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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질랜드 외국인 Apr 03. 2019

해외 이민, 비주류로 산다는 것

너 처럼 취업하고 비자 받은 경우 별로 없어. 이런 좋은 기회에 영주권이라도 따 놔봐.

영어를 배우기 위해, 비자가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 갈 계획으로 왔던 1년의 워킹홀리데이. 

하지만, 운 좋게 된 취업으로 비자가 연장이 되는 바람에 뉴질랜드의 생활은 길어지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은 기회라며,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영주권이라도 받아서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도 올 수 있지 않느냐는 조언들이 주위에서 들려왔다. 


내가 이 나라에서 좀 더 오래 있으면 어떻게 될까?


단기 해외 생활이 아닌, 장기적인 생활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한국에서 쌓아 온 인간관계, 커리어, 자잘하게는 은행 거래와 들어놓은 보험들까지 한국에 연결해 놓은 거미줄들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었다. 장기적인 해외에서의 삶은 어찌보면 그런 거미줄들을 하나씩 끊는다는 의미였다. 



이민을 오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자녀의 교육과 미래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 한국의 정치가 싫어서, 사회의 부조리, 대부분의 일생을 회사에 바쳐야만 하는 사회 시스템을 피해서 오는 등 여러가지가 있다. 최근에는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미세먼지와 자연환경도 한 몫을 한다.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몇 년전부터 폭발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취업 준비생은 안정적인 직업을 위해 대기업 또는 공무원 시험을 통한 바늘구멍 뚫기 식 취직에 겨를이 없고, 취업을 한 이들은 혼자 살기에도 빠듯한 수입에 결혼을 최대한 늦게 하려다 포기하는 현상이 생긴다. 그럼에도 어렵사리 결혼을 한 사람들은 천정부지로 오른 집 값 때문에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보금자리를 틀고 살지만.. 왕복 3시간이 훨씬 넘는 출퇴근 시간,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에 끼여 타고 가다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내가 대체 왜 이러고 사는걸까?

그렇게 한국에서의 삶을 뒤로 하고 꿈 꿔 왔던 이민을 향해 왔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참아내야 한다는 것을 해외생활을 경험하고 나서야 뒤늦게 깨닫곤 한다. 


어느 나라를 가든, 해외에서 자기 자신은 뭘 하든 ‘비주류’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피부로 느끼게 된다.  

한국에서 자신이 얼마나 대단했고 좋은 대학에 나온 사람인지 이 곳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유명 대학 졸업’ 혹은 ‘대기업 출신’ 등, 말은 하지 않아도 한국 사회에서는 취업이나 인맥에서 어떻게든 통했다. 거창한 회사의 네임 뱃지를 목에 걸고 출근하면서 은연 중에 사회에서의 내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거창한 타이틀을 가진 사람은 알게 모르게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민을 온다면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비주류의 삶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모국에서 어떤 굉장한 일을 했던 간에 현지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는 그저 ‘아시안’으로 취급될 뿐이다. 음식을 주문하면 현지인 에게는 몇 분도 안 걸리는 것에 ‘아시안’인 내가 주문하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까? 내가 현지인이 아니라 그런가? 그저 별 것 아닌 일들도 차별이라고 생각하고, 밑도 끝도 없이 모든 일들이 다 불공평하게 진행되는 건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된다. 터키나 인도, 중국 등 자국에서 우수한 인재로 불리던 사람들도 ‘이민자’ 출신으로 인해 받게 되는 대우는 한국인과 별 반 다르지 않은데도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가끔씩 해외에서 이민자로 오랫동안 생활 하다가 다시 돌아가는 1세대 ‘역이민’이 생기고는 한다. 영어를 잘 못하는 1세대는 이러나 저러나 비주류로 남아 살 바에 차라리 같은 말, 같은 문화와 비슷한 얼굴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사는 것이 낫다며 나이가 들어 회귀하기도 한다. 

같은 언어를 말하고 소통하는 것, 그 자체 만으로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해외에 나가 살아보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부분이다.





위의 글은 올해 발간 된 책 <나는 뉴질랜드에서 일한다>에서 발췌, 편집하고 수정한 글입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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