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달 예쁘다. 크고 아름다워.
참 이상도 하지.
같은 달인데 도시에서 보는 달은 차갑기 그지없고
이렇게 고향에서 올려다본 달은 고즈넉한 느낌이니 말이야.
고향이니까. 마음이 편하잖아.
그런가? 나름 도시에서도 잘 적응하고 있는데-
나에게서 차도녀의 기운이 마구 마구 뿜어져 나오지 않니?
소원이라면
뭐, 그런 걸로.
어우- 이 립서비스 절대 못하는 남자야.
말이라도 내 눈엔 네가 안젤리나 졸리보다 더 쿨해 보여하면 안 되냐?
안젤리나 졸리보다 더 귀엽긴 해.
치-
그건 그렇고 이번 추석은 어땠어?
잘 넘어간 거야?
비슷했지 뭐. 별 다를 게 있겠어.
왜, 그 뭐냐 탑 쓰리 안에 드는 대학 다닌다는 그 사촌 동생!
이번에 어-엄청난 데 들어갔다면서?
자랑질이 어마어마했을 것 같은데? 아니야?
작은 엄마 목에 깁스하고 오지 않으셨어?
위치가 어디냐, 뭐하는 회사냐, 연봉은 어떻게 되냐,
인센티브부터 직원 복지까지 작년에 합격했을 땐 묻지도 않으시던 걸
이제 묻더라고.
뭐래?
불행인지 다행인지 먼저 와서 한차례 밟혔던 형들이 기를 쓰고 쉴드 쳐준 덕분에
나 꽤 괜찮은 회사 다니는 놈 됐더라?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신 눈치였어.
왜들 그러나 몰라.
자기 자식 잘 되고 남의 자식도 잘 되면 더 좋지.
꼭 그렇게 한 사람은 위에 있고 나머지들은 기어야 직성이 풀리나.
너야말로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좀 그렇다.
별건 아니고.
노량진에서 삼 년째 공부 중인 엄마 친구 딸 있다고 했잖아.
아, 엄마 친구 딸 무서운 단어가 등장했군.
이번에 붙었대.
오- 잘됐네.
잘된 일이지. 그 아줌마 뒷바라지한다고 엄청 고생했거든.
곱게 자란 분이 식당 일부터 청소까지 돈 되는 일이라면 몸이 부서져라 하시더라.
병문안을 몇 번이나 갔게? 그런데도 자기가 이럴 때가 아니라면서 퇴원하고 또 병 얻어서 입원하시고.
옆에서 지켜보기 안타까울 지경이었어. 그런데-
그런데?
합격소식 전하고 나서 나를 한번 쓰윽 훑으시곤
넌 언제까지 그러고 살래? 하는 거 있지.
아이고-
욱 할 뻔했다니까.
내가 인지도가 낮아서 그렇지 밥벌이는 잘 하고 산다고.
엄마한테 손 벌린 적 없어. 다달이 꼬박꼬박 용돈도 잘 드리는데.
대학도! 등록금 빼곤 내가 다 해결했다. 너 알지?
알다마다.
무슨 사시 패스해서 인생역전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 언니한테 돈을 얼마나 쏟아부었는지 내가 다 아는데!
웃겨 아주.
용케 참았네? 기특해라.
그 자랑을 얼마나 하고 싶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까 절로 참아지더라.
물론 속은 아직 이글이글하지. 간만에 불타올랐어.
말 나온 김에!
달아 달아- 내 소원을 들어다오.
뭐야? 갑자기- 이 느닷없는 전개는?
나 좀 대박 나게 해줘-
울 엄마도 목에 깁스하고 돌아다니게!
그 언니한테 가서 울 엄마도!
어머, 얘 넌 언제까지 그렇게 재미없게 살거니? 묻게 해줘!!
이야- 못됐다. 우리 미소.
이제부터 못된 여자로 살 거야.
나도 그럼 못된 소원 하나 빌어도 돼?
응?
달님, 여기 제 소원도 들어주세요.
우리 미소 꼭 대박 나게 하시고
옆에 철썩 들러붙은 저, 단물만 빨고 살게 해주세요.
꼭입니다.
허어-
나도 못됐지?
(째릿) 정말 못됐다. 이걸 남자 친구라고.
그래도 나 꼭 대박 날 거다! 그래서 내 소중한 사람들 다 챙기고 살 거다!
울 할머니랑 오빠만 빼고.
형은 왜 빼?
냉장고에서 반찬도 못 꺼내먹는 놈!
평생 한심하게 살아라.
명절 때 전 부치는 올케 언니 옆에서 따박따박 받아만 먹다가 확 이혼이나 당해버려라.
결혼도 안 한 형을 이혼부터 시켜?
무섭다. 우리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