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이미 바뀌어 버린 성과 방정식

2장. 개입하지 않았는데 굴러간다!

by 최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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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나는 수많은 실패를 고백했다. 통제하려다 팀을 망가뜨렸고, 진심이라는 이름으로 팀원을 짓눌렀으며, 안다는 착각에 빠져 변화를 거부했고, 속도에 집착하다 방향을 잃었으며, 완벽을 추구하다 쓸모없는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니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뒷 좌석 운전자


'백 시트 드라이버(Back Seat Driver)'라는 표현이 있다. 뒷좌석에 앉아서 운전자에게 계속 지시하거나 간섭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실무자 시절의 나는 괜찮은 운전자였다. 목적지를 정확히 알고, 최단 경로를 찾아내며, 교통사고 없이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곤 했다. 그런데 팀장이 되는 순간, 갑자기 뒷좌석으로 밀려났다. 운전대는 이미 팀원들의 손에 넘어갔고, 나는 더 이상 속도나 방향을 직접 조종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운전석에 앉아있다고 착각했다. 뒷자리에서 “좌회전합시다.”, “속도를 줄입시다.”, “차선을 바꿉시다.”라며 끊임없이 지시했다. 팀원들은 내 지시를 따르느라 정작 도로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나는 답답함에 더 큰 목소리로 지시했다.


어느 날, 옆 팀 팀장이 농담처럼 건넨 말이 뼈에 사무쳤다.


“최 팀장님, 정말 꼼꼼하시네요. 그런데 팀원들이 좀 숨 막히는 것 아니에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때는 꽤 괜찮은 운전자였지만, 이제는 뒷좌석에서 말로만 운전하는 성가신 백 시트 드라이버가 되어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알고 있던 성과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과거의 성과 방정식은 단순했다.


성과(Performance) = 정렬(Alignment) × 역량(Competency)


구성원이 조직 목표와 얼마나 일치된 행동을 하는가, 구성원이 얼마나 유능한가. 이 두 가지만 관리하면 성과가 나온다고 믿었다. 그래서 상위 조직의 목표를 명확히 하달하고, 이를 하위 조직에 정렬시키는 탑다운(Top-down) 관리가 효과적이었다. 작업을 표준화하여, 분업을 하도록 일을 배정하고, 최적의 방법을 찾아 교육하고, 이를 따르도록 지도하면 성과가 나왔다.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이 공식이 완벽하게 들어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공식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사람을 기계의 부품처럼 취급한다는 것이다. 역량은 교육으로 향상시킬 수 있고, 회사의 방향과 개인의 생각과의 정렬은 관리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 창의성, 내재적 동기는 방정식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새로운 성과 모델이 등장했다.


성과(Performance) = 역량(Competency) × 동기(Motivation) × 환경(Environment)


이 공식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동기(Motivation)라는 변수가 추가되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하고 싶지 않으면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시키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성과 차이는 크다. 한 소프트웨어 기업의 조사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참여한 프로젝트의 생산성이 수동적으로 할당된 프로젝트보다 평균 3배 높았다.


둘째, 환경(Environment)이라는 변수가 포함되었다. 아무리 유능하고 의욕이 넘쳐도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 네트워크 환경의 장애, 복잡한 결재 절차, 경직된 조직문화 등의 환경이 개인의 역량과 동기를 무력화시킨다.


셋째, 역량과 동기와 환경이 곱셈 관계라는 점이다. 어느 하나라도 0이면 성과 역시 0이 된다. 역량이 100이고 동기가 100이어도 환경이 0이면 성과는 0이다.


더 불편한 진실은 팀장이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역량(Competency)은 통제하기 어렵다. 물론 교육과 훈련을 제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역량은 결국 팀원 개인의 학습 의지와 노력, 그리고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상세하게 피드백을 주고 책을 사주어도, 받아들이는 것은 팀원의 몫이다.


동기(Motivation)를 외부에서 아무리 당근과 채찍을 휘둘러도 진정한 동기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외적 보상에 의존할수록 내재적 동기는 사라진다. 문제 해결이 필요한 과제에서 금전적 보상을 제시한 그룹이 오히려 성과가 낮았다는 연구도 있다. 동기는 외부에서 주입할 수 없으므로, 내부에서 발현되도록 간접적으로 자극하는 방법이 전부다. 여기서 나는 ‘동기부여’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대신 ‘동기유발’이라고 표현한다. 미묘한 차이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 ‘동기부여’는 팀장이 팀원에게 동기를 건네주는 것이다. 반면, ‘동기유발’은 팀원 내면에 잠재된 동기가 발현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씨앗은 이미 팀원 안에 있고, 팀장은 그 씨앗이 싹트도록 물과 햇빛과 토양을 제공할 뿐이다. 결국 팀장이 할 수 있는 것은 환경을 설계하는 일이다.


운전대(Handle)를 놓고 찾은 새로운 역할


그렇다면 팀장의 새로운 역할은 무엇인가?


첫째, 내비게이터가 되어야 한다. 목적지와 큰 방향을 제시하되, 구체적인 경로는 운전자인 팀원이 선택하도록 한다. “우리의 목적지는 여기입니다. 어떤 길로 가실 건가요?”라고 묻는 것이다. 막힌 길이 있으면 우회로를 제안하지만, 결정은 운전자가 한다.


둘째, 정비사가 되어야 한다. 팀이라는 차량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개선한다. 엔진오일(조직문화)을 교체하고, 타이어(업무 도구)를 점검하며, 연료(예산과 자원)가 충분한지 확인한다. 차가 고장 나기 전에 미리 정비하는 것이다.


셋째, 주유원이 되어야 한다. 팀원들이 지치지 않도록 에너지를 공급한다. 여기서 에너지란 단순한 급여나 복지가 아니다. 인정과 신뢰, 성장 기회, 의미 있는 일, 자율성과 같은 심리적 연료다. 팀원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하는 모든 것이다.


이제 성과 방정식을 다시 써보자.


성과 = 팀원의 역량 × 팀원의 동기 × 팀장이 만든 환경


팀장이 할 일은 팀원의 역량과 동기를 직접 통제하려 하지 말고,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극대화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다. 전략적 무개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성과 방정식의 변수를 정확히 이해하고, 통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하며, 자율적인 환경 안에서 팀이 스스로 굴러가도록 치밀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백 시트 드라이버에서 벗어나 환경 설계자가 될 때, 팀은 정말로 개입하지 않아도 굴러간다. 아니,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더 잘 굴러간다.


하지만 환경을 설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사실 팀장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위도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조직의 문화, 시스템, 정책의 대부분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다음 절에서는 이 불편한 진실에 대해 말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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