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순 없어!
마음 한 자락 펼쳐 보이지도 못한 체 영영 이별이라니..
그럼 정식 직원도 아니고 학업 중 틈틈이 버는 알바일 뿐인데
천년만년 여기서 일할 줄 알았냐?
어쩜 이래.
그만둔다는 기별은 보였어야지. 우리 사이에-
무슨 사이?
스터디한답시고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공부는 뒷전 하염없이 바라만 보다가 말 한마디 못 건넨 사이?
내가 그 오빠 때문에 사마신 커피가 몇 잔인데!
강매했냐? 지가 좋다고 세 잔씩 꼭꼭 챙겨 마시고선.
너 친구 맞아? 절망에 빠진 내가 안 보여?
구구절절 옳은 소리만 할래?
어이가 없으니까 그러지요.
연기처럼 사라졌냐? 우리 과 복학생 오빠 아냐.
학교 가면 보는데 웬 오버?
밖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게 더 낭만적이잖아.
낭만이라는 말 한 번만 더 하면 그 입을 확 찢어버린다.
내가 그 오빠랑 친한 선배를 안다고 몇 번을 말하던?
깔아주는 멍석도 걷어차 버린 것이 뭘 잘했다고 이제와 징징거려?
넌 몰라..
영원히 모르고 싶다.
학교에 사는 실물 오빠는 모른 척하고 네 꿈속에서 헤매는 알바 오빠랑 연애나 실컷 하든지 말든지.
걱정 마.
오빠는 사라졌지만 이렇게 생생한 모습으로 남아있으니.
언제 사진은 또 찍었대?
몰래 찍을 용기로 말이나 한번 걸어보지.
마주 보면 입에 자동으로 지퍼가 채워지는 걸 어쩌라고.
학교에서도, 다리가 제 멋대로 움직인단 말이야.
그 오빠 있는데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그래서 그렇게 사진만 쳐다보고 있을 거야?
그럼 어떡해?
어떡하긴! 얼굴에 철판 까는 연습부터 해야지.
거울보고 연습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 더듬지 않고
네 입버릇처럼 낭만적으로 그 오빠 앞에 등장하는 연습.
내일부터 스파르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