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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방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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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Nov 08. 2020

나의 책방 창업기 (1)

책방을 하고 싶은 마음부터 제주 정착까지


나는 남편과 함께 제주의 중산간 작은 마을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 책방 문을 연지 1년 4개월 정도가 지났다. 이제 막 생긴 책방에 속하지만 남편은 지역 대형서점에서 10년을 넘게 일을 했고 나는 일 년 여정도 일을 했다. 그동안의 고민과 아이디어를 함축시켜 놓은 공간이 바로 지금의 책방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책을 큐레이션 할 것.

주인의 취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나의 색을 빼고 다양함을 갖추는데 주력했다. 이유는 책방이라는 곳은 특정 연령대나 성별의 손님만 이용하는 곳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시골의 작은 책방에는 대형서점만큼 많은 책은 없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관심사를 다룬 책 한 권은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 마음을 담으려면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필요했고 많은 장서를 보유해야만 했다. 책들이 해묵은 서가 속에서 묵혀가지 않도록 적당히 보여줄 수 있는 공간도 필요했고 특별히 눈에 띄는 곳에 큐레이션 할 공간도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원하는 책방의 크기가 꽤 넓어야만 했다.

서울에서 평수가 넓고 햇살 좋은 공간을 구하려면 꽤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책방의 꿈을 가슴에만 품고 살았다. 도저히 원하는 만큼의 책을 살 돈도, 그것을 잘 배치하여 큐레이션 할 공간을 구할 돈도 없었다. 언젠가 적당한 공간과 적당한 비용이 생긴다면 그때 하고 싶다는 꿈만 꾸었다.

그러던 중 제주에 한 달 살기를 하러 갔다. 거의 십 년 만에 찾아온 제주는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집값이 서울 못지않게 비쌌고 쓸만한 촌집들은 대부분 민박집이 되거나 식당이나 다른 상업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만만치 않은 임대료와 서울에서처럼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지 않은 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제주에서 책방을 하는 것이 괜찮을까 살짝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제주의 자연이 주는 위로 덕분에 이곳에 정착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올랐다.
세계여행 중에 만났던 친구가 제주에 카페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랜만에 찾아갔다. 그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빈 집 정보를 얻게 되었고 적지 않은 평수와 적당한 임대료 소식까지 뜻밖의 행운이었다. 서둘러 계약을 하고 얼떨결에 제주에 정착을 하고 책방을 차리기까지 하게 된 것이다.

준비했던 것들을 천천히 공간에 담아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많은 책을 구매하려면 다른데 돈을 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모든 공간 인테리어를 직접 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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