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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그림 Dec 10. 2022

출간 후 맞는 두 번째 토요일입니다

출간 후의 이야기들

  생애 첫 출간으로 들떠 있던 기분이 이제 좀 잦아드는 것 같습니다.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 벌어졌지만 사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생활이 달라지진 않았지만 얻은 것은 제법 있습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으로는 친구들로부터 받은 과분한 칭찬과 도서구입이 있습니다. 10권씩이나 사서 주변에 선물을 한 친구도 제법 되어서 직접 가서 책에 사인도 해주고 왔습니다.

     

  책을 전해주러 간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곗거리를 만들어서 제주도에 살고 있는 짝사랑의 그녀 ‘우리 지수’도 보고 왔습니다. 우리 집 홍여사의 허락을 받고 다녀온 것이니 자극적인 상상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게다가 만나는 동안 관중(?)까지 동원했으니까요. ‘우리 지수’의 이야기는 ‘지마음’ 작가가 아주 예쁘게 각색하셔서 브런치에도 올려놓았더군요.     

https://brunch.co.kr/@threeways/5


  일면식도 없는 분들도 도와주셨습니다. 브런치에서 맺은 인연으로 책을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맙고, 군산 한길문고에서 상주작가로 근무하고 계신 작가님으로부터 받은 응원의 메시지에도 감사드립니다.  특히 댓글과도한 응원을 해주시는 ‘오늘님은 너무 좋습니다. 최근에 이탈리아 배낭여행을 다녀오신 후 여행 이야기를 연재하고 계십니다.

https://brunch.co.kr/@ragony/194


  온라인 서점에 매일 들락거리며 순위를 확인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첫 책에 엄청난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 확인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첫 댓글도 누가 어떻게 달아줄지 기대도 되고 그랬습니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고 누가 그랬는데, 정말 빈약한 댓글은 제가 봐도 안쓰럽고 그렇습니다.      


  교보문고에 가서 사진도 찍어왔습니다. 진열대에 자리를 잡은 모습을 또 언제 보겠습니까.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에도 가고, 합정점에도 가고, 강남점까지 가고. 강남점에 간 날은 막걸리 마시는 것과 여행을 좋아하는 ‘지마음’ 작가와 ‘지금 사진’ 작가를 만나 수다도 떨고 다음에 어디로 갈까 궁리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죠.     


  어찌 되었든 초판을 모두 소진해보자는 욕심에 친구뿐만 아니라 나를 아는 많은 분들에게 알렸지만 책을 산다는 것은 축하해주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더군요. 책이란 게 그렇잖아요. 누가 그냥 준다고 해도 읽지 않는 분야가 있는데, 사서 읽어 본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거나 대단한 인연이어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예를 들면 저에게 누가 ‘주식, 부동산’ 관련 책을 주면 절대 읽을 것 같지 않습니다. 머리 쓰는 것이 귀찮아서 아무도 관심이 없는 ‘적금’ 들고 있는 사람이라니까요. 그건 우리 집 홍여사도 같습니다. 그냥 ‘안 벌고 안 쓰면 되지’ 정신으로 살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쭈욱 만나고 있던 친구들에게 저녁을 쐈습니다. 이런 에세이류의 책에 관심이 없던 녀석들이거든요. 그래도 친구라고 책을 사 가지고 와서 사인을 받아갔습니다. 그중 J는 자기의 이야기가 나온 부분을 특히 재미있어했습니다. 꼭 사인 말머리에 ‘J에게’라고 써달라는 특별 주문까지 하더군요.     


  오늘 아침에는 반가운 톡을 받았습니다. 산마리노 이야기를 쓰면서 모티브가 되어주었던 부부인데요. 이 부부에게는 일부러 책을 출간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재미있게 잘 읽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자기 부부를 예쁘게 그려줘서 영광이라는 찬사를 함께 보내왔습니다.(즐거워만 하지 마시고 주변에 소문을 내주세요. 예)     


  이런 즐거운 일들도 많았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우리 출판사 대표님입니다. 부지런히 여기저기 소문을 내고 책을 강매(?)하고 있지만 가상세계에서든 현실세계에서든 ‘인싸’보다는 살짝 ‘아싸’에 가까운 삶을 살아온지라 책 판매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표님, 제가 처음 만났을 때 말씀드렸잖아요. 흑흑)      


  그래서 오늘 오후에는 연남동과 홍대 근처의 서점에 가서 ‘책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서점 문 앞을 맴돌다가 그냥 발길을 돌릴지 모르지만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제 책이 (얼핏 보면) 근사하게 보이지 않나요. 출판진흥원에서 공모하는 우수 콘텐츠에도 선정되어 책이 만들어졌으니 말입니다. 원래는 ‘지마음’ 작가랑 같이 가려고 했는데, 요사이 지마음 작가 맨날 야근에 힘들게 일하고 있는 것을 아는지라 오늘은 혼자 가보려고 합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내일이나 다음 주에 같이 가자고 하면 ‘얼씨구나’하고 같이 가면 되겠지요.     


  차암... 살다 보니 별일을 다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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