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여행 에세이
태국을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오는 사람은 없다. 카오산로드는 여행자의 거리로 유명해졌고, 우스갯소리로 태국에서 거지처럼 다니는 사람은 여행자와 거지 말고는 없다고 할 정도로 태국 여행 분위기는 자유로웠다. 그곳에서 난 2010년 겨울에 처음 발을 들였고, 2011년 초, 태국 북부 지역을 한 달간 돌아다녔다.
그로부터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다시는 배낭여행은 꿈도 못 꿀 거라 여기며 살아왔지만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일을 하고, 헬조선이 이래서 헬조선인가 하며 도피를 꿈꿨다. 기어코 퇴사를 해야 직성이 풀렸고, 전재산은 꼴랑 500만 원이 전부였다. 심지어 그 500만 원은 5년 동안 일해서 조금씩 적금을 들어서 생긴 자금이었다. 난 더는 대한민국에서 살기 힘들다는 생각과 함께 금쪽같은 500만 원을 들고 도피 여행을 시작했다.
이 여행에서 도피가 목적이라면, 출판은 목표 정도 되었다. 여행 다니면서 적었던 일기장을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책을 출판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당시 출판사를 다니던 친구의 권유에 한 번 나도 글이라는 것을 써 보자라는 결단력에 여행기를 적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수한 여행기가 출판되었고, 그들의 일상은 ISBN 넘버를 받아 세상의 빛을 보았다. 내 여행기는 그러지 못했다. 퇴고 부분이 막혔기에 친구에게 그렇다 할 여행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이 여행기를 1년 동안 묵혔다. 걸쭉해지고 끈적끈적해질 때로 끈적해진 글을 다듬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대로 항아리 속에서 계속 숙성될 나의 글이 아까워서다. 비록 출판사 다닌다는 친구는 프리를 선언하였고 어디에 투고해 볼까도 생각도 했었지만 그건 미지수다. 역시나 이번 작업도 퇴고를 끝마친다는 데에 의미를 두어야 할 것 같다.
2018년, 브런치에 《도피 여행의 참된 미》를 연재할 기회가 생겼다. 이제는 될 대로 되라는 느낌이다. 묵힌 에세이를 다시 빛을 보게 한다는 건 일면식 없는 사람에게 등 좀 밀어달라고 부탁하는 일처럼 부끄럽다. 퇴고를 거치며 오탈자를 잡고 문장을 새로 쓰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거쳤지만 글이 거칠지 않을까 여전히 염려스럽다. 내 글이 친절하지 않을 수 있고, 지루할 수 있다. 그래도 몇 년을 함께한 나의 복부지방 같은 녀석이라 애정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독자들의 반응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