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주님보다는
술집 냉장고에 있는 차가운 주님을 더 선호하는 정도령!
“딱, 두 시간만 마시다 올게~”
지키지도 못할 약속 남발하며
다다다 쏘아붙이기도 전에 전화를 뚝 끊더니만
약속한 두 시간은 고사하고 내일을 향해 달려가는 이 시점까지 전화 한 통이 없다.
혹시나 싶어 전화하니 역시나
고객님의 전화가 꺼져있어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장난해???
“아니 얘는 뭐하느라 이 시간까지 연락이 없다니.
집에서 걱정하는 사람 생각은 못하고.. 네가 너무 순해서 그래.
오냐 오냐 받아주지 말고 쥐 잡듯 한 번 잡아봐.”
아버님도 어머님도
네 탓이다, 네가 덤비면 걔가 그러겠느냐 악처가 되길 종용하시지만
정작 아들이 오면
아이고, 우리 아들 어디서 그렇게 마셨대? 얼른 들어가서 쉬어. 하시곤 끝~
그 말만 믿고 악처로 변신했다간 내가 발칵 뒤집혀서 끌려 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약속한 두 시간이 훌쩍 넘긴 시점에서 귀가한 정도령이 불콰해진 얼굴로 친한 척을 한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있겠냐. 열두 시 사십오 분에?
꼴도 보기 싫으니 냉큼 들어가서 잠이나 주무시오.
난 그대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그림으로 풀고 자야겠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분노의 붓질을 하고 있으니 작업실 문을 닫고 들어와 아예 자릴 잡는다.
그냥 좀 가지? 볼펜 삼백 자루로 얻어맞기 전에?
노려보거나 말거나 주머니에서 지갑 척 꺼내더니 탁! 탁! 탁!
“에잇, 기분이다. 오빠가 쏠게- 이걸로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사 먹어!”
호기롭게 외치곤 게임 열 판 하고 자야겠다며 방문을 닫고 나간다.
그가 떠나간 자리에 덩그러니 남겨진 사천 오백 원.
얼핏 본 지갑 속엔 만 원짜리도 그득했건만 용케도 걸러서 줬다.
내 친구들이 다 학부형인데..
이걸 갖고 어디서 맛있는 걸 사 먹나?
진짜 장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