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순간 흔들린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미 그 경험은 시작된다.
친구와 다투고 돌아서던 길, 과연 내가 잘못한 건지 아니면 상대가 잘못한 건지 몰라 가슴이 불편하게 흔들리던 기억.
시험지를 받아 들고 점수 앞에서 눈치를 살피던 마음의 떨림.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갑자기 눈물이 터져버리던 그 순간의 흔들림.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직장을 선택할 때, 사랑을 시작할 때,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을 때, 우리는 여전히 크게 흔들린다.
많은 이들은 흔들림을 부끄럽게 여긴다.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을 이상으로 생각하고, 확신과 자신감으로 무장한 사람을 성공의 모델처럼 떠올린다. 그래서 우리는 흔들릴 때마다 불안해진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
‘왜 늘 확신이 없을까?’
‘왜 이렇게 쉽게 흔들릴까?’
스스로를 다그치며 흔들림을 감추려 한다.
그러나 정말 흔들리지 않는 삶이 가능할까?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는 없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흔들린다.
강물은 흐르며 끊임없이 일렁이고, 촛불은 타오르며 끊임없이 떨린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곧 흔들림이다.
만약 흔들림이 없다면? 그것은 이미 닫혀버린 마음이거나 멈추어버린 삶일지도 모른다.
흔들림은 약함이 아니다. 그것은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너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느냐?”
“너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네가 걷고 있는 길은 너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느냐?”
우리는 흔들릴 때마다 이 질문과 마주한다.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때로는 답을 찾지 못한 채 불안 속에 머무르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답을 빨리 찾는 것이 아니다. 그 흔들림 속에서 질문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질문을 붙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흔들림은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며 더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사람은 시련 속에서 더 깊은 내면을 갖게 된다.
상처는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상처가 있기에 우리는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실패는 쓰라리다. 그러나 실패가 없었다면 결코 얻지 못했을 배움이 그 안에 숨어 있다.
고독은 외롭다. 그러나 그 고독 속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과 마주할 용기를 배운다.
흔들림은 우리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균형을 찾도록 돕는다.
삶은 결코 매끈한 직선이 아니다. 수많은 굴곡과 진동 속에서 흘러가는 강물과 같다.
그리고 바로 그 굴곡 속에서 인간은 더 인간답게 살아간다.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배우고, 관계를 이해하며,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흔들림의 미학〉은 흔들림을 두려움이 아니라 하나의 ‘미학’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다.
흔들림은 실패가 아니며, 오히려 살아있음의 증거다.
흔들린다는 것은 여전히 배우고 있다는 뜻이고, 여전히 자라고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이 글에서 다룰 주제들은 다양하다. 불안, 고독, 상처, 멈춤, 관계, 시간, 죽음, 질문, 일상…
겉으로는 따로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 같은 뿌리를 공유한다. 그것은 바로 ‘흔들림’이라는 인간적 조건이다.
우리는 불안 속에서 자신을 찾고, 고독 속에서 내면을 만나며, 상처 속에서 새로운 빛을 얻는다.
멈춤 속에서 삶의 균형을 배우고, 관계 속에서 나를 비춘다.
시간 속에서 덧없음과 소중함을 동시에 맛보고, 죽음을 마주할 때 비로소 삶을 더 깊이 이해한다.
질문 속에서는 답보다 중요한 의미를 발견하고,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도 우리는 흔들리며 그 안에서 삶의 빛을 엿본다.
이 책은 거창한 답을 주려 하지 않는다.
대신 삶의 한가운데에서 마주한 흔들림의 조각들을 모아, 그것이 어떻게 울림이 되고 의미가 되는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글 속의 작은 문장이 당신의 오늘을 잠시 멈추게 하고, 당신의 흔들림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 이 순간, 당신도 흔들리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당신은 살아 있고, 배우고 있으며, 성장하는 중이다.
흔들림은 두려움이 아니라, 당신이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다.
〈흔들림의 미학〉은 바로 그 흔들림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의미를 함께 사유해 보자는 초대장이다.
이제, 우리 함께 흔들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