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참새 파이팅

책 <탁월하게 서글픈 자의식>을 읽고

by 손수제비


언젠가 기사에서 본 이름이 기억에 남는다. 박참새라 했다. 뭐지? 장난치나? 살짝 유치하면서 유니크한 느낌이다. 시인이란다. 이름으로 어그로를 끌 전략이라면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뭐지? 하면서 잠시라도 생각하게 만들었으니까. 그의 작품을 읽지는 않았지만.


박참새의 책 <탁월하게 서글픈 자의식>(마음산책, 2025)을 읽었다. 신선했다. 한 페이지에 한 문장만 있는 부분도 있었다. 글자가 깨져서 일부러 보이지 않게 된 부분은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책을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아직 젊은 나이 같은데 (책에 작가의 사진이 나와있다) 이 사람 무척 아파 보인다. 책 전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젠장!! 나 많이 아파요!"정도가 되겠다. 단순히 아프다기보다는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 하루의 절반을 잠만 자고, 심하게 자신감이 없고, 그런 스스로를 미워하고, 사람을 만나기는커녕 '누군가에게 말을 붙이는 것조차'극도로 어려워한다. 글을 쓰지만 자신의 글에 대한 확신이 없고 (대부분의 시인이 그렇듯) 궁핍하다. 누군가와 약속을 잡고 여러 가지 이유로(주로 아파서) 약속을 깨고 관계가 단절된다. 온몸이 막 떨린다고 한다. 퍽하면 운다.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남들이 불편하다고 느낄만한 모든 것을 용납해 주는 사람들이나 동료들과만 관계를 유지한다.


총체적 난국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환자라니. 이런 몸과 마음 상태로 자본주의 시대를 버틸 수 없을 것 같은데. 주워들은 정보에 의하면 '시인'은 대놓고 가난한 직업 중 하나이다. 저자는 시인이다. 빈약해 보이는 몸 상태로 유추하건대 투잡이나 택배노동 같은 '고강도 일상'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쭉 배고플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


아픈 이유에 대해서는 주로 정신적인 부분이 이유로 나오지만, 모든 상황을 알 수는 없다. 다만 꽤나 아파 보이고 아픈 기간이 오래되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그는 아픈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불편해하지 않고 지나치게 디테일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세밀하게 기록한다. 책을 펼쳐 본다기보다는 시인의 뇌를 둥둥 떠다니며 느긋하게 관찰하는 느낌. 자신의 세포 하나하나를 전부 까발리는 느낌. 그래서 정형화된 언어보다는 이미지나 정서로 기억된다.


보통 이런 책은 초반에 '미칠 듯이 힘들었어요...'로 가다가 중반 이후로는 '그래도 조금 나아졌습니다!'로 끝나는 게 인지상정인데, 시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다. "힘들어 죽겠어요!"에서 단 한치도 벗어남이 없다. 답답하고 짜증 나고 지겨울 정도로 일관적이다. 이 사람에게 기쁘고 행복한 순간 같은 게 존재는 하는 걸까.


꾸역꾸역 간신히 쓰는 힘으로 순간을 버티고 잠자리에 들겠지. 매우 많이 불안해 보이고 안쓰럽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앞으로 계속 쓰면서 단단해지면 좋겠다.


두서없는 글이지만 책을 읽고 뭐라도 써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아무런 도움이 안 될 영포티 아재의 끼적임이지만, 티끌 같은 응원의 기운을 더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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