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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히스토리 Jinhistory Feb 23. 2022

환갑에 공학 박사가 된 울 아부지

2022.02.18

이효리가 제주에 이사 오기 전, 그보다 더 이전에 우리 아버지는 제주에 있는 회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으셨고 그 회사의 비전을 바라보고 먼저 제주에 내려가셨다.

당시 동생은 수험생, 나는 대학교 3학년.

그 영향으로 나는 학교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고 동생은 해양 관련 학과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후로 아버지는 회사에서 나와 제주에서 사업을 시작하셨고 정말 힘들게 고생하시면서 지금까지도 회사 운영을 이어가고 계신다. 

그 와중에 학부생 시절과 다른 전공으로 대학교 석사를 수료하시더니 해외 출장을 정말 밥 먹듯 다니시다가(바쁠 땐 네덜란드에 1박 3일로 다녀오신 적도 있다ㅜㅠ) 출장 중에 급 강의 요청을 받아 현지 대학생,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셨다.


항상 밤을 새 가면서 주말에도 설계하시고 국내를 비롯 해외에 잦은 출장을 다니시느라 면역력이 바닥나 고생을 많이 하셨다. 건강검진 중에 이상한 혹도 발견되어 수술도 받으시고 와중에 재정적 어려움과 사람으로부터 받는 다양한 스트레스 등 정말 말 못 할 힘든 일이 많으셨는데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신 것도 정말 대단한....


무튼 결코 여유롭지 않은 회사 운영을 하시는 와중에 화학 에너지(?) 분야에 박사과정으로 입학하게 된...'ㅁ'


늘 배움에는 때가 있다며 배울 수 있을 때 배우는 것, 그리고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말을 항상 하시던 부모님... 말만 하시는 게 아니라 실제로 부모님이 늦은 나이에 학업을 시작하신 모습을 봐왔기에(울 엄마도 내가 고딩시절 방통대 입학을 하셨음.) 나에게도 언젠가 배움의 뜻과 이유가 확실하다면 두려움보다 바로 도전할 수 있는 마음의 에너지를 항상 갖고 있는 것 같다. 


무튼 정말 고생하시면서 회사 운영에, 출장에, 대학원 수업도 듣고 거기에 논문과 시험까지... 시간이 늘 모자라 그렇게 좋아하시는 탁구장에 못 간지도 오래...


무튼 어찌어찌 올해 2월 18일, 환갑의 나이에 박사 학위를 따게 되셨다. 

학사, 석사, 박사 모두 다른 전공이라 (특히 박사 전공) 수업 따라가기 벅차 하시던 아버지. 

해당 학과엔 대부분이 외국인 학생이라 영어로 수업을 했다던데 공학을 영어로 배워 따라가려고 노력하신 것도 진짜 어메이징하당.....(울아빠지만 정말 대단해...)


항상 봐온 아버지의 이미지는 내게 정말 성실과 최선, 그리고 정직의 아이콘이다. 가끔은 너무 보수적이고 너무 타협이 없는 것 같아 옆에 있는 가족으로써 쉬운 길을 걸어가지 않는 그 모습이 마냥 안타깝고 그랬는데...

그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기에 아빠가 걸어온 그 시간들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비록 코로나 시국이라 성대하게 졸업식을 맞이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지만 그래도 온 가족이 함께 아버지의 졸업을 축하드릴 수 있어 감사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아버지의 걸어온 길을 제일 잘 아실 하나님의 축복이 제일로 컸을 거야...)


예전에 아버지가 회사를 통해 사람들의 먹거리 환경에 선한 영향을 끼치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성경에서 7년의 큰 가뭄이 있었지만, 요셉은 미리 비축해둔 곡식을 통해 이집트는 위기를 잘 대처할 수 있었고 주변 이웃에게도 그 곡식을 베풀어 도왔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고 싶다던 아버지와의 대화를 잊지 못함)


환갑이지만 결코 늦지 않은, 시작의 길 :)

아버지만의 때에 열매를 부어주실 하나님의 크신 손길을 믿고 기대하며 기다려본다. 


(((근데 옆에서 항상 동거 동락하며 마음 졸이면서도 응원하고 항상 아빠의 곁에 있던 울 엄뉘도 진짜 많이 고생하심.....베필이란 단어와 너무나 적합한 울 엄마. 진짜 엄마를 통해 현숙한 여인의 모습을 마니 배웠숨돠. 엄마 덕도 큼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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