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이 담지 못하는 인생의 면모. 그러니 우리가 써보는 인생사전.
오랫동안 밤을 기점으로 일하다, 요즘엔 세상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 아침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보통 방송사에서 프로그램을 런칭하기 전에는 어떤 제목, 어떤 구성을 내걸지 회의, 보고 (가져간 모든 것이 까이고) 다시 회의, 의견청취를 거듭한다. 대화가 계속 될수록 나는 어떤 글자들에 계속 마음이 묶여있었다. 오늘, 내일, 또, 다시, 감사, 일상 같은 단어들. 헤어지며 “내일 봐”, “내일 만나자” 같은 당연한 약속을 하는 마음들.
우린 내일이 올 거라는 굳건하고 당연한 믿음으로 오늘을 산다. 그런 믿음이 이루어져 새 하루를 맞이하는 것이므로 매일 아침을 여는 이 방송은 강력한 확답을 주어야한다. 그러므로 우리 팀은 ‘오늘도’ 라는 이름을 달아야겠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시작한 라디오는 진행자인 내 이름을 더 해 <오늘도 황진하입니다>라는 타이틀로 시작했다.
매일 아침 9시부터 11시. 출근을 마쳤거나, 지각 중이거나, 아이를 유치원과 학교에 데려다주는 시간. 우리는 이 시간에, 새 하루에 대한 ‘감사함’과 ‘긍정’을 불어넣는다. 이 방송을 듣는 이가 감사한 하루를 ‘찐’하게, 밀도 높게 음미하여 이 하루의 주인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
특히 <오늘의 빈칸>이란 시간에선 그날의 단어를 정해, 듣는 이에게 이 단어를 정의해달라고 청한다. 숙제 같은 이 단어로, 내 인생의 어떤 구석을 한번쯤 들여다보자는 뜻이다. 매일 주제에 맞춰 도착하는 문자는 얼마나 제각각인지. 붕어빵이라는 한 마디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기도 하고, 나라의 경제를 걱정하기도 한다. 누구에겐 어떤 단어가 사랑인데, 누구에겐 듣기만 해도 슬픔이다.
우리는 그만큼 같고도 다르다. 때로는 얼마나 영화같고, 얼마나 시같은 글들이 많은지 내 생각이 미처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다. 누군지 알 수 없는,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생각을 더해 어떤 말들을, 우리만의 정의로 새롭게 이름 붙이는 일의 한 부분을 소개한다. 국어사전으론 담아낼 수 없는, 인생이 반영된 진짜 사전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PS.
<오늘의 빈칸>이라는 이름은 제작진이 함께 정했다.
매일 주제는 프로그램 메인 작가인 도설미 작가의 선정으로 준비한다.
브런치 기록에 앞서 매일 의미있는 화두를 선물해주는
'도설미 작가님'께 항상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