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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에서 3일 : #5 비엔나 중심가 2

by 새로나무

만족할만한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의 도시 비엔나에 입성한 만큼 대표적인 가게인 카페 자허로 간다. 가는 길에 5년 전 커피가게는 식료품점으로 바뀌었다. 분명히 저기서 커피도 마시고, 멍 때리면서 사람들 구경도 했었는데, 추억 속의 공간을 확인할 수 없다니 아쉽다. '왜 우리는 디저트를 먹는가? 디저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비엔나를 대표하는 디저트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이런 의문들을 잠시 해본다. “그가 오늘 저녁 나를 부끄럽게 하지 않도록 하십시오!”라는 문구가 기다리고 있는 카페 자허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디저트와 비엔나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디저트(Dessert)"라는 단어는 프랑스어 "desservir"에서 유래되었으며, 이는 "테이블을 치우다"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16세기부터 사용되었으며, 메인 요리가 끝난 후 제공되는 달콤한 음식을 가리키게 되었다. 13세기 무렵 아랍 상인들에 의해 설탕이 유럽에 전파되면서 디저트가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설탕의 생산이 늘어나고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디저트는 점차 귀족뿐 아니라 중산층 사이에서도 보편화되었다.


16~17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면서 프랑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디저트가 예술적으로 발전했다. 설탕 공예와 초콜릿이 인기를 끌었고, 다양한 형태의 케이크와 타르트가 등장했다.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후 코코아가 유럽에 전파되며 초콜릿 기반 디저트가 탄생했다. 초콜릿 음료는 처음에는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초콜릿 케이크, 쿠키 등으로 다양화되었다.


18~19세기 산업혁명으로 설탕과 밀가루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며 디저트는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제과 기술이 발전하고 냉장고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서 아이스크림, 젤라토와 같은 냉동 디저트가 인기를 끌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디저트와 비엔나를 등식에 올려놓는데 그 근거는 무엇일까? "커피와 디저트의 도시"

비엔나 디저트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부터 이어진 요리 문화의 산물로, 클래식한 레시피와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를 이룬다. 맛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정교하게 꾸며진 디저트는 예술 작품과도 같다. 비엔나는 커피 문화의 중심지로, 디저트는 항상 커피와 함께 즐기는 것이 전통이다.


자허토르테(Sacher Torte)는 비엔나를 대표하는 초콜릿 케이크다. 1832년 폰 메테르니히 왕자는 16세의 수습 제빵사 프란츠 자허에게 안목 있는 손님들을 위해 케이크를 굽도록 의뢰했다. 달콤하고 귀한 명품은 초콜릿과 살구잼, 생크림으로 만들어야 한다. 오리지널 자허 토르테(Original Sacher Torte)는 이제 비엔나의 문화 및 요리 최고의 상징 중 하나로 간주된다. 쥐트도이체 차이퉁(Süddeutsche Zeitung)에 따르면,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인간관계의 화폐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비엔나를 대표하는 디저트는 이외에 아펠슈트루델(얇은 반죽 속에 설탕과 시나몬으로 양념한 사과, 건포도, 견과류를 채운 디저트), 파우너슈핀(자두잼을 채운 작은 덤플링 형태의 디저트), 크라프펜(도넛과 비슷한 디저트로, 속에 살구잼이나 크림을 채워 튀겨낸 후 설탕을 뿌린다), 린처토르테(견과류가 들어간 버터 반죽과 과일잼(주로 라즈베리)을 사용해 만든 케이크)등이 있다고 한다.



오후 늦은 시각이어서 다행히 줄이 길지 않았다. 곧 안내를 받고 2층 창가에 자리 잡았다. 커피와 차는 각자 주문하고, 오리지널 자허토르테 하나를 주문했다. 나는 난생처음 로열 얼그레이 티를 주문했다. 은은한 얼그레이와 달리, 차 맛은 화려했다. 얼 그레이는 약간 밝은 이국적인 맛인데 로열이 붙은 이 차는 찻잎 속 감춰졌던 에너지를 밖으로 분출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붉은 빛깔로 장식된 실내의 화려한 분위기가 내 입맛을 약간 붉은빛 흥분상태로 몰고 간 영향도 있는 듯했다.


