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Dec 09. 2022

이탈리아 시에나 답사기

정말 화려했던 시에나 대성당(2022.11.23.수)

(이전 이야기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193




 비행기표 미리 사둔 거 외엔 여행 출발일이 목에 찰 때까지 "귀찮아"를 남발대며 꼼짝도 안 하다가 정말 준비없이 갔다간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아서 출발 사흘 전에야 부랴부랴 우당탕탕 세부 계획을 짰다. 역시 우당탕탕 계획을 짰더니 현지에 와서도 좌충우돌이네. 아 왜 나는 마감전에는 에너지가 없을까...ㅠㅠ 언제나 마감일이 닥쳐야만 움직이는 이 몹쓸 병....ㅠㅠ


 어쨌든 로마에선 그럭저럭 잘 마무리했고... 피렌체에서 뭘 하나. 여기저기 여행기를 뒤져보고 종합을 해 보니, 피렌체에서 주변 도시를 돌아보는 것도 국민 일정 중 하나라 별 망설임 없이 "피사"에 가서 "피사의 사탑"도 가봐야지 생각했다. 여기저기 관광상품을 살펴보니, 너무 임박했던지라 당장 다음 주에 예약이 가능한 한국인 가이드 상품이 별로 없었다. 그때 마침 들어온 영어 가이드 상품. 가이드 해설 다 못 들으면 어때. 대충 차만 태워주고 길 안내만 해주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호기롭게 신청한 "현지 가이드 투어". 한국인 가이드 투어 대비 값도 무척 저렴했고, 당일 찍고 오는 곳도 많은 데다가 점심도 주고, 현장 추가금액도 없다는 설명에 솔깃해서 그냥 질러버렸다. 아, 그런데 이게 사건의 출발점이 될 줄이야...ㅠㅠ


https://www.myrealtrip.com/offers/51569


 출발 약속장소는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역 입구에서 600m쯤 떨어진 곳에 있는 몬테롱고 광장.


 대체 어디야 두리번 두리번 하니, 여행사 조끼를 입고 명단을 확인하는 데스크가 보인다. 아. 맞게 찾아왔구나. 바우처를 보여주고 체킹을 하니, 버스에 타란다.



 어? 2층 버스? 사람이 꽤나 많다. 대충 6~70여명은 되는 것 같다. 어쩐지 다른 상품보다 조금 싸더라. 규모의 경제가 되니까 싼거다. 문제는... 아무리 둘러봐도 한국인은 나 혼자인 것 같다. 뭐 딱히 불만인 건 아닌데, 종일 말동무가 없으니 심심하긴 하겠네.


 어쨌든 무사 탑승 무사 출발. 오늘 하루도 무사히.

 한 시간쯤 달려 도착한 첫 행선지는 시에나 되시겠습니다. 많이 들어보던 곳인데? 시에나는 카니발과 비슷한 도요타 MPV 차량으로 유명한데 사실 그 이름이 이 이탈리아 소도시 이름을 따온 것.(소렌토 기아 SUV 마찬가지. 소렌토는 이탈리아 항구도시 이름). 가만 생각해보면 왜 유명 브랜드 차량 중에 "부산", "대전", "밀양", "진주" 등은 없는 건지 좀 서운한 생각도 든다. 왜 꼭 이탈리아 이름만 많은 거야.

 


 버스 승강장에서 내려서 꽤 많이 걸어갑니다. 가이드가 들고 있는 저 파란 공을 잘 보고 따라가야 길을 잃지 않아요.



 중간 집결지 안내. 개별 투어가 끝나면 자유시간을 드릴 거예요. 약속시간에는 꼭 이 광장으로 오셔요. 이 동상을 기억하셔야 해요. - 대충 영어로 설명. 대충 이해.


 도시의 중심지, 캄포 광장 도착.


 이탈리아는 어느 도시를 가든, 도심지 복판에 이렇게 잘 조성된 광장이 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파노라마 사진이라 왜곡이 좀 생겨 잘 안 보이지만, 부채꼴 모양의 9부분으로 나뉜 반원형 광장으로 광장 자체가 무척 아름답다. 광장 반원형 중심에 우뚝 솟은 탑이 푸블리코 궁전의 "만지아의 탑"이라 불리는 곳으로 시내 전경이 잘 내려다보이는 전망 맛집이라고. 우리 투어단은 올라가 보진 못했다.


 잠깐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화장실도 쓸 겸, 카페에 들러 아메리카노 한 잔과 달달해 보이는 쿠키 하나를 집어물었다. 캄포 광장에 있는 "Forno Sclavi"란 곳. 1949년부터 장사하는 곳이란 뜻이겠지?


조금 쉬었으면 다시 이동. 시에나 대성당으로 가봅시다.


 가는 길에 먼발치에서 잠깐 본 "산 도메니코 성당". 아비뇽 유수를 종식한 시에나의 수호성인인 성녀 카테리나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시에나 관광일정이 짧아 들어가 보진 못했다.


 시에나 성당 건물 뒤편. 성당 뒷문인줄 알았는데 아니다. 산 조반니 세례당 Battistero di San Giovanni Battista. 신도들은 세례를 받지 못하면 성당에 못 들어가니, 항상 세례당은 별도로 있나보다.


