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든 물건이 곧 그 사람의 실력이다.

by 최진규
중세의 도제시스템.png



#1. 중세의 도제 시스템 (500년 ~ 1500년)

중세 유럽은 토지와 신분이 곧 권력이었다. 봉건제 하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주에 귀속되어 농업에 종사했다. 이러한 시대에 유일하게 신분 상승이 가능한 시스템이 길드(Guild)였다.

십자군 전쟁과 원거리 교역 확대로 유럽 곳곳에 도시가 성장하기 시작할 때, 도시에는 직물, 금속, 가죽, 건축 등 수공업이 발달했고, 다양한 직업의 장인들은 길드를 조직해서 품질 기준을 설정하고 가격을 관리했다. 길드는 해당 직업에 진입할 수 있는 자격을 관리하고, 표준화된 교육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생산품의 품질을 보증했다. 오늘날의 자격증 제도, 직업훈련 과정, 품질인증 시스템이 이미 중세에 존재했던 셈이다.

이 당시의 성장 경로는 3단계였다. 도제(Apprentice) 단계에서는 보통 12세 전후의 소년이 장인의 작업장에 들어가 7년 이상 거주하며 기초 기술과 직업 윤리를 배웠다.

숙련공(Journeyman) 단계에서는 임금을 받으며 독립적으로 작업을 수행했다. 특히 숙련공들은 다른 도시를 다니면서 여러 장인의 기법을 배우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는 오늘날 HR에서 핵심인재육성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직무순환(Job Rotation)이나 해외 파견과 같은 맥락이다.

마지막으로 장인(Master)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걸작(Masterpiece)을 제작하여 길드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했다. 심사위원단 앞에서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는 이 과정은 현대의 포트폴리오 평가나 프로젝트 기반 평가의 시초이다.

요약하면, 중세의 성과관리는 숫자나 등급으로 상대평가를 하지 않았다. 만든 물건이 곧 그 사람의 역량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개발자의 깃허브(GitHub) 프로필,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 컨설턴트의 프로젝트 레퍼런스가 결국 현대판 걸작인 셈이다.

장황한 설명 대신,
조용히 결과물을 제시하는 사람이 장인이다.

[성과관리 시리즈]
#1. 중세의 도제 시스템 (500년 ~ 1500년)
#2. 산업혁명과 성과관리의 변화 (1760년 ~ 1900년)
#3. 테일러리즘(Taylorism), 과학적 관리의 탄생 (1900년 ~ 1920년)
#4. 포디즘(Fordism), 대량생산과 표준화의 시대 (1913년 ~ 1930년)
#5. 목표관리의 시대 (1950년 ~ 1980년)
#6. 균형성과표(BSC, Balanced Score Card)의 등장 (1990년 ~ 2000년)
#7. 강제 배분의 시대 (1980년 ~ 2010년)
#8. OKR과 애자일 성과관리 (2010년 ~ 현재)
#9. 생성형 AI 시대의 성과관리 (2023년 ~ 현재)
#10. 성과평가를 하지 않는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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