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할 권리

청소기가 고장 나면 고치면 되지

by jingzhen

"너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결합돼 있다면 우리 연대하자"


4주 동안 책 모임을 함께 한 '발바닥 행동' 회원님이 알려준 문구다. 내가 장애 운동에 자꾸 마음이 가는 이유를 이제 알겠다. 장애인의 해방이 나의 해방이어서.

11월 5일 책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들


발바닥 행동이 기획한 이번 책 모임에서는 '장애, 시설을 나서다'라는 책을 읽었다.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장애인자립생활운동 당사자들이 실패할 권리를 외친 바 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인정할 수 없는 가장 큰 근거로 종종 '자립 실패'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자연스럽게 여겨질 시대에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지금보다 더 잘 받아들여질 거다. 그럼 나도 숨통이 더 트일 것 같다.


나는 내가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순간부터 내가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나름의 목표들이 있었던 매달 실패했고, 회사에선 발제회의를 기준으로 매주 실패한다.


그래서 힘들었다. 올해 우울증도 걸렸고 발제회의가 끝나고 너무 화가 난 날엔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실패가 괜찮지 않았기 때문에.


탈시설 운동이 내게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실패하면 고치면 된다. 탈시설해 혼자 사는 P님이 지난주 청소기를 불태울 뻔한 실패를 하고 부품을 새로 사 고친 것처럼.


발바닥 행동 회원이 된 것도 실패를 받아들이고 고쳐 보려는 노력이었다. 실패를 실패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안 되는 걸 악착같이 붙잡아두던 1년을 지나 발바닥 행동에 회비를 내는 방식으로 실패를 고쳐 보려 했다.


난 내가 발바닥 회원인 게 자랑스럽다. 진짜, 실패해도 괜찮나 보다.

탈시설에 대한 의문은 이 책에서 거의 모두 다룬다.


작가의 이전글대형 로펌 변호사의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