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춥다.
꼭 여기서 이래야 합니까?
조금만 내려가면 커피숍이 즐비한데 거기서 기다리면 안 돼요?
에이, 조금만 참아 봐요.
봐봐. 하늘이 금세 깜깜해졌잖아. 곧 올 거예요.
아니 눈이 카운트 다운하고 내리는 것도 아니고.
첫눈이 오늘 올지 안 올지 어떻게 알아요?
촉이 왔어. 분명 오늘이에요.
무당입니까?
점괘 나왔어요? 눈 온다고?
짜증내지 말고요. 날 믿어요.
내가 이런 쪽으론 좋다니까.
얼어 죽겠네-
안 추워요? 치마도 한 뼘 길이로 입었고만.
어렸을 때부터 각종 한약을 섭렵해서 이 정돈 끄떡없어요.
몰랐구나. 나 귀하게 자랐는데. 위로 오빠만 네 명이거든요.
지금도 각종 영양제, 비타민, 화장품, 옷, 구두, 가방은 물론이고 기본 생필품까지
오빠들이 다- 사줘요.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압니다. 사내에 금수저라고 소문 쫙 났어요.
티를 굉장히 내셨는데 몰랐나 봐요?
더 끌리지 않아요?
잘하면 인생길이 확 트일 수도 있는데?
됐거든요.
치이- 농담이에요.
금수저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부풀린 거고 그냥 예쁨 받는 막내딸이라고요.
내가 뭘 그렇게 꾸미고 다녔다고.
아-
또 뭐요?
눈 와요. 와- 진짜 눈이네.
어, 진짜!
거 봐요. 내가 온다고 했죠.
딱 알았다니까.
그렇게 좋아요? 입이 귀에 걸리겠어요.
당연히 좋죠. 우리 둘이 처음 맞는 눈이잖아요.
그것도 첫눈을!
진짜 잊지 못할 날이다, 그쵸?
그러네요. 잊지 못할 눈이네.
두 시간을 오들오들 떨다가 맞은 눈.
감기 걸리면 책임질 거예요?
당연히 책임지죠.
까짓 평-생 책임질게요.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