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을 보며 느낀 것들
일진 한 명이면 교실은 산산조각 난다. 절대 권력 앞에서 법과 질서, 최소한의 상식은 붕괴된다. 툭하면 자신이 내뱉은 말을 번복하고 폭력을 일삼는다. 나만 잘되면 모든 것이 괜찮으니, 모두가 이해할 수 없고 납득할 수 없는 기준을 제시한다. 미국 이야기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뒷배의 배신
미국은 우리에게 '우방국'을 넘어 구원자 같은 존재다. 알지도 못하는 먼 곳까지 와서 목숨을 걸고 함께 싸워주었다. 전쟁으로 무너진 한반도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학교를 세우고 기술을 전파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안전한 해상 고속도로'도 깔아주었다. 이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게 이러한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눈부신 성장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We Go Together"는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유명한 문구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하자는 의미이다. 피로 맺은 혈맹(Blood Alliance)이라는 표현도 자주 사용된다. 피를 흘리며 싸웠다는, 단순히 우정을 넘어 가족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은 어떠한가. 한미 동맹은 여전히 굳건할까?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은 사드라는 '최첨단 방패'를 설치했다. 그들은 국내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과 군사시설을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드배치는 양국 간의 신뢰를 확인하는, 일종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었다.
사드라는 방패의 사용료는 꽤나 비쌌다. 중국에서 운영 중인 롯데마트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사드가 들어선 부지는 롯데그룹 소유의 골프장이었다). 대규모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을 외면할 때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직접적으로 생계의 위협을 받았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인해 미사일이 부족하다며 미사일을 다시 옮겨야겠다는 모습을 보면, 대한민국은 미국에 동맹국이라기보다는 '필요에 따라서는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소모품'으로 치부되는 현실이다.
미국의 경제정책은 훨씬 더 강력하고 무섭다. 그들은 철저히 자국의 우선만을 위한 막무가내 정책을 쉴 새 없이 밀어붙인다.
'보편적 기본관세'로 수출에 부담을 지우고, 우리의 주력상품인 자동차에 '가혹하리만큼 높은 세금'을 매기겠다고 한다. 자기네 땅에 '직접 투자할 것을 강요'하며, '301조 조사'라는 해괴한 규칙으로 (자국이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다른 나라에게 벌금을 때릴 준비가 되어있다.
미국은 자국의 정책을 '외교적 정책, 자본주의'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지만, 결국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게 다니? 지금부터 10원짜리 나올 때마다 한 대씩 맞는다!"
나는 무엇에 의존하고 있는가
사람들은 어쩌면 '저마다의 미국'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지만 삶은 결코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니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 속에서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든든한 뒷배 하나쯤은 있기를 바라니까. 그 대상은 신이 될 수도, 높은 학력이나 좋은 직장이 될 수도, 든든한 통장 잔고가 될 수도 있다. 과거 미국이 대한민국에게 그러했듯이.
결혼을 했고 두 아이의 가장인 나에겐 회사가 그런 존재다. 지방소멸,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무시무시한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나는 회사에 노동력을 제공함으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비록 은행 지분이 대부분이지만 내 집 마련도 했다. 자동차도 있다. 아이 둘을 양육하고 교육시키는데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다. 티끌만큼이지만 어려운 사람을 돕기도 한다. 최근에는 투자도 조금씩 진행하고 있다.
물론 돈을 번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2010년 수십 명이 넘던 입사동기들은 손에 꼽을 만큼 줄어들었다. 스트레스는 수명과 영혼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두 자녀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아빠는 언제나 퀭한 눈으로 일하는 모습이다. 갈수록 몸은 망가지고 정신은 피폐해진다.
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정년'이라는 무기가 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곳곳에서 구조조정은 이미 진행 중이다. 25년 하반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9천 명의 인원 감축이 있었다. 아마존은 3만 명을 구조조정 하겠다고 했다. 국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5년 말 KT는 약 2,800명을 감원했고 SK그룹은 계열사 40여 곳을 정리할 계획이다. 늘 뉴스 기사로만 접하던 내용의 주인공이 옆자리 동료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의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변하는데 우리 회사만 멀쩡하라는 법이 있을까? 회사 상황이 안 좋아지고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면, 나는 그때도 이곳의 노동자로 존재할까?
끝까지 나를 지켜줄 것이라 생각했던 회사는 결코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장 신뢰하고 유일하게 의지하는 대상은 언제든지 나를 돌아설 준비가 되어있다. 서글프지만 받아들이자. 현실은 동화처럼 해피엔딩이 아니니까.
10년, 20년을 뼈 빠지게 일해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겠지. 생존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잘 버틸 수 있을까. 당신들의 '미국'은 과연 안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