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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질랜드 외국인 Mar 27. 2019

다국적 회사에서 일하면 생기는 흔한 에피소드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의 해외 출신인 직원 비율은 다른 뉴질랜드 현지 회사에 비하면 꽤 높은 편이다. 

직원들이 식사를 하는 티 룸(Tearoom) 한 켠에 크게 배치 된 세계지도는 직원들이 얼마나 다양한 곳에서 왔는지 직원 이름이 꼽힌 위치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회사의 사장은 아일랜드에서, 패셔너블한 세일즈 여성 직원은 영국 잉글랜드에서, 회계 및 회사 관리를 맡고 있는 정년 퇴직을 앞 둔 직원은 독일에서, 최근 부쩍 친해진 프로그램 테스터는 인도에서, 비행기로 가는데만 거의 이틀이 걸리는 아이슬란드에서 온 직원도 한 명 있다. 

피지,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국, 미국 그리고 한국.. 국가 출신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일을 하고 있고, 다 합치면 최소 20개 국가가 넘는 출신의 직원들이 한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에 가끔씩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들과는 영어라는 하나의 언어로 서로 소통하며 일을 하는데에 전혀 문제가 없다.

 

다국적 회사라고 말은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직장 생활은 어딜가든 다 비슷한 느낌이다. 

자기 자리에 앉아 일을 하면서도 가끔씩 소셜 미디어나 쇼핑몰 웹사이트를 둘러 보는 것, 뒷담화, 가십 얘기하는 것도 똑같고, 쇼핑하다가 누군가가 뒤로 지나가면 재빠르게 화면을 돌리는 것도 어쩜 한국과 똑같다. 

티 타임(Tea time)이라고 하여 아침과 점심 사이에 하는 아침 티, 점심 후 하는 오후 티, 한국말로 하면 다과시간이 중간중간 있기도 한데 이런 다과타임이 한국과 다르다면 다른 점 이랄까? 아침 10시 30분이 되면 프랑스 출신 직원들이 티 타임을 가지며 수다를 떠는 것을 보며 역시 프랑스 사람들은 일을 여유롭게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잠재적 가능성이 많은 국가의 시장들은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시장 장벽이 높은 경우가 많다. 개발 도상국이 많은 아시아 지역이나 비영어권 국가들이 특히 그렇다. 이런 시장을 적극적으로 노리기 위해 각 나라의 언어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여러 나라 출신의 사람들이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왠만한 언어는 회사 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면 강점이다.

“혹시 중국어 가능한 사람?”

“우리 회사에 프랑스 사람들한테 도움 요청해 봐.” 

회사 전체로 이메일을 날려보면 건너 건너 생소한 언어를 하는 사람을 쉽게 찾아서 번역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 있다.

 


하나의 주제에 다양한 의견이 오갈 때도 다국적 기업이기 때문에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정의해 놓았던 프레임을 깨는 의견들이 오간다. 날짜를 표기할 때나, 왜 해는 동양 국가에서는 빨간색이고 달은 노란색으로 칠하는지, 색이 의미하는 문화적 차이를 한번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것에 의문을 다시 가지게 된다.

빨간색은 중국에서는 행운을 상징하는 반면, 보라색은 죽음에 가까운 색이라고 하여 기피하는 색상으로 취급된다. 인도와 스리랑카는 한국처럼 하나의 언어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여러 개의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항상 두 언어 이상을 한꺼번에 표시해야 했다. 다양성으로 인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모든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다양성(Diversity)에 대해 꾸준한 캠페인을 벌인다. 이미 다국적 회사고, 캠페인을 굳이 안 해도 서로 존중하면서 일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도 말이다. 다양성이란 무엇일까? 서로가 다른 피부색, 종교, 성적 지향 등을 이해하고 차별하지 않고 존중하는 것이다. 

다양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은 음식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아닐까 싶다. 한국처럼 점심을 같이 먹기가 힘든 것이 바로 이 때문은 아닌가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소고기를 먹지 못하는 일부 국가의 직원도 있고, 베지테리안으로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베지테리안 타입도 비건이 있고 생선은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빨간 고기만 안 먹으면 되는 사람도 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땅콩 알레르기는 해외에서는 가장 흔한 알레르기라 매번 넛(nut) 종류가 들어갔는지 안 들어갔는지의 여부도 알아봐야 한다. 회사 냉장고 문을 열면 유당불내증으로 세가지 우유 타입이 비치되어 있다. 일반 우유, 지방 없는 우유, 유당불내증 없는 우유. 


다양성은 뉴질랜드 전체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이민자들의 국민으로 이루어진 나라인 만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롭게 사는 것을 큰 의의로 둔다. 안타깝게도 며칠 전 발생 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총격사건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갖고 사는 이민자들이지만 우리는 뉴질랜드 나라 아래 하나라는 것을, 이번 사건을 통해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로 배우게 되었다. 




위의 글은 올해 발간 된 책 <나는 뉴질랜드에서 일한다>에서 발췌, 편집하고 수정한 글입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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