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기계의 부속품이 된 시대

by 최진규
성과관리#2_산업혁명시대.png


#2. 산업혁명과 성과관리의 변화 (1760년 ~ 1900년)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공유지가 사유화되면서 수백만 농민이 토지를 잃었고, 석탄 연기로 가득한 도시의 공장지대로 밀려들었다. 증기기관과 공장이 장인의 시대를 끝냈다. 작품의 완성도를 눈으로 확인하던 평가 방식은 사라지고, 표준화되고 측정 가능한 생산성이 유일한 성과평가의 기준이 되었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1776년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분업의 원리를 제시했다. 그는 핀 공장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한 사람이 전체 공정을 수행하면 하루에 20개도 만들기 어렵지만, 공정을 18개로 나누면 인당 4,800개를 생산할 수 있었다. 생산성은 240배 뛰었지만, 노동자는 더 이상 핀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철사를 늘어뜨리는 사람, 철사를 자르는 사람, 철사 끝을 뾰족하게 가는 사람으로 나뉘어, 단순한 동작만 반복하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로써 생산성이 높아지고 성과 측정은 쉬워졌지만, 인간의 노동의 의미는 사라졌다.


방직공장에서는 시간당 생산량을 엄격히 기록했으며, 목표치에 미달하면 임금을 삭감하고 체벌까지 가해졌다. 아동도 하루 14~16시간의 노동을 하며 살았다. 기계 고장이나 원자재 부족처럼 노동자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마저 개인의 성과 부진으로 간주되었다.


1867년 칼 마르크스(Karl Marx)는 자본론(Das Kapital)에서 노동의 과정, 노동의 결과물, 동료 노동자와 분리되는 현상을 '소외(Entfremdung)'라 불렀다. 노동자는 자신이 무엇을 만드는 지도 모른 채 기계의 속도에 맞춰 반복 동작만 수행했고, 자신의 노동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도 알 수 없었다. 성과관리라는 목적 아래 인간의 존엄이 매우 체계적으로 짓밟힌 시대였다.


200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있다. 기계 고장을 노동자 탓으로 돌리던 시대와 달리, 현대의 HR은 환경적 요인과 개인 역량을 분리하려고 노력한다. 팀장은 성과 피드백을 할 때 처벌이 아닌 코칭을 하고, 노동자를 비용이 아닌 개발하고 성장시켜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에서 성과관리의 틀은 여전히 그대로다. 1년에 한 번 생산량을 집계하듯 성과를 측정하는 연말 성과평가는 업무가 단순하고 변화가 느렸던 공장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구사항과 프로젝트가 수시로 바뀌는 오늘날조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기에 맞춰 연간 목표를 설정하고, 사람의 생산성을 평가하고, 등급을 배분한다.


200년 전 공장의 시계가 아직 우리의 사무실에 걸려있다.


[성과관리 시리즈]

#1. 중세의 도제 시스템 (500년 ~ 1500년)

#2. 산업혁명과 성과관리의 변화 (1760년 ~ 1900년)

#3. 테일러리즘(Taylorism), 과학적 관리의 탄생 (1900년 ~ 1920년)

#4. 포디즘(Fordism), 대량생산과 표준화의 시대 (1913년 ~ 1930년)

#5. 목표관리의 시대 (1950년 ~ 1980년)

#6. 균형성과표(BSC, Balanced Score Card)의 등장 (1990년 ~ 2000년)

#7. 강제 배분의 시대 (1980년 ~ 2010년)

#8. OKR과 애자일 성과관리 (2010년 ~ 현재)

#9. 생성형 AI 시대의 성과관리 (2023년 ~ 현재)

#10. 성과평가를 하지 않는 시대 (?)

작가의 이전글만든 물건이 곧 그 사람의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