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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방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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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Nov 07. 2020

우아한 책방지기는 개뿔

책방에 오시는 많은 분들이 이런 말씀을 하곤 한다.

이렇게 좋은 공간에서 매일 책 보고 너무 좋아 보여요. 이렇게 책방 하는 게  꿈이에요.”

좋은 환상을 갖고 계신 분들께 실망시키고 싶진 않은 마음에 에둘러 그렇게 편한 일만은 아니라고 답을 하곤 한다. 책방지기는 그저 책들 사이에 둘러싸여 좋은 책을 고르고 읽고 진열하는 일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아해 보이는 책방지기도 그야말로 노동의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10~15kg 무게가 나가는 택배 박스를 여러 번 들어 날라야 하고,  무거운  박스를 들고 택배를 부치러 여러 번 이동해야 한다. 하루에도  백 권씩 쏟아지는 책들 정보를 살피고 주문할 책들을 고르고, 거래처와 소통하며 주문을 넣는다. 우리 책방에서는 그렇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지만 강연 기획을 하는 달에는 더욱더 정신이 없다. 작가, 출판사와 수시로 연락하며 일정을 잡고, 책을 주문하고, 홍보 기획을 하고, 모객을 하고, 행사 진행을 하고, 지원사업의 경우 여러 증빙서류들을 모아 보낸다. 하루,  달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나간다.
더욱이 우리 책방의 베스트셀러인 블라인드 북은 나를 더욱 바쁘게 만든다. 어떻게 하면 예쁘게 포장할  있을지 여러 번의 테스트 끝에 지금의 포장방법을 찾았다. 크라프트 포장지로 포장하고 도일리 페이퍼 등을 이용하여 커버를 싸고 끈을 묶어 책방 도장까지 달아 리본을 맨다. 그리고  위에 책의 키워드를 손글씨로 적는다.  권을 완전히 완성하는데 시간과 품이  들어가는 책이다. 우아하게 카운터에 앉아 책을 보는  같지만 나는  블라인드 북 포장하느라 분주히 손을 움직이고 있다. 흐트러지게 포장되는 게 싫어 힘을 주다 보니 어느새 손목터널 증후군이 찾아왔다. 책방지기가 갖는 직업병치곤  의아한 증상이긴 하다.

책방소리소문의 블라인드 북 코너


다른 몸을 많이 움직이는 직업에 비하면  노동은 아니겠지만 힘들지 않은 직업이 어디 있겠는가. 바쁘게 몸을 쓰거나 머리를 쥐어짜거나 각각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책방지기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나가는 것일 뿐. 우아한 직업이나 편안해 보이는 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평온한 호수를 가로지르는 백조의 발처럼 보이는 것과 다르게 분주히 움직여야 앞으로 나아갈  있는 것이다.
나는  일이 힘들다거나 특별히 좋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모두가 힘든 하루하루를 부단히 움직이며 건너가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서로 이해하고 살아가고 싶다. 하루를 건너는 모두가  속에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책방에 찾아와 이런 공간을 만들어줘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는 다정한 손님에게서 하루의 고됨을  잊는 것처럼. 모두 그렇게 고된 간격 속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오늘을 살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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