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고 만날 사이란 걸 알았지만
그게 오늘일 줄은 미처 몰랐네
꽃바구니도 아니고
두부 한 모, 목살 두 근, 새송이버섯, 양파, 깐 마늘 등등으로
가득 찬 장바구닐 들고 있을 때 만나다니
하필이면-
물론 너야
내가 드레스를 입었건
거적데기를 걸쳤건
별 감흥 없긴 마찬가지일 테지만
나는 좀 그랬어
벌게진 얼굴로
어떻게 하면 티 내지 않고
못 본 척 돌아갈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는데
네 발끝이 보이더라
넌 어쩜 구두까지 먼지 한 톨 묻히지 않고
반들반들 신고 다니냐
생각 없이 끌고 나온 슬리퍼가 창피해 지게
넌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어깨를 토닥였고
난 흔해빠진 여자 사람 얼굴을 하고서
속도 없이 웃어버렸지
실수로 마음 한 조각 흘렸다가
대차게 까인 경험은 모른 척하고
넌 여전히 멋있고
난 여전히 못났구나
속도 없지
한번 웃어줬다고
또 쏠랑 넘어가서는
긴긴밤
너를 지우느라 버둥댔는데
또다시 긴긴밤
네 생각으로 잠 못 이룰 것 같아
어떡하니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