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르사 아사나 도전기 (2)

by 박진희

무슨 운동이라도 해야겠다며 근처 요가원을 샅샅이 찾았다. 차로 20분 떨어진 곳에 요가원이 있었고, 때마침 토요일 3시간 특강 수업이 있었다. 일단 가보자는 마음으로 원데이 수업을 등록했다. 3시간짜리 하타 수업이었는데 명상부터 천천히 몸을 깨우고 점점 깊이 있는 동작으로 진행되었다. 수업을 하기 전 차를 마시며 간단히 나의 몸에 대해 말씀을 드렸을 때, 선생님은 옆 사람들에게 동요되지 말고 그저 내 몸이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보는데 집중하고 호흡을 깊게 잘하라고 조언해주었다. 그렇게 인생 첫 하타 요가 수업을 받았다.


부장가 아사나에서는 당연히 팔을 제대로 펴지도 못했고 허리도 거의 들어 올리지도 못했다. 그냥 엎드려 있는 수준이었는데 숨이 헉헉 막히고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같이 갔던 동생들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개운한 몸의 움직임을 느꼈다는데 나는 그럴 겨를이 하나도 없었다. 엎드려 발등에 밴드를 걸라고 했는데 밴드를 걸기 위해 팔을 뒤로 돌릴 수 조차 없어 동작의 시작 자세조차 만들지 못했다. 그때마다 옆 사람에게 동요되지 말라는 말을 떠올렸다.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그저 내 몸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관찰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깊은 전굴, 후굴 자세들을 수련했고 마무리를 할 무렵에는 시르사 아사나를 했다. 매트 위에 멀뚱멀뚱 앉아 있으니 선생님께서 벽으로 가서 기대서 서보길 권하였다. 손에 깍지를 껴고 팔로 땅을 지그시 누르고 머리를 안정감 있게 넣고 다리를 벽으로 세워보라 말씀하셨지만, 나는 손깍지 안에 머리를 넣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안으로 머리를 넣었다간 목이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불안함이 가득 차 있었다.
“무서워서 못 하겠어요. 목이 부러질 것 같아요.”
어린애처럼 징징거렸다. 내 몸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수련을 진행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운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나 같은 약한 수련생을 얼마나 많이 봐왔겠는가. 포기하지 않고 보조도구를 가져다주시며 말씀하셨다.
“제대로 하면 이런 걸로 부러지지 않아요.”
허리 힘이 많이 없으니 보조 도구를 이용하여 해 보라고 하셨다. 머리 구멍이 뚫린 의자 같은 것이었다. 그 안에 머리를 넣고 어깨를 푹신한 의자에 받치고 나니 선생님이 다리를 들어 올려주었다. 거꾸로 세상을 본 것이 난생처음이었다. 머리로 피가 쏠리는 기분이 무엇인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일명 거꾸리라 칭하는 운동기구가 동네 공원마다 있었지만 한 번도 이용해본 적 없던 내가 몇 분이나 거꾸로 서서 세상을 바라본 것이었다. 동작을 마치고 내려와 느낀 것은 힘들다는 것도 아니었고 뿌듯함도 아니었다. 그저 거꾸로 서도 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후로 나는 요가원에 등록하여 계속 수련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동작이 완성되지 않고 있지만 나는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 요가는 경쟁하는 스포츠도 아니고 그저 자세 안에서 나를 알아가고 조금씨 그 한계를 넘어서는 수련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르사 아사나를 만났을 때는 보조의자를 사용하지 않고 벽으로 기대섰다. 물론 스스로 다리를 들어 올릴 힘이 없어 선생님이 번쩍 들어 올려주었지만 나는 너무 뿌듯했다. 손깍지 안에 머리를 넣고 몸을 세울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는 것에 스스로 달라졌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뿌듯함 덕분이었을까. 그 후로 여러 차례 넘어지리를 반복하며 벽에 스스로 다리를 대고 물구 서기를 하고 이제는 조금씩 벽에서 멀어지기 위해 필요한 동작들을 연습하고 있다. 여전히 배에 많은 힘이 필요하다. 그래도 넘어지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완성이 아니더라도 해보려고 하는 의지를 갖고 도전한다.

요가의 꽃이라고도 불린다는 시르사 아사나. 여러 좋은 효과가 있겠지만 내겐 정해진 방식으로만 세상을 보는 방법을 바꿔준 아사나였고, 스스로 몸을 세울 수 있다는 용기를 준 아사나이기도 하다.

어느 날, 전에는 몸을 써야 하는 상황이나 힘든 상황을 만나면 ‘나는 뭘 해도 안 되는 몸이야, 이런 몸으로 할 수 있는 건 없어’라고 생각하며 포기하고 좌절했는데 지금은 ‘부족하더라도 해보자, 나는 할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요가를 하며 몸도 좋아졌지만 우선 자존감이 아주 높아져서 삶이 더 행복해졌다고도 덧붙였다. 그러자 차크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7개의 차크라 중 1번 차크라 물라다라 차크라는 골반과 꼬리뼈 쪽에 있고 뿌리를 의미한다고 했다. 이곳에 불균형이 있으면 뿌리가 흔들려 자존감이 많이 낮아지게 되는데 나의 수술 부위가 바로 그 자리였다. 그곳이 한쪽으로 치우쳤고 망가졌으니 당연히 통증이 생겼으리라. 그리고 그 통증이 마음의 불안을 가져왔고 중심을 잃고 자존감을 낮췄으리라 생각 들었다.
지금 나의 물라다라 차크라는 어떤지 생각해본다. 균형을 잘 맞추어 가고 있는지, 나의 마음이 척추를 타고 꼬리뼈까지 깊고 곧게 그리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요가는 수련을 통해 나의 중심을 바로 세우고 뿌리를 깊고 튼튼하게 만들고 자아의 흔들림 없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오늘 부족해도 괜찮다. 아주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깊게 자리하고 있는 단단한 나무처럼 천천히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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