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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그림 Dec 14. 2022

연남동 작은 책방 투어

책방 투어를 빙자한 책 홍보

  지난 토요일에는 우리 집 홍여사와 함께 연남동을 돌아보고 왔습니다. 원래는 지마음 작가와 같이 가보려고 했었는데, 요즈음 지마음 작가 무척 바쁩니다. 매일 계속되는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작가도 극한 직업이더군요.     


  홍여사는 요사이 화초만 돌보느라 걷기를 등한시하고 있어서 운동부족인 상태입니다. 잘 되었습니다. 연남동 서점 투어를 해보지 않겠냐고 했더니 ‘연남동에 서점이 있냐’고 되묻습니다. 지도를 찾아보니 자그마한 서점들이 여기저기 꽤 많이 있습니다. 모두 다 돌아볼 수는 없고 예닐곱 군데 정도 돌아보고 중간에 힘들면 카페에서 차도 한잔 마시자고 꼬드겼습니다.     


  집에서 연남동까지 산책 삼아 걸어갑니다. 새삼스러운 길은 아닙니다. 우리 부부는 상암동에서 연남동 정도까지는 너끈하게 걸어갑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가다 보면 금방입니다. 작은 서점에 가는 이유는 <이탈리아 골목길 드로잉산책> 홍보를 해볼까 해서요. 책방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친절함’에 기대어 볼 생각이었습니다.


  동네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분들은 어떤 사명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책을 읽는다고 감성적인 카페와 다정한 먹거리들로 가득 찬 연남동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계실까요. ‘아마도 이 분들은 정말 특별한 분들일 것’이라는 생각에 당연히 친절하고 낭만적인 책방 주인을 상상하면서 약간 들뜬 마음으로 서점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이분들은 당연히 <휴먼카인드>로 분류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첫 번째 책방은 <아침 달>입니다. 예전엔 가정집이었을 법한 양옥을 개조하여 2층에 아담하게 만들어 놓은 책방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예상과는 좀 다른 풍경에 멈칫했습니다. 책방 주인인 듯한 분이 구석에 놓인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계시더군요. 실례를 하고 책 소개를 했지만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이면서 책에는 눈길조차 제대로 주지 않더군요. 책이 하루에도 천 여권씩 쏟아져 나오면서 책을 들고 직접 소개하러 오는 저자들도 많겠지요. 처음이야 의욕적으로 이야기도 들어주고 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드렁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라고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책방은 <책방 곱셈>입니다. 책방 투어를 시작하기 전 은근히 기대하던 곳이었는데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주말이라서 문을 닫은 건지, 어떤 건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세 번째 책방은 <미르북 컴퍼니 더 스토리>입니다. 1층에 자리 잡고 있는데 외관도 굉장히 깔끔하고 내부도 아주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책 소개를 하기 전에 책방의 분위기를 보려고 서가들을 둘러보고 있자니 출판사가 모두 <더스토리>입니다. 아뿔싸, 이곳은 책방이 아니라 출판사의 홍보를 위한 ‘전초기지’였군요. 제가 이리 준비성이 없습니다.



  네 번째 책방은 <여우북스>입니다. 이곳도 문을 닫았더군요. 창문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니 개인의 서가 같은 분위기입니다. 제가 본업이 기계영업이다 보니 뭔가를 접하면 ‘수지타산’을 따져보는 일을 본능적으로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카페를 운영하면 하루에 몇 잔의 커피를 팔아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거요. 책방을 보면서도 그 생각이 듭니다. 그 생각에 미치고 나니 이런 책방은 정말 문화, 예술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운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존경스러워집니다.





  서점을 돌아 나오는 길에 초등학생들이 수행평가를 한다면서 도와달라는군요. 아이들이 귀엽기도 하고 책방 투어에 조금 시들해져 있는 터라 ‘기꺼이’라며 들어주었습니다. 태극기를 그려보라는군요. 태극을 그리고 나니 사괘의 위치가 조금 헷갈립니다 아이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합니다. 아마도 그게 이 수행평가의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어요. ‘사괘를 제대로 알고 있느냐 없느냐’. 드디어 사괘를 그려 넣으니 아이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맞았답니다. 다행입니다. 상품으로 귤도 하나 얻었습니다. 너무 귀여운 아이들입니다.     


  다섯 번째 책방은 좀 수상합니다. 지도상으로는 <이어진 라운지>인데 그 자리에 <복집 책방>이 들어서 있습니다. 게다가 이 책방은 일 년에 단 이틀만 문을 연다고 되어있군요. 종교 관련 책만 취급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냥 돌아섰습니다.




  여섯 번째 책방은 <독서관>입니다. 독립 서적만 취급하는 서점입니다. 회원을 모집하고 책을 대여하기도 하는 듯합니다. 슬쩍 돌아본 느낌으로는 확실히 책의 형태나 내용들이 기성 출판사에서 관심을 갖기 어려워 보입니다. 책방 주인에게 말도 붙여 보질 못했습니다.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라서요.



  일곱 번째 책방은 <SPRING FLARE>입니다. 제법 다양한 분야의 책을 구비하고 있고 책방 주인도 친절합니다. 제 책을 소개하긴 했는데 관심이 있어 보이지는 않으십니다. 총판을(?) 통하여 책을 구매한다고 하면서 책 제목은 기억해 두시겠다고 하시더군요. 제 경우 기억력이 좋지 못하여 어디엔가 기록을 해두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거든요. <SPRING FLARE>의 사장님은 저보다 기억을 잘하시겠지요. 헛헛헛.



    지마음 작가에게는 톡을 보냈습니다. 같이 왔으면 바쁜데 괜히 힘만 뺄 뻔했다고요. 뭐 우리 부부는 괜찮습니다. 어찌 되었든 책 소개도 했고 산책도 했으니까요. 책방 사장님들의 선한 영향력에 너무 과대한 기대를 한 덕분에 실망을 하긴 했지만, 골목에 문화의 향기를 더하고 계신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제 책에 첫 서평을 남겨주신 조이홍 작가님이 언급하신 대로 서로를 안고 그 온기를 나누어야 빙하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요. 출판계는 늘 빙하기였던거 같습니다. 그래도 쓰고 읽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 건 독서가 여전히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미치는 선한 영향력과 친절함만이 인류가 공존을 넘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 믿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엔 제 책을 사달라는 말씀입니다. ㅎㅎㅎ

#이탈리아골목길드로잉산책

#이탈리아여행에세이

#여행정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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