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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재 Jun 06. 2023

[편론] 책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를 보고서

교육의 붕괴
 

한국 사회에서 교육의 붕괴는 그리 새로운 문젯거리도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뿐만 아니라 교육의 가치에 대한 철학적 고민에서부터 교육의 결과로 드러나는 많은 사회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문제는 사실 한국 사회의 문제다.

  저자는 특히 교육 현장의 일선에 머무는 교사의 존재를 통해 교육의 문제를 파악하려고 시도한다. 책 제목을 처음 마주하면 자칫 저자가 교사의 입장만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꾸준하게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교사들의 적극적인 노력의 필요성이다. 물론 저자가 모든 교육적 문제의 책임을 교사에게 돌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사태가 벌어진 다양한 원인을 분석해보면 교사, 학생, 학부모, 학교, 행정기관 등 모두의 총체적 과실로 인해 교육의 붕괴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저자가 교육 문제의 극복을 교사의 노력을 통해 시도하려는 것은 교육이라는 행위의 본질에 교사가 필수적이며 교육 현장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존재 역시 교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교육의 붕괴 현장에서 그 주범으로 교사를 몰아가는 마녀사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책의 중간중간 저자는 현직 교사들과의 인터뷰 내용과 실제 사례를 통해 우리가 오해하고 있던, 아니 어쩌면 외면하고 있던 교육 현장의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다. 우리는 학부모로서, 교육 행정에 영향력을 끼치는 시민으로서 그리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교육에 관심을 갖고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나는, 당신은 그래왔는가? 우리는 교육 붕괴에 대한 책임을 교사에게 모두 지워버린 채 우리의 책임을 회피해왔는지 모른다. 우리는 마땅히 책임과 권한을 지닌 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문제를 방관하고 관조하기만 했는지 모른다. 또 때때로 누군가는 그릇된 적극성을 가지고 공적인 영역의 교육을 지나치게 사적인 논리로 이끌어가려 했는지 모른다.

  이 책은 그런 모두에게 경고하고 있다. 교육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하며 그에 알맞은 고민과 실천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이다. 결국 교사와 학생이 아닌 모든 교육의 주체는 교사-학생의 관계를 위해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 둘을 제외한 다른 누구도 교육의 현장에 있을 수 없다. 나는 학부모 마저 스스로가 교육의 일선에 속한다는 인식조차 버려야 할 것을 요구한다. 그들은 교사만큼 학생들과 현장에서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의 비극은 교육의 적용에 있어 더 이상 현장의 교육이 아닌 제도의 교육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 교육의 주체는 시스템뿐이다. 더 이상 교사도, 학생도 혹은 그 어느 누구도 교육 제도를 넘어서는 교육을 경험할 수 없다. 교사는 제도 안에서 점점 소외된다. 그들은 제도에서 규정하는 만큼의 책임을 느끼고, 그만큼의 재량권만 갖는다. 그러나 교육 제도의 문제 중 하나는 시스템을 통해 견제와 감시를 공고히 하는 데에만 그 목적이 치중되는 것에 있다. 우리가 채택한 교육 제도는 보수적이고 비효율적인 방식이지만 그 결과가 최악이 되는 것을 방지한다. 예를 들어 교사의 체벌이나 시험 평가 등을 제도로 규제함으로써 개인의 권력 남용을 방지하고 부조리하게 불이익을 받는 학생이 없도록 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채택한 교육 당사자들이 그 결과에 대해선 최선의 효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교육의 모순이 발생한다.

  이제 교육에 참여하는 모든 교사, 학생, 학부모, 행정가들은 교육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결국 모든 제도와 이론은 현장을 보다 바람직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공허한 정치적 담론을 일삼는 것에서 벗어나 교육 현장이 진정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주의해야만 한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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