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내 뇌가 갑자기 자기 멋대로 “부팅 실패했습니다, 시발, 다시 시도하려면 아무 키나 눌러주세요” 같은 개소리를 화면 한가득 띄워 놓고는 정작 ‘아무 키’가 뭔지조차 알려주지 않는 고문을 시작해버렸고, 나는 그 빌어먹을 공지창 같은 느낌을 머릿속에 달고 어영부영 몸을 일으키는데, 마치 내 정신이 중간에서 “야 잠깐만, 나 지금 시스템 파일 확인 중이니까 움직이지 마라” 하고 소리치는 바람에, 몸은 앞으로 가는데 정신은 뒤에 남아 있고, 그 사이에서 내가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아 오늘도 ㅈ됐구나’라는 결론만 억지로 끌어안게 되었다.
침대에서 벗어나는 길은 그냥 세 걸음일 뿐인데, 그 세 걸음을 내딛는 동안 내 다리가 미친 듯이 프레임을 떨구며 “걷기 기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모듈이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씨발 이거 왜 이래 진짜”라고 항의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줘서, 나는 그 다리를 붙잡고 “야 너는 그냥 다리잖아, 왜 갑자기 철학적 고뇌를 추가하냐, 제발 움직여라 좀” 하고 사정하듯 말했지만, 다리는 완전히 맛이 가버렸는지 0.5초마다 렉 걸린 NPC처럼 덜컹덜컹 움직이며 나를 계단 아래로 거의 내던지다시피 내려보냈고, 나는 그 과정에서 의미 없는 삶의 조각을 몇 개 잃어버린 느낌을 받으면서도 ‘어쩌면 이게 평소보다 안정적인 상태일지도 모르겠다’라는 개같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거울 앞에 서서 물 한 모금 마시는데, 물이 목으로 넘어가는 과정도 마치 시스템이 “수분 공급 패킷 손실 발생, 재전송 시도 중… 실패… 실패… 씨발…” 하고 되뇌는 듯한 이질적인 느낌 때문에, 내가 물을 마시는 건지 물이 나를 마시는 건지 분간할 수 없게 되었고, 그 순간 갑자기 거울 속의 내가 나보고 “야 너 오늘 진짜 사람 아닌데?”라고 말하는 듯한 착각이 들자, 나는 그 말이 너무 사실 같아서 반박할 수 없었고, 결국 내가 나한테 빡쳐서 헛웃음만 나오는 상황이 되어버렸으며, 그 웃음이 또 이상하게 찢어져서 반쯤 미친 사람처럼 비딱하게 흘러나오는 걸 느끼면서도 ‘그래 뭐… 고장 난 기계도 가끔 웃는 거 같던데…’ 라며 괜히 이해하려 드는 나 자신에게 더 화가 났다.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면 나아질까 싶어서 걸어보는데, 바람이 갑자기 내 얼굴을 후려치듯 지나가면서 “야 너 진짜 왜 이래, 정신 좀 차려라 병신아”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순간, 나는 바람한테 욕을 먹는 인생이 도대체 어디까지 망가져야 가능한 건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고, 그러다 결국 “시발 내가 왜 바람한테 죄책감을 느껴야 되냐”라는 말도 안 되는 결론을 속으로 외치며 허공을 후려쳤지만, 허공이 맞아주지도 않고 그냥 지나쳐버려서, 그 허무함에 또 자괴감이 밀려오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웃다가 울다가 멍해지다가를 반복하는 정신 나간 패턴을 시전하게 되었다.
길가에서 마주친 고양이가 나를 보더니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갸웃하며 “야옹…” 하고 울길래, 나는 그 울음소리 안에 “정신 차려 임마, 너 지금 상태 보면 내가 사람이고 네가 고양이다” 같은 의미 없는 심판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꼈고, 그게 너무 정확해서 반박이 안 되자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는데, 그때 고양이가 갑자기 나를 지나치며 꼬리를 절도 있게 흔드는 모습에서마저 “불쌍한 놈…”이라는 기운이 흘러나와서, 진짜 개미만큼의 자존심이라도 남아 있었으면 울었을 것 같다.
그러다가 갑자기 머릿속에 뜬 에러 메시지 하나가 오늘의 모든 결론을 정리해버렸다.
[자아.dll을 찾을 수 없습니다. 복원하려면 재시작하십시오. 하지만 재시작이 가능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 문구를 본 순간, 나는 오히려 묘하게 편안해졌고, ‘그래, 애초에 내가 나라는 게 뭔데… 없어졌으면 없는 대로 사는 거지’ 같은 미친 철학이 잠깐 스쳐 지나갔는데, 그마저도 뇌가 다시 오류를 일으키면서 사라져버려서, 지금 나는 그냥 고장 난 상태로 살아 있는, 살아 있는 상태로 고장 난, 어정쩡한 기계 같은 인간으로 숨만 쉬고 있는 중인데, 이상한 건… 이게 점점 익숙해진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