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나의 이야기
나는 사회에 잘 적응하여 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부적응하며 살아오지도 않았다.
원하는 고등학교를 갔고 재수는 했지만(확실한 나의 의지로) 대학교에 진학했고 주변의 말과 같이 운좋게 졸업과 함께 취직을 했다. 나는 늘 주변의 시선과 기대에 약간은 못미치긴 했지만 큰 충돌없이 생활해왔다고 생각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주변과 잘 어울리곤 했지만 타인들이 하는 말들 중 이것만은 너무나 듣기가 거북해 참을 수가 없었다. 주변에 결혼한 많은 이들이 하는 '아 정말 쉬고 싶은데 와이프 때문에 혹은 아이 때문에 뭔가를 해야했고 어딘가에 가야했다.' 혹은 '아이 보는게 피곤하고 힘들어서 집에 일찍 가고 싶지 않다.'는 이런 이야기
이런 굉장리 무책임한 이야기들을 오랫동안 듣다보니 결혼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왜 굳이 결혼을 해서 좋아하고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과 저런 감정을 가지면서도 같이 살아야 하나'하는 결혼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고 원래 가지고 있던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결혼생활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내가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나만의 생각. (물론 먼저 결혼한 우리 형님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이유도 컸다.)
어느샌가 나는 '굳이 저렇게 사람들이 하고나서 후회하고 책임지지 않을 결혼은 하지 않으면 더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연애는 했지만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회피하기 바빴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혹시 결혼을 하면게 되면 꼭 나같은 아들 낳아서 운동선수를 시켜야겠다!'라는 뜬금없는 생각도 있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지만 ...
그런 마음으로 사내에서도 늘 결혼하지 않겠다 이야기 했고 주변 사람들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와이프를 만나서 모든게 바뀌었고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나는 현재의 아내를 만나고 한달안에 청혼을 해서 일년만에 결혼을 했다.
와이프가 결혼하기 전에 내건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조건도 받아들였다.
막상 결혼을 해서 누군가와 함께 살고 집안의 가장이라는 타이틀을 어깨에 얹고 살다보니 그 무게가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았다.(내가 굳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될 지 모르지만 남자만의 그런 책임감이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내가 누군가를 낳아서 그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도 나기도 하고 자신도 없었다.
내 어머니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았다. '아이는 거꾸로 나오지만 그걸 바로설 수 있게 해주는게 부모의 몫'이라고..
그런데 그 자신이 없었다. 또 부모님이 내가 여지껏 내멋대로 살아온 것을 인정해주신 것처럼 내가 내 아이에게 해 줄 자신이 없었다. 부모님께도 이야기했다. 부모님이 내게 해주신 만큼 아이에게 해 줄 자신이 없다고 그래서 아이를 낳지 않기로 와이프와 합의하였다고...
그리고 우리(나와 나의 와이프)는 결혼 4년차지만 아직 아이없이 고양이 세마리와 강아지 한마리와 살고 있다.
물론 나의 친구들은 결혼해서 아이를 하나 혹은 둘씩 낳아 잘키우고 있지만 아직 와이프와 나는 아이가 없다.
내가 거짓말한 이력(결혼 하지 않겠다고 하고 덜컥 해버린)덕분에 회사에는 아직 믿지 않는 주변인이 많기도 하고 친인척들도 많긴 하지만 우리는 이제 그런 시선들을 능숙하게 넘길 수 있게 돼버렸다.
남의 시선에서 늘 쿨하고 자유롭게 산 만큼 다들 '너 답다 혹은 아이없어서 편하겠다'라고도 많이들 이야기 하지만 내가 혹은 와이프와 내가 아이를 낳지 않는 건 비겁하지만 누구를 책임질 자신이 없어서 혹은 누구에겐가 더 구속받고 싶지 않아서 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