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지름길은 없나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는 날을 희망한다. 일랑일랑 거리는 물결을 다른 언어로 어떻게 표현하랴. 뜨겁지 않지만 차갑지도 않은 미적지근한 커피의 온도를 표현하고 싶다. 이런 단어는 한국어가 아니면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 번역가라도 밤새워서 고민할 단어다. 그래도 외국으로 나가 다른 국적의 사람들과 의사소통은 하고는 싶다. 내가 외국어를 배우는 게 빠를까.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는 게 빠를까. 아마 전자일 거다.
준비물 : 외국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
이 마음이 작심삼일 이상만 간다면 조금씩 외국어를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기분은 뭘까. 집에 굴러다니는 영어단어 책을 잡았다. 앞 3페이지는 지저분했다. 그런데도 왜 그 페이지에 있는 단어 중 아는 단어는 손에 꼽히는 건지 미스터리다.
친언니가 건네준 “시원스쿨 기초 영어법”으로도 공부를 해 보았다. 이번엔 색다르게 읽고 마는 것보다 내가 공부한 범위를 블로그에 포스팅하면 공부가 더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매일 공부한 범위 내에서 틀린 부분을 왜 틀렸는지 등 적었다. 하지만 책이 지루했다. 매일 비슷한 문장을 읽는 거라 지겨웠다. 책 한 권은 끝내겠다는 내 다짐은 인터넷 파도에 산산이 부서졌다.
게으른 내 잘못이었다. 게으른 나도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몰색했다. 나는 팟빵을 애용하는 청취자였다. 일빵빵 영어회화가 꽤 인기였다. 바로 일빵빵 영어회화를 듣기 시작했다. 의외로 재밌었다. 미국 드라마 “프렌즈”의 대사 위주로 수업을 진행했다. 이거다. 이거! 그래서 컴퓨터 앞에 앉을 때마다 틀었다. 그림을 그릴 때도 틀었다. 글을 쓸 때도 틀...었는데 정신이 산란해서 꺼버렸다. 글 쓸 때는 애용할 수 없어 아쉬웠다. 한 번 멈추니 다시 듣기가 힘들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이제는 미국 드라마를 챙겨보기로 했다. 일빵빵 영어회화에서 애용했던 미국 드라마 “프렌즈”를 보았다. 처음에는 한글 자막으로, 두 번째는 영어 자막으로 보았다. 하지만 눈에 띄는 발전은 없었다. 더군다나 한글 자막으로 보는 게 편안했다. 영어 자막은 자연스럽게 안 보게 되었다. 그렇게 “프렌즈” 시즌 1이 끝나고 내 영어 공부도 끝났다.
영어를 배우겠다는 다짐이 사라지고 눈에 들어온 외국어는 중국어였다. 중국어를 배워볼까 하는 생각에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중국어 수업을 신청했다. 입문과 초급반 두 수업이 상설되었다. 나는 고등학교, 대학교 때 잠깐 배웠던 중국어 실력을 믿고 초급반을 신청했다. 하지만 자꾸 뒷맛이 씁쓸했다.
‘입문반을 신청해야 했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면 지루할 텐데...’
불확실한 마음가짐에 중국어를 잘하는 친구에게 전화해 고민을 상담했다.
“야, 나 정도면 잘하는 거 아니냐?”
곰곰이 내 중국어 발음을 들은 그 녀석은 쓴소리를 했다.
“뭐라고? 입문반부터 해. 처음부터 제대로 공부 안 하면 나중에 고생해.”
누군가 말했다. 쓴소리는 퉤 하고 뱉고 단 소리는 낼름 먹으라고. 나는 바로 “어떻게 나에게 그렇게 쓴소리를 할 수 있어?”라며 퉤 하고 뱉었다. 친구는 “너 알아서 해라.”라고 말하고 내 고민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내 뇌리엔 이제 친구의 쓴소리가 허리케인처럼 휘몰아쳤다. 결국 다음날 오전에 주민자치센터에 전화하여 입문반으로 반을 변경하였다.
첫날 중국어 수업은 새로 들어온 수강생을 위해 한어병음부터 다시 다뤄주었다. 수업을 듣고 난 뒤 친구 말 듣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대강 알겠는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멍청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틀린 게 없었다. 초급반 수업을 못 따라가고 해롱해롱할 내 모습이 선했다.
이번에 중국어 수업으로 목표가 생겼다. 중국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실력까지 되는 거다. 힘내자, 진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