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엄마 앞가림이나 잘하세요.

자녀 독립 근육 키우기 #4

by 하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남편과 둘째를 데리고 집에서 5분이면 도착하는 마을 뒷산을 거닐었다. 그토록 춥고 길었던 겨울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앙상한 나뭇가지 끝마다 콩알만 한 몽우리가 곧 풍성하고 푸르른 나뭇잎이 되길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둘째는 동네 어딘가에서 친구들과 한창 놀고 있을 오빠를 내버려 두고 엄마와 아빠의 관심을 온전히 받는 것 신이 났는지 앞장서서 신나게 산을 오른다. 평평한 나무 계단을 사뿐사뿐 걸으며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등산객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토끼처럼 잘도 오른다. 그런 둘째 모습이 귀여우면서 한편으론 넘어져 다치진 않을까 나는 혼자 전전긍긍한다.


​“앞에 잘 보고 가! 넘어지지 않게 “라며 듣는 체 마는 체하는 아이에게 큰 소리로 말한다.


이번 등산 코스 중 하나인 숲 놀이터에 도착하고 아이는 나무 평균대 위를 넘어질락 말락 거리며 지나간다. 옆으로 조심조심 한 발짝씩 발걸음을 옮기며 실패를 반복하다 마침내 한 번도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끝에 다다르자 자기를 한번 봐달라고 우리를 부른다.

​아이가 어느 정도 놀고 난 후 우리는 다시 산 위로 향한다. 그리고 나는 산을 오르는 아이에게 또 같은 말을 반복 한다.


“조심히 걸어 앞 잘 보고, 산이라 넘어지면 큰일 나“


​가파른 나무계단을 모두 오르고 산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시작점에 다다랐다. 나무계단을 오를 땐 느껴지지 않던 긴장 가득한 가파른 계단이 그날따라 더 무섭게 다가왔다. 앙상한 나무로 둘러 쌓인 내리막길과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몇십 개 되는 계단 끝까지 사정없이 굴러버리겠단 생각이 번쩍 들었다. ‘역시 산은 내려가는 게 훨씬 더 위험하구나!’.


나는 아이에게 또 소리치며 이야기한다.

“내려가는 길이 더 위험해, 조심히 내려가”​


다행히 내가 상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무사히 나무계단을 내려갔다. 산길은 다 내려올 때까지 절대 방심을 하면 안 된다. 나무 계단 끝엔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둥그런 나무가 단단히 박혀있는 흙 계단이 여러 개 놓여있다.


흙 계단은 땅에 박혀있는 돌멩이나 나무가 많아 걸려 넘어지기 십상이라 아이에게 “조심해!! “라고 이야기를 하자마자 나는 바닥으로 주저앉아 버렸다.


돌을 미쳐 발견하지 못하고 무심결에 그것을 밟아버려 왼쪽 발목이 90도로 꺾여버렸다. 찰나에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왼쪽 발목이 꺾이는 장면을 영화의 슬로 모션처럼 지켜만 봐야 했다. “이거 큰일이구나!”. 주저앉아 버린 곳에 그대로 잠시 앉아 발목에 느껴지는 어린 통증이 가라앉길 바랬고 다행히 나는 두발로 집에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아이는 이리저리 산을 뛰어다녔지만 단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고 몇 번이나 “조심해, 앞 잘 보고 가”라고 말한 장본인의 발목은 사정없이 꺾여 일주일째 그 불편한 통증을 아직도 느끼고 있다.


아이는 혼자 앞서가도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는데, 나 혼자 아이 걱정하며 전전긍긍했다. 내 앞길에 놓인 돌멩이 하나 보지 못하면서 아이가 더 어리다는 이유로 이래라저래라 걱정하고 조언을 했다. ​부모라면 아이가 혹여나 넘어져 다칠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는 건 당연한 것 일이다. 그러지 않은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하지만 아이가 잘 자랄까, 잘 해낼까 걱정만 하고 있는 동안 아이는 이미 잘 자라고 있는 중일지 모른다.


남의 앞길을 잘 보라고 충고하는 나는 정작 내 앞길은 잘 보고 가고 있는가? 혹시, 아이 걱정만 하고 내 걱정은 하지 않고 있진 않은지? 내 앞에 놓여 일 주째 제대로 걷지 못하게 하는 작은 돌 따위도 보지 못하고 아이에게만 조심하라고 하는 건 않는가? 아이가 다치면 부모가 돌봐준다. 하지만 부모가 다치면 그 다친 몸을 이끌고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한다. 이젠 내 몸을 돌봐줄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젠 한번 다치면 아이들과는 다르게 빨리 회복도 되지 않는다.


아이 걱정을 전혀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부모가 하는 아이 걱정의 일부만 떼어다 내 앞에 놓인 돌멩이 하나에 걸려 넘어지지 않을 만큼만이라도 조심을 했으면 한다. 아이는 내 말을 듣지 않아도 넘어지지 않을 만큼 자랐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씩씩하게 걸어갈 만큼 건강히 자라고 있는 중 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