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들린다.
살아 있는 한, 끊임없이 흔들린다.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사랑하는 사람의 표정 하나에도 마음이 요동친다. 시험 점수 앞에서, 선택의 기로 앞에서, 내 미래를 떠올리는 새벽 앞에서… 우리는 수없이 흔들린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흔들리면 안 된다. 중심을 잡아야 한다. 흔들리는 건 약한 거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정말 그런가? 정말 흔들린다는 게 약하다는 증거일까?
나는 오히려, 흔들림이야말로 우리가 살아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믿는다. 흔들린다는 건 내가 느끼고 있다는 뜻이고,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고, 여전히 앞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니까.
흔들림과 살아 있음
나무를 보자. 바람이 불면 나무는 흔들린다. 멀리서 보면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바람에 흔들리며 나무는 더 단단해지고, 뿌리를 더 깊이 내린다. 오히려 흔들림이 없는 나무는 죽은 나무다. 가지가 바람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건 이미 꺾였거나 생명이 다한 것이다.
사람도 똑같다. 살아 있는 사람은 흔들린다.
실패 앞에서 흔들리고, 관계 속에서 흔들리고, 꿈 앞에서 흔들린다.
그러나 그 흔들림 덕분에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더 유연해지고, 더 깊어진다. 흔들림은 무너짐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다.
흔들림은 고민의 무늬
흔들린다는 건 내가 진심이라는 뜻이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면, 흔들릴 이유도 없다. 대충 살고, 대충 흘러가는 사람은 갈등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지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은 흔들린다. 어떤 길이 옳은지, 어떤 선택이 나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갈지 깊이 고민하기 때문에 흔들린다.
흔들림은 무책임이 아니라 오히려 책임감이다. 흔들리는 그 순간마다 내 마음에는 무늬가 새겨진다. 그 무늬는 시간이 흐를수록 삶의 흔적으로 남고, 결국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흔들림은 인간다움
기계는 흔들리지 않는다. 미리 입력된 대로만 움직인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고, 눈물 한 방울에도 무너지고, 웃음 한 조각에도 힘을 얻는다. 이 모든 게 흔들림이다.
사랑도 흔들림에서 시작된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 우리는 불안하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혹은 내가 진짜 이 마음을 감당할 수 있을까. 늘 불확실하다. 하지만 바로 그 불확실함, 그 흔들림 때문에 사랑은 뜨겁고 간절하다. 흔들림 없는 사랑은 없다. 흔들림이 있기에 사랑은 더 진짜가 된다.
흔들림은 관계를 만든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혼자일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 흔들린다.
친구의 말에 상처받아 흔들리고, 가족의 기대 앞에서 흔들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 하나에 흔들린다.
그렇기에 흔들린다는 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증거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다.
흔들림이 없다면, 관계도 없다. 내가 누군가를 의식하기 때문에 흔들리고, 내가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흔들린다. 흔들림은 인간관계의 진동이며, 우리가 서로를 묶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다.
흔들림은 성장의 통과의례
우리는 흔들림 속에서 성장한다.
자전거를 배울 때를 떠올려 보자. 처음에는 흔들리고, 곧잘 넘어지고, 무릎이 까진다. 하지만 그 흔들림이 지나야 비로소 우리는 균형을 배운다. 넘어질까 두려워 흔들리지 않으려 한다면, 평생 자전거를 탈 수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흔들리기 때문에 균형을 찾는다. 불안 속에서 용기를 배우고, 실패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힘을 배운다. 흔들림이야말로 우리를 성장시키는 선생이다.
흔들림과 나의 이야기
돌아보면 내 삶에서 가장 소중했던 순간들은 모두 흔들림 속에서 태어났다.
떨리는 손으로 처음 고백을 했을 때, 목이 메어오던 실패의 순간, 끝내 포기할까 고민했던 밤, 그리고 결국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했던 아침. 그 모든 순간이 흔들림이었다.
만약 내가 흔들리지 않았다면, 나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흔들렸기에 나는 용기를 배웠고, 흔들렸기에 나는 사람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흔들림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흔들림은 힘이다
흔들린다고 해서 무너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흔들리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흔들림 속에서 중심을 잡고, 또 다시 길을 찾아간다. 마치 파도가 끊임없이 흔들리면서도 결국 바다를 지켜내듯이, 우리도 흔들리면서도 결국 자신을 지켜낸다.
그러니 흔들린다고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흔들리는 나를 탓할 필요도 없다. 흔들림은 약함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다.
흔들리기에 우리는 빛난다
흔들림은 약함이 아니다.
흔들린다는 건 내가 살아 있다는 뜻이고, 내가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뜻이고,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흔들림은 불안하지만 동시에 가장 인간다운 순간이다.
그러니 흔들릴 때마다 이렇게 말해 보자.
“나는 지금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지금 약한 게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흔들리자. 더 크게, 더 깊게, 더 솔직하게.
흔들림은 결코 나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더 따뜻하게, 더 인간답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