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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질랜드 외국인 Apr 10. 2019

결혼은 필수인가? 뉴질랜드의 다양한 관계

30대가 되고 나서도 뉴질랜드에서 외국인 노동자 신분으로 일을 하며 사는 동안, 한국의 또래 친구들은 서른 살 경계를 중심으로 앞 서거니 뒷 서거니 결혼을 착착 준비 해 나가던 시기가 있었다. 모바일 결혼 청첩장, 결혼식 사진들이 페이스북,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도배가 되더니, 좀 더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새로 태어난 아기들 사진으로 도배가 되는 것이 아닌가! 멀리 뉴질랜드에서도 느껴지는 한국의 ‘결혼적령기’ 라는 소용돌이가 나에게도 마수의 손을 뻗쳤다.


나도 빨리 결혼해야 하는거 아니야? 나 이미 늦은 거 아닐까?


심리적 압박감이 저 멀리 태평양 바다 건너서도 느껴졌다. 



뉴질랜드에는 다양한 관계들을 볼 수 있다. 결혼 한 사이만 인정 해주는 한국과는 달리, 결혼만 안 했지 거의 결혼한 것 처럼 재산을 나누면서 사는 사람들, 같은 성별로 이루어진 동성 커플들, 젊은 커플이든 나이 많은 커플이든 결혼을 안하고 오랫동안 동거만 하는 사람들, 결혼을 했으면서도 아이를 가지지 않는 커플들, 결혼은 안 했지만 아이는 있는 커플 등 다양하다.


뉴질랜드 이민성에서는 이런 다양한 관계(relationship)에 대해 크게 3가지로 분류 한다.  

법적으로 결혼(Marriage) 한 관계

시민 결합(Civil Union) 관계 - 결혼에 준하는 관계이며, 주로 동성커플 관계를 결혼처럼 보장받기 위해 사용한 제도, 주 정부 레벨에서만 인정 해 준다.

디 펙토(de facto) 관계 - 전형적으로 3년 또는 4년 이상 같이 살고 있는 커플을 디 펙토 관계라 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통틀어 파트너쉽(Partnership)이라고 부른다.



한국도 사실혼이라고 오랫동안 동거한 관계를 지지하지만, 법적으로 재산관리 등을 전부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딸이 있는 부모에게는 결혼 전 동거에 대해 인식이 좋지 않고, 부모님 집에서 결혼 전까지 같이 사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뉴질랜드는 18살 이상이 되면 대부분 부모님 집에 나와 떨어져 나와서 사는데, 혼자 자취를 하는 것보다 돈을 좀 더 절약하기 위해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있다면 같이 플랫을 공유해서 사는 경우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디 팩토 관계는 결혼 전에 거쳐가는 당연한 하나의 과정 중에 하나처럼 보인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느껴질 때는 아이를 낳게 되거나, 법적인 절차가 필요한 시점에 보호받기 위해 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결혼을 하는 이유가 오직 법적인 절차 때문에 하는 건 절대 아니다. 결혼이 가지고 있는 의미, 허즈밴드, 와이프의 명칭 등 결혼을 통해 사회에 인정 받기 위해서 동성커플이 오랫동안 동성결혼 합법화를 기다린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키위들은 디 팩토 관계에서 법적으로 보호를 받게 된다면 왜 굳이 결혼까지 할 필요성에 대해 느끼지 못한다. 디 팩토라는 이름 아래, 3년 이상 같이 동거하면서 재산 공유가 된 경우에는 헤어질 때 재산 분할을 5:5로 할 수 있다. 같이 살다가 헤어지게 되면 어느 한 쪽이 겪게되는 불공평함을 법적으로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아는 키위 친구는 아이가 두명이나 있는데도 불구하고 결혼하지 않고 계속 살고 있으며, 이런 케이스가 뉴질랜드에서는 매우 흔한 편이다. 뉴질랜드 총리 제신다 아던(Jacinda Ardern)도 마찬가지로 파트너와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식 결혼을 하지 않은 디펙토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뉴질랜드 사회 안에서는 다양한 파트너쉽도 존재하지만, 그 외에 많은 다른 관계들도 볼 수 있다. 

키위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자연스레 가족 이야기가 나온다. 이혼한 경우, 입양 한 자신의 경험, 성취향 고백, 난민 신청 등을 있는 그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관계와 상태를 인정하고 서스름 없이 공유하는 모습에 스스로 개방적 이라고 생각했던 나 조차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회사에서 ‘전 남편’, ‘전 아내’ 라는 말을 회사 내에서 쉽게 귓 동냥으로 들을 수 있는데, 창피하고 민감한 가족 문제를 함부로 발설하지 말라는 한국 사회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위의 글은 올해 발간 된 책 <나는 뉴질랜드에서 일한다>에서 발췌, 편집하고 수정한 글입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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