을 신겨달라고 부탁하는 그 가슴 아픈 상황과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도했던 수백 가지 방법 중 가장 근사치의 답은 운동에 있었다. 꾸준한 운동만이 급성통증과 만성통증에서 나를 해방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 무릎을 다쳐본 사람은 안다. 걸을 때마다 조금씩 기분 나쁘게 파고들어 오는 통증의 날카로움을…. 나는 수술이 아니라 운동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해답을 찾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내 몸을 내가 완전히 안다면 모를까 시시 때때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므로 그저 통증이 줄어들거나 느끼지 못하면 너무너무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2. 하체 운동의 즐거움


하체 운동은 허리와 무릎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하체 운동을 하는 것이 즐겁다. 하체운동의 효과는 적어도 상체운동의 2배 이상된다는 얘기도 하체 운동에 집중하게 만든다. 지면과 단단히 맞닿아 있으면서 몸 전체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알아채고 활용하게 하는 발바닥, 몸 전체의 하중을 견고하게 받치고 있는 발목의 가동성과 유연성, 종아리 근육과 대퇴 사두근의 단단함을 하루하루 더하게 만드는 하체운동은 혼자서 운동할 때도 전혀 지겹지 않다. 레그 익스텐션과 레그 타이, 레그 컬, 스쾃와 같은 운동은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 하지만, 데드리프트는 하체 전체를 단련시키는 좋은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PT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난이도도 높고 무게에 대한 두려움이 내게는 너무 크다.


#3. 한계점을 안다는 것


오늘은 PT에서는 데드 리프트를 먼저 시작한다. 최대 100kg까지는 시도해 봤는데,  코치님이 110kg 달았다. 일단 그 110 킬로키로 라는 무게가 주는 두려움이 몸 전체에 퍼진다. 아직은 척추 디스크 환자다. 통증을 잘 제어하고 있을 뿐이지, 병력이 37 년 되었다. 혹시라도 허리에 통증이 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서움과 두려움이 앞선다. 이전에 100kg을 돌파했던 기억에 대한 믿음,  그리고 오늘 자세 잡는 컨디션이 비교적 괜찮아서 일단 나를 믿기로 했다. 그렇지만 뭔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오늘 처음으로 허리 벨트를 맸다. 한 번도 벨트를 매보지 못했는데 벨트를 이렇게 꽉 매는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었다. 완전히 꽉 매고 나니까 안심이 된다.


#4. 한계점을 넘어선다는 것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데드리프트의 기본 적인 요령과 이 종목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봤다. 하체로 바를 뽑아 올리는 것, 절대 상체를 들거나 허리를 쓰는 운동이 아니라, 발바닥에서 시작해 발목과 하체 햄스트링 등을 사용하는 것 등의 기본적인 내용을 계속 생각하면서 자세를 잡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처음에 빈 바로 데드리프트 자세를 잡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적응하는 과정에서 햄스트링과 골반을 사용하고, 발목과 발바닥에 힘을 주게 되었다. 들어 올리는 게 아니라 뽑아낸다는 느낌,  그리고 바를 휘듯이 잡는 그 자세들을 스캔하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숨을 들이마셔 배안에 담고, 호흡을 멈추고 하체에 집중한다. 발바닥에서부터 정강이 그리고 허벅지와 햄스트링, 골반에 집중한다. 한 번 뽑아 올렸다. 거울 속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내려놓고 두 번째 연이어 세 번째 한계점을 넘는 경험을 했다. 정수리에서부터 짜릿한 느낌이 몸에 퍼진다.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다. 한계점을 넘어서는 기쁨. 두려움이 나를 멈추게 하지 않고 두려움을 안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대견하다. 앞으로 당분간은 이런 무게에 다시 도전하지 않을 거다. 오늘은 엄청난 성취감이 밀려온다. 오늘의 성취는 단순히 110kg을 성공시켰다는 것을 넘어서서  지난 9개월간 몸 전체의 밸런스가 잘 잡혀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왔다는 증거다. 하체의 균형, 상체와 하체의 균형, 각 근육 간의 균형, 근육의 밀도와 발목의 유연성, 발바닥의 민감도 등등. 무엇보다 동작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가동성이  전반적으로 좋아지지 않으면 성취하기 어려운 경험을 한 것이다.


더 넓게 생각해 본다. 운동의 이유가 단순히 어떤 한계점을 돌파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 성취감의 후유증은 아주 오래갈 것이다. 운동을 하건, 일을 하건 이런 성취감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삶이 주는 축복 중 하나이므로



























매거진의 이전글 낯선 공간에서의 근력운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