좁장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광장과 함께 웅장한 시에나 대성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와~ 화려하다. 외관부터 압도당한다. 피렌체와 경쟁관계였던 시에나는 피렌체 두오모에 자극받고 더 큰 성당을 짓고자 확장공사를 시도하였으나 흑사병이 창궐하여 완성하지 못했다고 한다.


고딕 양식으로 외관이 무척 화려하다. 정문의 태양 심볼에 주목. 부활한 예수의 상징.

 

확장공사의 흔적. 남동쪽에 있는 짓다 만 벽. 단순한 벽이 아니라 이 자체가 거대한 탑이다. (사진:구글맵)


 자, 외관을 보셨으면 이제 들어가봅시다~ 입장권 보여주세요~


 일행들 모두 잘 들어가는데 나만 입구 컷. ㅠㅠ 사실 출발 전 투어 예약을 할 때 제일 싼 옵션을 사다 보니 성당 입장권이 빠진 것. 나는 지금부터 자유관광 즐기다가 시간 되면 아까 그 동상으로 오란다. 아놔. 이런 건 줄 몰랐지.


 한 3분 벙쪄있다가 부랴부랴 정신차리고 혼자 매표소 이동해서 추가 입장권 구매해서 입장. 비수기라 줄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지 성수기였으면 혼자 왕따 돼서 서러울뻔했다.



제일 앞쪽 바닥에 로물루스-레무스에게 젖을 먹이는 늑대 이야기가 장식되어 있다. 이 바닥장식은 40여명의 예술가가 200년에 걸쳐 완성한 거라고 한다.
내부 경관에 완전 압도당한다.


바닥 문양도 무척 화려한데, 이게 색칠한 게 아니고 일일이 색상 대리석을 짜맞춤 해 넣은 거라고 한다.
페루치(Baldassare Peruzzi)가 만든 중앙 제단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최후의 만찬이 묘사되어 있다. 파스토리노 데 파스타리니(Pastorino de Pastorini) 작품
피콜로미니 도서관 Libreria Piccolomini


피콜로미니 도서관 Libreria Piccolomini

 1492년 교황 비오 3세(재위 1503~1503), 프란체스코 토데스키니 피콜로미니(Francesco Todeschini Piccolomini, 1439~1503)는 시에나 대성당 안에 도서관을 만들었다. 당대 최고의 인문학자이자 그의 삼촌인 교황 비오 2세가 집필한 서적을 보관하고 비오 2세를 기리기 위해서였다.
 피콜로미니 도서관은 1개층으로 시에나 대성당 내부 왼쪽에 있다. 둥근 천장과 벽면은 핀투리키오의 프레스코화로 덮여있다. 3면의 벽을 통해 교황 비오 2세의 일생을 그린 연작을 볼 수 있다. 도서관 중앙에는 도서관 내 유일한 조각 작품 '삼미신(The Three Graces)'이 있다. 이는 고대 그리스 조각 삼미신의 모작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부분 발췌


피콜로미니 도서관 Libreria Piccolomini


성인들의 모습을 대리석으로 조각한 미켈란젤로의 피콜로미니 제단(The Piccolomini altar)


 햐... 내가 찍어왔지만 뭐 하나 버릴 사진이 없네.

 시에나 대성당은 다른 대도시의 성당에 비하면 큰 성당은 아니나, 아름답기 이를 데가 없다.

 너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서 마치 외계인의 우주선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바닥이며 천장이며 기둥이며 하나하나가 매우 디테일하며 주변과도 조화롭고, 벽면을 채운 회화며 조각 하나하나가 예술미가 철철 흘러넘친다. 이게, 공간이 크면 시선이 분산되어 그 디테일이 전달되기 힘들 텐데 시에나 대성당은 실내공간 자체가 타 대성당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으므로 이러한 화려함이 배가되는 것 같다. 나만 혼자 입장권 사느라 시간을 허비해서 가이드님은 저 멀리 가버려서 아무런 설명을 못 들은 게 또 아쉽긴 하지만, 어차피 영어로 설명해줄 거라 절반만 듣고 기억도 못 할 거니까 부족한 영어실력을 위안 삼자.


 약속시간이 임박할 때까지 넋 놓고 구경하다가 부랴부랴 이동. 앗, 그런데 어디더라. 고풍스러운 거리가 예쁘긴 한데, 다 거기서 거기 같네. 아까 찍은 사진 펼쳐놓고 행인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찾아갔다. 내향적 성격이고 뭐고 절박해지면 뭐 다 된다. 살고 봐야지.




 우연히 찾은 시에나 캄포 광장의 팔리오 경기 사진. 캄포 광장에서는 매해 7월 2일과 8월 16일 2차례 팔리오 경기(중세 말경기)가 열린다고. 이거 보려면 최소 몇 달 전에는 티켓을 예매해야 한단다.


 어쨌든 물어물어 집결장소인 Statue of Sallustio Bandini(살루스티오 반디니 동상) 광장에 무사 도착.

 도로 가이드 인솔 하에 주차장 버스 탑승 완료. 다음 장소 이동.


시에나 지도와 동선을 남겨놓자


(다음 편 예고 : 키안티 와이너리 견학 및 와인 시음)

매거진의 이전글 피렌체에서 티본 스테이크를 썰어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