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아재입니다. 저도 한 번 해봤습니다. 주식

이제 막 주식을 시작한 초보의 마음가짐!

by 손수제비
IE003590806_STD.jpg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등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하락 출발해 장 초반 5,200대까지 내려앉았다. 2026.3.9


바야흐로 너도나도 주식이다. 사무실 김 부장도, 과일가게 사장님도, 취업을 앞둔 취준생도 주식을 향한 열기가 뜨겁다. 대통령마저 주식을 권장하는 시대, 코스피는 5천을 넘어 어느새 6천 시대를 열었다. 눈으로 보면서도 '이게 맞나?' 싶다. K 주식시장이 전 세계에서 제일 핫하단다.


주식 투자자 1500만 명 시대다. 경제활동 인구 둘 중 하나는 주주인 셈이다. 체감온도는 다르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만 빼고 주식 안 하는 사람이 없다.


그렇지만 나는 주식을 하지 않았다. 그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고, 꼬박꼬박 나오는 급여로 가정을 꾸리는 데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식은 말 그대로 회사의 지분을 사는 거다. 알지도 못하는 회사를 살 수 없으니 공부는 필수다.


일을 하는 것도 벅찬데 시사 뉴스에 귀를 기울이며 빠릿빠릿하게 대응할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부정적인 기사가 많았다. 주식을 하면 파산한다는 둥, 주식은 위험하다는 둥, 주식에는 절대 손대지 말라는 둥. 주식하면 '위험 자산'이 먼저 떠올랐다.


주식투자, 저도 시작해 보았습니다


40이 넘도록 코스피 200이 뭔지도 모를 정도로 주식에 관심이 없던 내가 지난주부터 주식을 시작했다.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급여가 끊길 날이 머지않았고 인간의 수명은 갈수록 늘어난다고 하니 불안이 증폭했다. 퇴사 이후의 삶부터 무덤에 갈 때까지 재정적으로 붕 뜬 미래가 명확히 그려졌다.


"네가 주식을 하다니 이제 진짜 시장을 떠날 때가 됐네."
"트럼프가 쏘는 미사일보다 네가 주식 시작하는 게 더 무섭다."


친구들 반응이 얄궂다. 나름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에 응원은 못해줄망정 조롱 섞인 우려가 쏟아진다. 난 안전하게 적립식으로 오래 투자해서 잃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도움 안 되는 놈들 같으니.


아마도 지금의 핫한 주식시장은 전무후무한 상황이지 않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급여, 이에 따른 화폐가치의 하락, 투자로 소위 '잭팟'을 터뜨린 자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등 주식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FOMO(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가 넘쳐난다.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과 주식시장이라는 조합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상극에 가깝다. 왜냐고? 빨리빨리에 익숙한 대한민국 사람들은 너무 급하다. 게다가 화끈하다. 보수적이고 안전한, 그래서 감질나는 투자보다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즉 대박을 노리는 강철 심장을 가진 사람들이 가득하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잃지 않겠지?'라는 희망을 품는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산 주식은 반드시 점프할 거라는 마음으로 진검승부를 펼친다. 합리적인 근거는 찾기 힘들지만 자신감만큼은 활활 타오른다. 집을 담보로 한 대출금으로, 결혼 자금으로, 나아가 빚을 내어서 투자한다.


물론 누군가는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한두 번의 성공은 오히려 더 위험하다.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더 멀어지게 만드니까. 조심하지 않게 되니까. 자신감이 커지는 만큼 배팅하는 금액도 덩달아 커질 확률이 높으니까.


망각을 통해 얻은 깨달음


IE003588224_STD.jpg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광대한 투기의 광풍 속에서 나는 의도치 않게 주식의 정석을 배웠다. 언제 넣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연금저축계좌에 투자한 돈이 주인도 모르게 따끈따끈한 수익을 내고 있었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연말정산 시즌만 되면 돈을 토해내던 때가 있었다. 그게 너무 싫었다. 노후 준비라기보다는 당장의 세제혜택을 목적으로 연금저축계좌를 개설하고 500만 원이라는 거금을 일시불로 때려 넣었다. 종목에 대한 고민도 없었다. 당시 유튜버가 추천하던 미국 ETF 5개를 매수했던 걸로 기억한다.


최근 본격적으로 주식을 하기로 마음먹은 뒤 잊고 있던 증권계좌에 다시 접속했다. 이럴 수가! 수익률이 60%가 넘었다. 연금저축은 55세 이전에 찾을 수 없고, 향후 어떻게 운영하지에 따라 수익률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대부분 미국 ETF에 투자한 것인데, 앞으로도 계속 적립식으로 자산을 늘려갈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투자금액의 10%가 넘는 연말정산 혜택부터, 장기적으로는 매월 들어오는 든든한 노후자산이 될 테니.


수익.png 잊고 있던 연금저축계좌. 5년 만에 다시 들어가 보니 많이 성장해 있었다. ⓒ손수제비


연금저축을 활용한 미국 ETF투자와 국내 대형주 위주로 투자할 계획이다. 피 같은, 아니 피보다 더 진한 내 돈을 굴리는 것이니 아무 생각 없이 해서는 안 되겠지. 날고 긴다는 초고수들의 조언이 넘쳐나지만 선택과 결과는 내 몫이다. 남의 말만 듣고 투자하거나, 일확천금을 노리고 한 방에 큰돈을 투자하지는 않아야 할 텐데.


주위에 주식을 하는 사람이 많다. 수 십만 원에서 수 억 원에 이르기까지 투자 금액도 기간도 다양하다. 개인적으로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저마다 말하는 내용이 달랐지만 공통적인 내용도 있었다. 주식은 어렵고 오래 걸린다고. 하지만 길게 보고 차근차근 적립식으로 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든든한 자산이 될 거라고.


낯선 세계에 첫 발을 내딛는다. 모두가 돈을 벌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곳, 누군가 웃을 때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리는 곳이다. 빠릿빠릿하지 않고 어리숙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책을 읽고 영상을 보고 선배 투자자들의 조언을 들으며 찬찬히 하다 보면, 시장을 조금씩 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불안한 미래와 노후를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돈 때문에 평생 걱정하고 불안하지 않게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공부하고 투자하고 싶다.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파란색 비(주식 가격이 떨어짐을 의미)가 폭포수처럼 내리더라도, 부디 멘털을 잡고 강철 같은 심장을 가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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