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력적인 식재료
복어는 지방 함량이 낮고 단백질이 풍부한 생선으로, 적은 칼로리로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복어는 단백질 양이 보통의 생선과 비슷하나, 지방은 대단히 적은 어종이다. 단백질 함량은 100g당 20g 정도인데 반해 지방 함량은 1g도 채 안 될 뿐 아니라 지방 중 20% 가량이 EPA·DHA 등 혈관 건강에 유익한 오메가-3 지방이다. 복어 살은 희고 맑으며 기름기가 없어 담백하다.복어에는 이노신산, 글리신 및 알라닌과 같은 아미노산들이 풍부하여 감칠맛과 단맛이 있다. 메티오닌, 타우린과 같은 함황 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아 간의 해독 기능을 돕고, 숙취의 원인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해 숙취해소 음식으로 애주가들의 사랑받고 있다. 또한 조직이 단단하여 탄력이 있으며, 콜라겐이 많아 식감이 쫄깃쫄깃하다. 콜라겐은 맛이 뛰어나며 관절 건강에 이로운 성분으로 여겨진다. ‘바다의 육류’라고 불릴 만큼 육질이 질긴 것이 특징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종합정보시스템)
@2. 복국 이력
2006년 겨울날 부산에 계신 선배님과 밤새 진하게 인생이야기를 한 보따리 받아들고 대취했었다. 다음날 겨우 겨우 일어났을 때 입은 바싹 마르고 전신에 기운이 없고, 속은 쓰리고 머리는 아파왔다. 뜨끈한 참복국 한 그릇을 정신없이 먹으며, 내가 지금 여기 살아있음을 그것도 아주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화장실에 가서 웃고 나온 적이 있다. 그 뒤로 복어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2016년 겨울 어느 날, 진폐로 노쇠해진 몸을 이끌고 청량리역에서 만났던 나의 아버지. 얼굴에 핏기가 별로 없었고 몸을 가누는 것도 힘겨워하셨다. 기관지에서는 그렁 그렁하는 소리가 나서 모시고 가는 내내 가시밭길을 걷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애가 들어간 복국을 한 그릇 드시고 나시자 열굴에 핏기가 돌고 혈색이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이 음식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겼다.
2024년 봄날.... 전날 오후 5시에 식사를 하고 다음날 오후 12시까지 19시간 간헐적 단식을 하고 난 뒤 맞는 점심상에 복불고기, 복어 튀김, 복어 지리탕을 올려 굶주린 위장과 온 몸을 한껏 위로해주던 복어
@3. 복껍질 재발견
태종대를 언제 가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가는 길에 한국해양대학이 있음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주먹다짐 일보직전까지 갔던 친구가 진학한 학교라는 기억이 스멀 스멀 올라온다. 이 친구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
점심식사가 한창인 식당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어 맛집의 기대감으로 충만한 기분이 들었다. 밥상위에 등장한 복껍질의 모양에 놀랬다. 그동안 여러 가게에서 복어 요리를 먹어보았지만, 복껍질을 아무런 양념없이 내온 곳은 여기가 처음이다. 비린 잡내가 전혀 없고,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감칠맛이 더해진다. 도대체 어떻게 만든 것일까 ? 복 껍질이 이렇게 매력적인 음식인가 ? 아무런 맛이 나지 않는 지점에서 출발했다가 씹으면 씹을수록 은은하게 퍼지는 쫄깃한 식감과 입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고소한 맛.
드디어 복국이 등장했다. 국물 한 술을 떠먹는 순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 가게가 처음이라는 박과장님도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띠운다. 가족들에게 안심하고 추천할만한 맛이라고 흥분하신다. 복어 껍질을 반 접시 복국에 넣었다. 따뜻한 국물의 세례를 받은 복껍질의 맛은 또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
@4. 완벽한 복국
우선 복국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맑은 국물에 듬성 듬성 썰어놓은 세조각의 복어 살점의 싱그러운 모양, 가늘고 길어서 가장 맛있을 법한 콩나물을 보니 식재료를 고르는 데에 엄청난 정성이 쏟아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제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복어와 부드러운 콩나물로 해장 제대로 되겠다고 생각했다.
한 술 국물 한술 뜨는 순간 새로운 맛의 세계가 입안 가득 펼쳐진다. 잠시 눈을 감고 한숟갈 국물을 머금으며 명상에 잠긴다. 맑고 투명하면서도 속시원한 맛 속에 층층이 쌓여있었던 시간들을 떠올린다. 그 적층된 시간속, 날 것에서 익은 것으로 향하는 육질의 변화를 가늠한다. 그 육질의 변화속에 국물의 화학적 변화를 생각한다.
복국에 후추를 뿌렸다. 한 단계 새로워진 나만의 국물을 떠먹는 재미 !! 보드라운 복어의 육질이 입안을 간지럽힌다. 먹는 재미가 어떤 것인지 또 한 차원 지평을 넓혀간다. 국물을 다 마시던 패턴에 변화가 필요하다. 국물을 국물로 흡입하는 것이 아니라 입안에서 굴리면서 최대한 즐기고 그리고 딱 멈춘다. 바닥을 다 드러내지 않더라도 충분히 주인장에게 내가 맛있게 먹었음의 예의를 표했다.
@5. P.S - 복튀김과 열무 김치
조촐하게 한 접시 반찬으로 내어준 복튀김을 먹으려 하자, 해양대학교 선생님께서 “아! 그거 드시지 마세요. 별도로 복튀김 주문했어요 ” 하신다. 궁금해서 한 입 베어 물었다. 뼈째로 튀겨 냈기 때문에 먹기 불편하다고 하신 취지와 상관없이 튀김은 맛있었다. 겉촉속촉의 느낌 역시 새롭다. 겉바속촉만이 튀김의 진리가 아님을 맛으로 증명해준다. 겉도 촉촉하고 속도 촉촉하다. 튀김 옷을 얇게 입혀서 복어 고기의 맛을 그대로 살려주었다. 곧이어 등장한 복어 튀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복어 살이 꽉 차 있는 튀김이다. 특히 살이 터져나갈 것 같은 볼륨감을 자랑해서 과식하고 말았다. 튀김옷이 얇아 살이 터져나갈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튀김을 먹는 건지 그냥 보고 고기를 먹는 건지 헷갈린다.
밥상에서 즐거운 축제를 벌이는 내내 섬광을 비춰주는 열무김치. 아삭하고 시원함이란 단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맛의 세계를 열무김치는 숨겨두고 있다. 소금에 절인 채소가 대기와 호흡하는 순간이 쌓인 시간들을 상상해내기 어렵다. 요리하는 분의 손길대로 따라 움직이는 채소들의 물리적인 변화와 화학적인 변화의 세계를 나는 깊이 감지하지 못한다. 그 과정을 거쳐 지금 젓가락으로 길어올려 잎안에서 미각 수용체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경험만 고스란히 남는데, 그 맛의 깊이를 느낄 때마다 새로움과 과거의 맛이 서로 순환하고 있다. 살아있음을 비로소 느끼게 해주는 섬광같은 열무 김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