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절 남편은 진중하고 다정한 사람이었습니다.
하늘의 별도 달도 따주마 라든가
여왕님처럼 모시고 살게 같은
순도 백 퍼센트의 뻥도 친 적 없고
호강은 못 시켜줘도 우리 둘이 재미나게 살자-
실현 가능한 멘트들만 날렸기 때문에
아, 이 남자라면 결혼해서 속 썩일 일은 없겠구나
안심하고 혼인 신고서에 도장을 팍 찍었더랬죠.
그런데, 변하더이다.
하-도 평범한 연애라 변할 건더기가 없다고 방심했으나
그 와중에도 변할 게 있더이다.
연애시절 진중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찌나 깜찍하게 구시는지..
다섯 살 연상 아닌 다섯 살 연하랑 사는 기분이라니까요.
퇴근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하는 일이란 바짝 엎드려서 모바일 게임 돌리기
아내 얼굴 보기는 돌같이 해도 액정 화면은 동지섣달 꽃 본 듯이 하대요.
한번 잠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인 사람이 새벽에 벌떡 벌떡 잘도 일어납니다.
스태미나인지 뭔지를 받아야 한다나
남편의 시력도 걱정이지만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핸드폰의 안위가 더 걱정입니다.
조만간 터질 것 같아요.
뜨끈뜨끈 이게 찐빵인지 핸드폰인지 구별 못할 지경이라
남편의 또 다른 취미는 UFC 시청입니다.
요즘은 거의 매주 경기가 있는데요.
경기가 있는 날이면 피떡이 되어 쓰러진 선수를 앞에 두고 점심을 먹어야 해요.
처음엔
어우 저 사람 어떡해. 저러다 죽는 거 아냐? 채널 좀 돌려~ 했는데
지금은
되게 아프겠네- 이러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습니다.
최두호 선수 경기 잡혔대~ 상대가 컵 스완슨이라던데?
이번에도 이기면 4연승 맞지??
최신 정보를 남편보다 먼저 알고 알려주기도 하지요.
우리나라 선수도 아니고 외국선수 이름이 쩍쩍 붙는 현실이 두렵습니다.
이러다 저까지 마니아가 되는 건 아니겠지요?
설거지하는 제 뒤로 슬금슬금 다가와 초크 기술을 걸고선 푸하하- 웃어젖히는 남편.
놀랐지? 놀랐지? 얼굴 시뻘게진 것좀 봐. 크하하-
제 손에 들린 부엌칼이 보이지도 않는 가 봅니다.
쟁반으로 뒤통수 날리면 별이 보일 텐데 한번 해볼까요?
컴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