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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머무는 기록

by 한끗

나는 오래전부터 글을 쓰는 사람을 동경해왔다.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고, 삶에 잔잔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존재. 그것이 바로 ‘작가’라는 이름의 무게였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작가의 길은 너무 멀고 높게만 느껴졌다.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고, 수많은 원고와 거절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생각은 내 어깨를 무겁게 했다. 그래서 글쓰기는 오랫동안 ‘꿈’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브런치’라는 공간을 알게 되었다. 출판사의 관문을 통하지 않아도 나의 글을 세상에 건넬 수 있는 무대. 브런치는 낯설지만 매혹적인 창이었고, 동시에 오래 품어온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종이책에 글을 실어야만 작가가 된다고 믿었던 내게, 디지털 공간에서 시작하는 길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록하는 삶

브런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첫 번째 꿈은 기록하는 삶이다. 글은 결국 기록이다. 내가 바라본 풍경, 붙잡고 싶은 감정, 부딪힌 고민들을 글로 남기는 순간, 그것들은 단순한 하루가 아니라 삶의 한 장면으로 남는다. 기록은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언젠가 뒤돌아보면 그 흔적들이 내 인생의 발자취가 되어 있을 것이다.

마음을 건네는 글

하지만 기록만으로는 내 마음이 다 채워지지 않는다. 글은 나 혼자만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글을 쓸 때마다 ‘이 문장을 읽는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라고 스스로 묻는다. 혹여 내 글이 사적인 독백으로만 머물지 않을까, 지나치게 교훈적이어서 마음을 밀어내지는 않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내가 쓰는 문장이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단, 어느 날 평범한 하루 속에서 누군가가 내 글을 마주하고, 마음에 작은 파문이라도 느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브런치는 관객 없는 독백의 무대가 아니다. 익명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열린 광장이며, 그 안에서 글은 서로에게 다가가는 손길이 된다. 내가 쓴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리고, 또 다른 이의 문장이 나를 위로한다. 글은 그렇게 관계를 맺는다. 나는 그 힘을 믿는다.

글의 실험실

나는 이 공간을 나만의 글 실험실로 삼고 싶다. 꼭 정제된 산문만 쓰지 않아도 된다. 짧은 단상,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 형식, 에세이와 시 사이 어디쯤의 문장도 좋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글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담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글이 투박하거나 서툴러도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그 불완전함 속에서 진짜 내가 드러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일은 결국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꾸준함과 연결

무엇보다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글은 한순간의 열정으로 쌓이지 않는다. 매일 조금씩 문장을 쌓아야 비로소 이야기가 완성된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를 내 삶의 루틴으로 삼는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늦은 밤 고요한 방 안에서도, 카페의 소란스러운 음악 속에서도 하루 한 줄이라도 기록한다. 그렇게 쌓인 글은 언젠가 내 삶을 증명하는 지도처럼 남을 것이다.

브런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거창하지 않다.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진 않다. 대신 내가 쓴 문장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삶에 한 뼘의 여백을 만들어준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 글을 통해 타인과 연결되고, 동시에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바라던 작가의 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브런치에 글을 남긴다. 작은 기록이 모여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문장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이 글이 나의 ‘작가의 시작’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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