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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그림 Oct 19. 2021

이탈리아에서는 손으로도 말해요

공식적으로 조사된 제스처만 250가지

의사소통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말과 글이 대표적이지만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바디랭귀지이다. 몸짓과 손짓 그리고 얼굴 표정은 어느 문화권이든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사소통수단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을 조용히 시키는 방법으로 손을 묶어두면 말을 하지 못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몸짓 언어를 조사한 연구자도 있을 정도이다. 그에 따르면 250가지의 제스처를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제스처가 많이 사용되는 주요 원인으로 이탈리아의 역사를 꼽는다. 현재와 같은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생긴지는 겨우 이백 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통일 이전에는 밀라노 공국, 베네치아 공화국, 피렌체 공화국, 모데나 공국, 교황령, 나폴리 왕국, 사르데냐 왕국 등으로 나뉘어 아웅다웅하면서 살고 있었다. 당연히 지방색이 강하고 지역마다 사용하고 있는 언어도 조금씩 달랐다. 지금의 이탈리아어는 토스카나의 방언을 표준어로 정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역사로 서로 간의 의사소통을 하기 위하여 제스처가 발달했다는 주장이 있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말을 할 때 손을 가만두지 않는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제스처로는 세 손가락 또는 다섯 손가락을 모아서 살살 흔드는 동작이다. 이때 모은 손가락은 하늘을 보고 있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거의 모든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데 경상도 사람들이 쓰는 '쫌'과 용례가 비슷하다.


사례 1. 바쁜 젤라토 가게에 가서 무엇을 먹을까 한참 고민을 하고 있으면 점원이 예의 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쫌, 빨리 골라라" 이런 뜻이다.

사례 2.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어이없는 소리를 들었다. 이 때도 이것을 쓸 수 있다. "쫌,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이런 뜻이다.

사례 3. 식당에서 바빠 보이지도 않는데 내 주문만 받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쫌, 주문 좀 받아가라. 나두 배고프다". 유럽의 식당에서 한국과 같은 스피드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원래 주문도 오래 걸리고 식사도 오래 걸리고 계산도 늦게 걸린다.


다음으로는 검지 손가락을 이용한 표현이다.

검지 손가락으로 볼을 누르면서 살살 돌리면 좋다는 말이다.

식사를 대접한 친구가 오늘 저녁 식사가 어땠냐고 묻는다. 이때 검지 손가락으로 볼을 누르면서 살살 돌리면 '부오노' 아주 좋다는 뜻이다. 음식뿐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좋다는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검지 손가락이 볼을 지나 이마로 가서 돌기 시작한다면 이건 전혀 다른 말이다.

"Are you crazy?" 가 되니 조심해서 사용한다. 많은 나라에서는 검지 손가락을 머리 근처에서 빙글빙글 돌리는데 이것과 똑같은 말이니 조심하여야 한다.


검지 손가락을 세우고 흔들면 '절대 안돼' 라는 단호한 표현이다. 약간은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 엄지와 검지를 세우고 흔드는 것도 'No'리는 의미이다. 상대의 눈앞에서 검지 손가락을 흔드는 것보다는 엄지와 검지로 내 가슴 정도 높이에서 흔들어 주는 것이 덜 공격적으로 보인다.


검지 손가락으로 눈밑에 두고 살짝 아래로 당기면 'Watch out' 조심하라는 말이다.

검지 손가락으로 원을 크게 그리면 'So many'라는 뜻이다. 이것저것 많이 설명하면서 검지로 한번 원을 스윽 돌려주는 것이다.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대면 'Be quiet' 조용히 하란 말이다. 이 동작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동일하게 사용되는 것 같다.


손가락의 등부분으로 턱 밑을 쓰다듬는 것도 많이 사용된다. 'I don't care' 나랑 그게 무슨 상관이야라는 부정적인 표현이므로 사용에 주의하여야 한다. 이때 입을 삐죽 내밀면 훨씬 더 재수 없게 보일 수 있다.


어깨를 으쓱하는 것은 '난 잘 모르겠다'는 말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것은 어떻게 표현할까. 입을 다문채 살짝 앞으로 내밀고 엄지와 검지로 마치 지퍼를 잠그는 것처럼 왼쪽 입술에서 오른쪽 입술로 손가락을 옮기면서 살짝 눈을 감는다. 'Perfect'라는 말이다.

  

오른 손바닥을 90도로 세운채 심각한 표정으로 오른쪽으로 크게 움직이면 'Go away' 저리 가버리란 말이다. 반대로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왼쪽 어깨 쪽으로 경박하게 흔들면서 움직이면 'Let's go' 같이 가자란 말이 된다. 이때는 표정이 매우 중요하다.


양손을 편 채 배 위에서 흔들어 댄다는 것은 'I am enough' 이제 충분하다는 뜻이다. 충분히 많이 먹었다는 뜻도 될 수 있고 이제 조금 지겹다는 말도 될 수 있다.


커피 한잔 하러 갈까 할 때는 조그마한 에스프레소 잔은 잡고 홀짝 마시는 흉내로 대신한다. 와인을 마시러 가자고 할 때는 엄지와 새끼손가락은 펴고 나머지 세 손가락은 오므린 채 마시는 시늉을 한다.


으음, 또 뭐가 있을까?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 때 팔을 살살 긁는 경우도 있다. 나쁜 기운이 들었을 때 살살 긁어서 쫓아내는 기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누가 재채기를 했을 때 살살 긁을 수 있다. 영어의 God bless you.

부담되는 사람과 일주일 동안 같이 있어야 할 일이 생겼다면 팔을 긁어야 할지 모른다. 진짜로 가려워서 긁는 것처럼 연기를 하면서 말이다.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나머지 240가지는 여전히 독해 불능이다. 모두 다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겠지만 한 개 두 개 더 알아가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어느 문화나 나라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이야기하는 것은 편견일  있다. 이탈리아 사람은 모두 이렇다’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말을 하면서 과한 제스처를 하지 않는 이탈리아 사람도 많다. 그냥 재미로 읽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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