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나 때보다 우수한 팀원들

2장. 개입하지 않았는데 굴러간다!

by 최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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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면 팀은 무너질까? 많은 팀장이 이 질문 앞에서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팀원들은 팀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능하다.


내가 2003년 LG전자 연구소에 입사할 때의 경쟁률은 약 30대 1이었다. 당시엔 높은 경쟁률이었다. 그런데 최근 SK주식회사 AX 공채 경쟁률을 보니 100대 1을 훌쩍 넘는다. 단순히 경쟁률만 높아진 것이 아니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입사 전부터 6개월에서 1년 간의 부트캠프를 수료하고 온다. 때로는 학업과 병행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수준의 경험을 갖추고 있는 경우도 있다. 신입이 아니라 마치 경력사원이 들어오는 것 같다.


학습의 속도도 빠르다. 내 세대가 대학 4년 동안 배운 컴퓨터공학과의 커리큘럼을 지금의 취준생들은 온라인 강의와 부트캠프를 통해 6개월 내에 소화한다. 글로벌 최상위 대학의 강의를 온라인에서 무료로 수강하고, 구글과 메타의 현직 개발자가 만든 튜토리얼로 실습한다. 생성형 AI는 24시간 개인 튜터 역할을 해준다.


이러한 변화를 직접 체감한 적이 있다. 한때 내가 담당하던 팀에는 국내 최상위 대학교의 석박사들이 있었다. 모두 나보다 학력이 높았고, 특히 문해력과 이론적 깊이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러한 이유로 나도 모르게 위축되었는지 더 똑똑하게 보이려고 애썼고 더 경험이 많은 것처럼 행동했다. 팀원들이 모르는 무언가를 발견하면 잘 간직했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선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러운 시절이었다.


그러던 중 N사에서 목격한 장면이 내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고졸 출신 부사장이 전사 개발 총책임자로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고, 하버드 박사 출신의 주니어 직원이 채용 면접자들을 면접실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그 주니어는 영어와 불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해외법인들과 인사기획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박사 학위자가 면접 장소를 안내하는 상황을 보았을 때, 이 조직은 무언가 단단히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닌 일의 현상이었다. 어떤 일은 빠르게 행동으로 도움을 줘야 하는 일이 있고, 어떤 일에는 20년 개발 경험이 전산학 박사 학위보다 중요하고, 어떤 일에는 다국어 능력이 실무 경험보다 유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학력이든 경력이든, 적합한 일에 그에 맞는 역량을 보유한 사람이 적시에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게 일과 생산성의 본질이다.


이 상황을 나 자신에게 대입해 보았다. 팀장이 모든 면에서 팀원보다 우월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시대착오적 발상이었다. 내가 최상위 대학교 석박사 팀원들 앞에서 느꼈던 위축감, 더 똑똑해 보이기 위해 부렸던 허세는 팀장이 팀원보다 모든 면에서 나아야 한다는 전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일부 팀장들은 과거의 나처럼 우수한 팀원들 앞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팀원과 같은 영역에서 경쟁하면 이기기 어렵다. 팀은 팀원의 수만큼의 전문성과 다양성이 있다. 팀원들은 이미 자신만의 영역에서 경험을 쌓았거나, 경험은 부족하더라도 빠른 속도로 학습한다.


그렇다면 팀장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개별적인 역량이 아니라, 다양한 역량을 통합하는 역량이다. 상대적으로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맥락 이해, 폭넓은 관계를 활용한 자원 확보 그리고 상충되는 의견 사이에서의 균형 잡힌 판단을 하는 것이 팀장의 책임이자 권한이다. 그리고, 그 권한을 행사하는 일이 곧 역량이다.


팀장의 프레임이 팀의 한계를 결정한다


같은 우수 대학을 나온 신입사원 두 명이 있었다. A팀장과 B팀장에게 각각 배치되었다.

A팀장은 첫날부터 이렇게 생각했다. “요즘 신입사원은 일과 삶의 균형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책임감이 부족해요. 적당히 일하고 퇴근하기에 급급합니다.” 그는 신입사원에게 단순 업무만 맡기고, 중요한 의사결정에서는 배제했다. “어차피 1-2년 있다가 타 부서로 이동하거나 이직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라며 성장의 기회를 마련해주지 않았다.


반면 B팀장은 달랐다. “확실히 저보다 빠르게 배우고, AI를 잘 쓰네요.” 그는 신입사원에게 AI 도구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맡겼다.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낼 우려도 있었지만, 실패도 학습이라며 기회를 부여했다. 2년 후 B팀의 신입사원은 입사 점수와 성과평가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분석하는 작은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A팀과 B팀의 차이는 팀장의 프레임이었다. A팀장은 ‘요즘 애들’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팀원의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한 반면, B팀장은 팀원의 강점을 인정하고 기회를 부여했다.


2년 남짓이 지난 후 A팀의 이직자가 더 많았고, 반기에 한 번은 인력을 충원하기에 바빴다. 반면 B팀은 다른 팀의 팀원들이 오고 싶어 하는 팀이 되었고, B팀장은 리더십 평가 결과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물론 B팀의 팀원도 이직을 한 경우는 있었지만 B팀의 회식이 있을 때 방문하여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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