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기억이 날 듯 말 듯 머릿속이 가물하고
금방이라도 답이 톡! 튀어나올 것 같다가도
도로 쏙! 들어가버려 숨 넘어 갈 때.
방금 전 그랬습니다.
신메뉴에 도전해보겠노라고
(황태찜 닭볶음탕이요.)
지갑 챙겨 들고
부랴부랴 신호등 앞에 서 있는데
맞은편 보도블록 위에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서 있는 거예요.
분명 제 또래.
옆에서 꼼지락거리는 아이는
아마도 딸 인듯하고.
어디서 봤더라, 저 얼굴을.
네모반듯한 턱선이 몹시 낯이 익은데.
서점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인가.
아니야.
네모난 언니가 있긴 했지만
저 정도로 늠름하진 않았어.
어머나,
어여쁜 딸내미 등짝 후려치는 스킬 좀 보소.
예사 힘이 아니로세.
소싯적 일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구먼.
전에 누가 저렇게 얻어맞는 걸 본 적이 있었지.
그때가 중학교 때였나.
전학 간 학교에서,
하필이면 일진님이 거주하고 계신 반으로
뚝! 떨어지는 바람에
거친 언니들의 세계를 경험하고 말았어.
일진님 연애편지도 대필해 드리고
행여 한 대 맞을까 과학 숙제도 대신하고
전날 본 드라마 줄거리도 소상히 읊어 드리고
그리고 또............... 아?!!
드디어 생각났다. 일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구 일진님께서 제 옆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조금 전 스매싱이 무색할 정도로 자애로운 모습.
아아, 미처 몰랐습니다.
일진도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요.
"엄마, 엄마아~ 리락쿠마 필통 사주면 안 돼?"
"시끄러워. 어린이날 지난지 얼마나 됐다고 또 선물타령이야?"
"그치만.. 마법천자문은 받고 싶은 선물이 아니었는 걸."
"그냥 무조건 읽어. 그게 네 인생 피는 길이다.
네 아빠 같은 사람 끌고 오기만 해봐.
확 그냥! 죽을 줄 알아."
물론 포스가 남다른 엄마이긴 합니다만..
여전히 와일드하네요.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