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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방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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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Nov 17. 2020

책방을 기억하는 방법

내가 책방을 처음 열고 가장 어려웠던 일은 다름 아닌 사진을 찍는 손님을 대하는 방법이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책을  파는 것이었다. 좀처럼 책을 읽지 동네 책방이 사라지는 요즘 시대에 책을  팔려면 공간의 매력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을 만들어 하나의 책방에서 다양한 경험과 매력을 느끼길 원했다. 그런데 이게 문제였다. 책방을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초반에는 책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오직 공간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오래 머물며  표지 하나하나 살피다 보면 우리가 준비했던 다양한 큐레이션이 보일 것이고, 혹여 그것이 보이지 않더라도 마음을 사로잡는  하나는 발견할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10  7~8명은  표지도 살피지 않고 연신 사진만 찍고 갔다.
서울 시내의 중대형 서점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남편은 그냥 지나가는 손님, 화장실만 이용하는 손님, 구석에서 샌드위치 먹으러 들어오는 손님  너무 다양한 손님을 많이 봐온 터라 사진만 찍고 가는 손님에게 너무 개의치 말라고 조언해줬다. 그러나 나는 정성껏 잔치상을 준비했는데 눈길   주지 않고 오직 예쁜 사진만 찍으려고 하는 것이 다소 속상했다. 그러다 쇼핑몰 모델을 대동하여 상업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출사 목적으로 여성 모델을 데리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천 번의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을 보고선 어느 정도의 제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오픈 , 두어 달 동안엔 입구에 이런 문구를  붙였다.
 구매 후에 사진 찍어주세요.”
 문구에 불편함을 느낀 손님들도 많다. 그러나 책을 구매하기 전에 사진을 먼저 찍어도 제지한 적은 거의 없다. 출사 목적과 상업적 용도의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을 제지하기 위한 용도였기 때문이다. 두어 달 동안 나는 단지  말을 붙여놓았을 뿐인데,  마음을 알아주는 분들이 늘어났다. 여러 후기 등에서 작은 책방에서는 무리하게 사진을 찍지 말고 책도 구매하자는 글이 올라왔고 어느 순간 출사 하는 사람들은 책방에 들어서지 않았다. 전에 붙인 안내 문구를 떼고 책을 보는 분들을 위해 작은 소리나 무음으로 촬영을 부탁하는 문구만 붙여놓았다. 이제는 촬영을 해도 되는지 묻는 분들께 예쁘게 찍어달라는 부탁까지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모두 책방이 좋아 기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촬영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좋았던 공간을 오래 기억하려면 그곳을 오래 음미하는 것도 있겠지만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남기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것이다. 공간을 느끼는 것보다 사진이 주가 될까 걱정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책방을 문득 돌아보면 책을 보거나 서가를 꼼꼼 살피거나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사진도 다들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히 찍고 공간을 독차지하는 하지 않는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책방을 오롯이 느끼고 책이 전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에  깊은 가치를 두는  았다. 공간의 매력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담고자 하는 가치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픈  두어 달 동안 촬영하는데 불편을 드린 점이 죄송하지만 그래도  과정을 통해 책에 조금 더 집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손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결국에 잔칫상을  차려놓아도 맛있게 드시는  손님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책방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책방 주인의 역량도 있겠지만 책과 책방의 가치를 알아보는 깊이 있는 눈을 가진 손님들이다.   섬의 시골마을까지 찾아주신 손님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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