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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Apr 10. 2024

봄기운 머금은 양갈비와 새우튀김 그리고 친구와의 추억


양은 중동 지역에서 처음으로 가축화된 동물 중 하나로, 그 이후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다고 한다. 오늘날 양고기는 중동,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일부 유럽 국가들과 같이 전통적으로 양을 많이 사육하는 지역에서 여전히 중요한 식품이라고 한다. 양고기는 그 맛과 영양학적 가치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며, 특히 칼륨, 아연, B 비타민 그룹 및 철분이 풍부하여 많은 건강 이점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이런 양고기는 요리를 잘하지 않으면 먹기가 쉽지 않은 고기이기도 하다. 1년에 서너 번 먹을까 말까. 그것도 대부분 양꼬치를 먹지 양갈비는 접하기 쉽지 않다. 삼각지에서 양고기를 먹은 기억을 포함해도 작년에 단 한번 먹었었다.


예년과 달리 4월이 되어서야 벚꽃을 볼 수 있다. 30년 만에 만났던 친구와 자주 보자고 해놓고선 해를 넘겼다. 그동안 진행된 의료기기 사업의 근황도 궁금하고 우리가 가진 의료기기 기술과의 협업가능성도 타진할 겸 길을 나선다. 전철 안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봄기운을 감지할 수 있다. 작년에 맛본 양갈비의 맛에 관한 기억들이 희미하게 밀려온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주인장께서 얼굴을 알아보시길래 깜짝 놀랐다. 아마도 내가 맛있게 먹고 덕담을 많이 해드린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7개월이나 지났는데…. 장사하시는 분들이 눈썰미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 말의 의미를 또 한 번 되새겨본다. 둥글둥글하게 손질한 참숯의 붉그스름한 빛깔과  반듯하게 커팅된 양갈비의 진한 빛깔이 서로 잘 어울린다. 지금부터 내가 너를 맛나게 요리해 줄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숯불이 양갈비에게, 양갈비는 숯불에게 어서 데워달라고 서로 말을 걸고 있는 듯하다.

밑반찬으로 나온 땅콩을 먹으며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가 말한 ‘레스베라트롤’이라는 폴리페놀 화합물을 떠올린다. 포도 껍질, 빨간 포도주, 땅콩, 딸기, 크랜베리 등 일부 식물에서 발견되는 이 성분은 항산화, 항염, 심혈관 보호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행들에게 땅콩을 껍질째로 드실 것을 권하며 간단히 설명을 하고 있는 새 고기가 점점 익어간다. 은근한 화력을 자랑하는 숯불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뭉근하고 은은한 열기의 숯불을 보면서 젊은 시절 장작불같이 한 방에 뭘 하려고 했던 성급함을 떠올린다. 세상 일이 그렇게 쉽게 진행되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참숯불은 뭉근하고 은은하고 지속적인 것이 훨씬 가치 있음을 지금 이 순간 느끼게 해 준다. 완전히 익은 양고기 한 점을 입안에 넣는다. 양이 숨 쉬며 호흡했던 대지의 기운을 상상해 본다. 맑은 하늘과 별빛과 이따금 들려오는 목동의 소리들 그리고 되새김질하며 넘긴 수많은 풀들의 향기를 상상한다. 양고기의 맛은 나의 생각 속에서 배가된 맛을 선사한다.

새우튀김 요리는 아주 특이하다. 보통의 새우튀김은 주로 단맛의 소스와 어울리는데, 이곳의 새우튀김은 아주 담백하고 단맛이 없어서 너무 좋다. 새우튀김을 둘러싼 붉은 고추는 그 껍질이 두툼하고 고소하고 맵지 않아서 좋다. 초등학교 때 동화책에 등장했던 새우튀김을 떠올리게 한다.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하나는 과거의 기억에 관한 것이다. 두툼한 새우살과 아삭한 껍질을 먹으면서 동화책 속의 새우의 색깔과 모양을 그려본다. 시각 이미지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빛바래고 퇴색했을 것만 같은데 생생하게 이미지로 떠오른다. 물론 당시의 색깔과 모양은 절대 아닐 것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세월을 넘어서는 기억력의 매력에 빠져든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동안 내 뇌배선 중 장기기억과 연결된 배선,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뇌 배선이 활성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 주변 배선들을 자극시키며 어릴 적 향수를 하나씩 하나씩 떠올린다. 동그란 모양의 딱지, 껌종이 놀이, 병뚜껑 놀이, 비사치기, 오징어, 가끔은 고무줄, 겨울밤 온돌방에 배를 깔고 보던 동화책까지 추억들이 굴비두름처럼 끌어올려진다. 또 하나는 동화책에 등장한 새우튀김을 실제로 먹어보기까지 꽤 오랜 세월이 걸렸다. 그 세월 동안 새우튀김에 대한 낭만적인 이미지는 계속 증폭되었다. 바삭한 껍질과 고소한 새우살을 먹고 나자마자 그 낭만적인 새우튀김의 이미지도 공중으로 산산이 부서져 날아가버렸다.

선물로 챙겨 온 쿠키와 에그타르트를 나누어 받은 주인장께서 서비스 안주로 토마토슬라이스를 곁들인 계란 스크램블과 고기즙을 잔뜩 머금은 부추물만두를 내어주셨다. 이것이 정통 중국 스타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치 손흥민이 축구공을 가지고 논 것처럼, 토마토가 가진 장점의 최대치를 끌어낸 듯이 적당한 온도로 가열한 토마토와 부드럽고 모양을 살린 계란 요리는 일품이었다. 뜨끈한 국물을 머금은 만두는 미니 해장국처럼 느껴져 다시 술잔에 손이 갔다.


음식은 과거의 미각만 깨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도 깨워준다. 그 잠깐동안의 기억과 미각여행에서 돌아와 친구의 얼굴을 보고 잔을 부딪치며 이번에는 친구와의 기억을 떠올린다. 40년 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우린 편한 친구사이가 되었다. 태백에서 강릉으로 떠나오면서 생긴 고독감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위로해 주던 친구가 있었기에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대학 입학 이후 이따금 소식을 듣다가 끊어진 지 30년이 훨씬 지났다. 그런데 그 세월이 무색하게 마치 우리가 고등학교 갓 졸업하고 만난 것처럼 편안하다.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친구들과 싸우다가 날린 의자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를 바라보며 미안해하던 친구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고 허망한 소식을 전해 들었었다. 앞으로 아프지 말고 자주 보자고 얘기하며 전철역으로 향한다. 온갖 꽃향기 묻은 봄기운이 밤하늘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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