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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Nov 09. 2020

책방은 우주와 같아요

제주 로컬 매거진 <한경 SARM> 기고글


저는 오픈하기  아무도 없는 캄캄  책방을 좋아합니다. 간밤에 그윽하게 토해낸  내음, 심연과도 같은 적막감, 흐트러진 책을 보고 있노라면 삶과 죽음을 추월하는 압도적인 무언가가 나를  워싸는 느낌이죠. 다른 어떤 것도 침범할  없는 나와 책방 둘만의 시간, 상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간.  시간만큼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만 같습니다. 책방은 오래도록 그렇게 나를 위로해왔죠. 그리고  또한 책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당신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당신을 알고 있나요? 서점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따뜻한 곳인지,  곁에  있어야 하는 존재인지. 지금부터  이야기를 들려주려 합니다.

서점에선 정말 다양한, 아니 어떻게 이런 분들이 있을까 싶은 사람들을   없이 만나게 됩니다. 자연스레 서점지기 또한 다양한 사람들을 응대하는 노하우를 터득하게 되죠. 특이하든, 이상하든, 나쁘든, 좋든, 가난한 손님이든 부자 손님이든 저희에겐 똑같이 적절한 대화를 나누고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책방에서 일하기 전엔   보던 내성적인 저였다면, 이제는 능구렁이 같은 유들유들한 성격의 소유자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렇게 만든 다양한 책방 손님들을   소개해드릴 게요.
<먼저 화가  씩씩거리며 내게 다가오는 손님>
도대체  난중일기 저자는 신간을 내지 않는 거요?”

 “(침착하며) , 손님 이순신 장군님은 돌아가셨으니까요.”

 “(당황하며) ! <당황하게 만드는 손님>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영원히 좁혀지지 않을 것만 같은 속도로 내게 오셨어요.
할머니 : 이봐,   찾는데
서점원 : , 어르신 어떤 책을 찾으시죠?
할머니 :  이야기는 귓등으로 듣는데  이야기는 찰떡같이 새겨듣는다는  용의 책이야. 뭔지 알겠어?
서점원 : .. 어르신 그것 만으로는 무슨 책인지 모르겠는데요. 화술 관련 책인가 ?(살려주세요)
할머니 : 그건  모르겠고 신문에서 봤는데 표지가  색이었어(민트) 서점원 : .. ..(살려주세요)
할머니 : 내가 사진 찍어오면 찾아줄  있겠어?
서점원 : , 그럼요~ 바로 찾아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할머니는 그렇게  영원히 멀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속도로 책방을 나가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책을 사서 읽고   다시 가지고 오면 다른 책으로 교환 가능한가요?”
아니요.. 그럼 저흰 돈을  벌지요.”
!”


“82년생 공지영  찾아주세요(원제는 82년생 김지영)”
나미야 백화점의 기적  찾아주세요(원제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삐꾸 씨의 행복여행  찾아주세요(원제는 꾸뻬 씨의 행복여행)”


이렇게 재밌는 손님들이 있는 반면 진상 손님들도 있습니다
이놈의 잡지는   가격을 올린 거야?”
손님, 가격은 출판사에서 정하는 거예요. 저희는 정해진 가격에  수밖에 없습니다.”
됐고, 전에 가격으로 팔아
죄송합니다 고객님. 정해진 정가를 주셔야 해요.”
 놈의 새끼가 어른이 말하는데 어디서 따지고 들어 자식야”
“(마음을 가다듬고) .. 할아버지. 어르신의 손주가 여기서 일해도 이렇게 대하  거예요?”
 손주들은 이깟 곳에서   
“....”
하지만 눈물이 또로록 흐르게 하는 감동적인 손님도 계시죠

 "(어린이용 선덕여왕을 소리 내어 또박또박 읽고 계시는 어르신께) 손님,  애들 책을 이렇게 또박또박 읽고 계세요?"
"으응. 작년에 처음 한글을 배웠거든. 칠십 평생  책이라는  얼마나 읽고 싶었는지 몰라. 얼른 읽는 연습해서 늦둥이 손자한테도 읽어주려고 그래."
(가슴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나를 흔들고 지나갔어요. 누군가에겐 평생소원이었던  읽기. 나는 너무나 가볍게만 여기고 고마움을 모르고 살고 있지 않았나, 우리에게  읽기란 어떤 의미인가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8 아이 손님)
엄마한테  선물  하려는데요
오늘 엄마 생일이니?”
아뇨,  생일인데 낳아주신  고마워서  선물  하려고요. 엄마가 요즘  힘들어하시는데, 자신을 돌보고 되돌아볼  있는   추천해주세요.”
( 생일인데요에서 감동받았다가, 디테일한 요구에 흠칫 놀랐다가, 지갑 속 꼬깃한 돈을 고사리 손으로 꺼내는 장면에 울컥했답니다.)


서점은 작은 우주와 같아요. 살아가면서 도무지   없을 것만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겪습니다. 각자의 사연을, 인생을 안고 서점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어느 순간 그것들은 내게 벅찬 감동으로 다가오곤 하죠. 서점이라는 곳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빈껍데기 같은 공간이  수도 있어요. 결국, 책이 중요한  아니라 사람이 중요한 거죠. 서점은 작은 우주와 같아요. 엄마에게 책을 선물  아이가 언젠가 “아저씨 알베르 카뮈 소설은 어디에 있나요?라고 묻는 날도 오겠죠.그런 날이  때까지 저희는  묵묵히 책방을 지킵니다.


동네 책방들이 점점 사라지고,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 기업형 중고서점들이 주름을 잡고 있습니다. 발품 팔지 않아도 집에서 간단히 책을 주문할  있고, 게다가 저렴하기까지  현실, 도무지  게임에서 동네책방이   있는 역할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동네책방이 분명히 존재해야  이유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독자와 소통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낼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죠. 동네책방 이기에 일어날  있는 , 함께 만들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소통을 통해 서로 보듬고, 나와 지역을 만드는 기적이 만들어지죠. 그것은 온라인 서점과 대형 서점이 아닌, 바로 동네책방만이   있는 일입니다. 소리 소문을 비롯한 동네 책방들은 여전히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눈보라가 휘몰아쳐도, 코로나 19 닥쳐도 그곳에,  자리에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이유는  하나, 당신이라는 존재 때문입니다. 가까운 동네책방으로 오세요.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요. 저희는 여전히 당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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