초콜릿 케이크 위에 동그란 초콜릿 한 조각이 인장처럼 붙어 있다. 케이크 한 점을 크림에 찍어 먹어본다. 진한 초콜릿 향기와 함께 달지 않은 달콤함이 입안 가득 부드럽게 번진다. 달콤함이라는 옅은 동심원이 은은히 퍼져나가면서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비엔나가 선사하는 맛, 그 맛은 달달함에도 다양한 깊이가 있다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단 맛을 감싸안는 화려한 차의 맛과 달콤한 초콜릿이 서로 입안의 중심을 차지하기 위한 경연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이 공간에서 이런 경연을 느꼈을 수많은 사람들과 세월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가는듯한 착각 속에 잠시 빠져들었다.

슈테판 성당(Stephansdom)은 고딕 건축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12세기에 처음 세워진 이 성당은 특히 136.7m에 달하는 남쪽 탑(Steffl)이 상징적이며, 성당의 화려한 모자이크 지붕이 아름답다. 장엄한 고딕 양식의 기둥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특징적이다. 중세 시기 성당 주변이 주요 묘지로 사용되었으나, 1732년부터 묘지가 폐쇄되었고, 성당 지하의 카타콤베가 새로운 매장지로 사용되었다. 카타콤(Catacombs)은 주로 종교적 목적, 특히 매장을 위해 사용된 인공적인 지하 통로라고 하는데, 합스부르크 황실의 일부 인물들의 유골도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왠지 거기는 가고 싶지 않아 성당 내부에서 잠시 멍 때리면서 조용히 묵상했다.

대성당은 정형화된 고딕 스타일의 느낌이 있음과 동시에 천장의 곡선들을 보면 가우디가 제작했던 성 가족 대성당에 라인들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아주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다.


룩셈부르크 노틀담성당 지하 2층의 기도실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올렸고 그 인연으로 세례도 받았다. 코로나 이후 냉담자가 되었지만, 성당에 오면 언제나 마음이 편안하고 깊이 깊이 내면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 좋다. 그동안 예수의 삶에 관한 자료를 많이 접하면서, 종교적 측면보다는 일상적 삶의 측면에서 그를 보고자 노력했다. 레자 아슬란(Reza Aslan)의 책 <Zealot: The Life and Times of Jesus of Nazareth>는 예수의 삶을 역사적 맥락에서 재조명한 작품이다.


예수를 종교적 아이콘이 아니라 1세기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한 사회적, 정치적 혁명가로 묘사한다. 당시 유대인은 로마의 식민 통치 아래 있었으며, 경제적 불평등과 종교적 탄압으로 인해 깊은 불만이 쌓여 있었다. 예수의 가르침은 본질적으로 로마 제국과 그에 협력한 유대 종교 지도자들에게 저항하는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며, 가난한 자, 억압받는 자, 사회적으로 배제된 자를 위한 메시지를 전했다. 아슬란은 예수의 메시지를 "사회적 혁신"과 "정의의 실현"을 중심으로 해석하며, 그의 가르침이 당시 체제를 뒤흔드는 급진적 성격을 지녔다고 주장한다. "유대인의 왕"이라는 칭호는 로마 제국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해석될 수 있었으며, 이것이 결국 예수를 십자가형으로 이끌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역사적 예수와 초기 기독교 신학이 형성한 "그리스도 예수"를 명확히 구분하려 노력한다. 즉, 아슬란은 기독교의 신학적 예수가 시간이 지나며 예수의 역사적 정체성과 멀어졌다고 주장한다. 아슬란의 Zealot은 예수를 단순히 영적 구세주로만 보지 않고, 그의 삶과 메시지를 당시의 역사적·정치적 맥락에서 재해석하여, 예수가 왜 로마 제국에 도전했으며, 어떻게 그 도전이 그의 처형으로 이어졌는지 설명한다. 종교적 예수가 아닌, 역사적 예수에 초점을 맞추며 그를 인류사에서 중요한 정치적 혁명가로 재조명한다.



미술관에서 보았던 예수와 성모마리아의 소박한 작품들과 슈테판 대성당의 예수와 성모마리아 작품들이 서로 대비된다. 인간 예수에 조금 더 가까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동안,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서 성당 안에서는 잠시 머물렀고, 성당 꼭대기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조용히 전망을 오래 즐길 수 있었다. 비엔나 시내가 한눈에 다 들어오는 멋진 광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교회 꼭대기의 건축물들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사람들의 손의 위대함에 감탄을 연발했다. 시내 전경을 찍는데 쇠창살 사이로 스마트폰을 떨어뜨릴 듯한 아슬아슬함을 즐겼다. 앞으로 이틀, 프라하와 부다페스트를 돌고 다시 3일 동안 걸어야할 거리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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