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올해 11살 8살이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는 시기이고 1학년은 돌봄이 제일 필요한 시기라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반대로 흘러간다. 작년에 시작한 첫째 아이의 하나뿐인 학습 사교육인 영어를 이달부터 다니지 않고 있다. 일 년 전 첫째는 영어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했다. 아이와 집 주변 학원 서너 군데를 둘러보고 아이 선택해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 년 만에 아이는 학원을 그만 다니고 싶다고 했다. 공부 방법이 지겹기도 하고 혼자서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마음이 혹시나 바뀌지 않을까 싶어 한 달을 더 다녔지만 아이는 변하지 않았다.
아이의 정서와 때가 되면 한다는 생각에 지켜보고 있던 찰나에 첫째가 수학 단원평가 결과를 가지고 왔다.
아이는 자기가 몇 점 받았을 것 같냐고 물어보았다. 요즘 책상에 앉아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종종 봤던 터라 마음 같아선 80점 90점이라고 하고 싶었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아이 역시 좋은 점수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아이가 엄마 기대에 못 미쳐 속상해할까 봐 더 낮은 점수, 50점을 생각했다. 그것도 잠깐, 진짜 50점을 받았으면 아이가 실망을 할 것 같았다. 엄마 기대보다는 잘하는 아이가 되고 싶어 할 것 같았고 기대에 딱 맞기만 했다고 생각할까 봐 더 낮은 30점을 말했다.
아이는 50점을 받았다. 나는 소극적인 실망을 했다. 그래도 아이를 독려하고 너도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겠지? 생각보다 잘했네라고 응원을 했다. 하지만 가슴 한구석엔 내가 너무 손을 놔버렸었나? 내 육아에 대한 의심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아이와의 점수에 대화가 계속 떠올랐다. 아이 점수 때문이 아니라 내가 아이에게 솔직하지 않은 부모라는 실망과 어쩌면 예상 점수를 말하기 전 들었던 생각은 아이의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대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이의 자존심을 지켜주려고 말했던 거짓말 점수 30점이 ‘엄마는 나를 30점만 맞는 아이로 생각하는 건가?’가 될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자존심을 위해 했던 거짓말이 오히려 아이의 자존감을 생채기 내기도 하겠구나.
그날 저녁 엄마가 할 이야기가 있다며 아이를 불렀다. 책상 의자에 아이를 앉히고 나는 그 앞에 무릎을 굽혀 아이 눈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갑작스러운 엄마의 호출이 당황스러운 눈치다. 자기가 뭔가 잘못했나 싶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따로 이렇게 아이를 부를 일이 혼내는 것 말고 또 있겠는가.
“사실, 엄마가 거짓말한 게 있어서 미안하고 사과하고 싶었어”
“수학 점수를 몇 점 받았을 거 같냐고 했을 때 30점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그게 엄마 진짜 마음이 아니야. 네가 시험 보자마자 말했던 80점이나 90점 일 줄 알았어. 근데 네가 실수하면 50점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 근데 네가 진짜 50점을 받았으면 실망할까 봐 30점으로 말한 거야. 엄마가 진짜 마음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
다행히 아이는 내가 말한 점수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엄마는 네가 8,90점을 받으면 좋을 것 같아. 이건 엄마의 솔직한 마음이야. 그런데 그 점수는 네가 노력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어. 연습하지 않고 점수가 잘 나아갈 바라는 건 욕심이야. 그리고 엄마는 네가 이미 수학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네가 매일 연습하고 하나씩 배워가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네가 도움이 필요하면 엄마한테 언제든지 와 엄마가 도와줄게."
“응 엄마, 근데 나 지금 점수가 낮은데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아이는 이미 자기가 수학을 잘 할 수 없다고 의심을 시작한 모양이다. 나 역시 속상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아이의 솔직한 마음을 들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응 엄마는 네가 잘 할 거라고 믿어, 이건 정말이야”
아이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아이는 곧장 책상에 꽂혀있는 몇 안 되는 수학 문제집 중 하나를 꺼냈다.
“나 오늘부터 조금씩 연습할게, 나도 90점 맞고 싶어”
어쩌면 우리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한 걸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한 대로 아이가 하지 않을까 봐, 내가 잘 모르는 것을 들킬까 봐, 부모는 완벽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걸 알아챌까 봐.
아이에게 솔직해지기 이전에 나 스스로에게 솔직해져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